귀족 그만두고 서민이 되겠습니다/18. 내 소원

다메즈마 (토론 | 기여)님의 2019년 3월 14일 (목) 12:00 판 (새 문서: 집무실 문 앞에 서서 나는 긴장하였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셔 호흡을 가다듬은 후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평소에는 집무실로 불려서 가...)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집무실 문 앞에 서서 나는 긴장하였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셔 호흡을 가다듬은 후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평소에는 집무실로 불려서 가는 나지만, "지금 방문하겠습니다."라고 전언을 보낸 시점에서 아버지도 평소와 뭔가 다른 나를 알아차려 준다고 생각하고 싶다.

"사우전트 백작님, 아샤마리아닙니다."

"어, 들어오렴"

나는 '아버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사우전트백작이라고 불렀다. 내 결심이 호칭으로 무심코 나왔어. 평소와 다르지 않은 아버지의 대답이 돌아온다. 문을 열고 집무실에 들어가자 아버지는 창문에 몸이 향해 있어서 문쪽에서는 등밖에 보이지 않았다. 즉 아버지는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여 얼마전에 받은 장식없는 옷의 위아래가 내 눈에 비친다.

"너가 일부러 용건이 있다고 한 건 드물구나. 겔란이나 다른 사람은 오지 말라고 했다. 뭔가 나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겠지. 말해보렴"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 내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권했다.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슬쩍 본 아버지는 갈색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로 평범한 색이다. 40대 치고는 눈가에 주름도 없고, 성깔있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다른 사람이 강하게 주장하면 그대로 들어줄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잘도 사교계를 능숙하게 빠져나오는 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가 센 플로레님의 서포트 덕분이겠지.

호흡을 가다듬고, 단숨에 말했다.

"우선 아버님, 제 생일이 꽃을 맞이하는 달의 25일인 것은 기억하고 계신가요? 저는 그 시점부터 성인이 됩니다."

무심코 얼굴이 아래를 숙이고 싶었지만 정말로 전하고 싶은 것은 상대방의 눈을 보고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다. 나는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지금까지 제가 생일 축하선물을 아버님에게 조른 적이 없습니다. 아버님의 딸로서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을 들어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부탁을 사우전트백작으로서 인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기까지 말을 끝낸 나에게는 세상의 소리가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의 대답을 기다린다.

"부탁에 따라 다르지만, 말해 보거라......"

소란스럽지 않게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성인이 되는 기점으로 사운전트가의 호적에서 빼주시길 바라는 겁니다. 귀족과 평민 사이에서 태어난 서자는 성인이 될 때 자신이 속할 호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요전번에 도서관의 법률서에서 찾았습니다. 스스로 신청하는 것에 따라서. 그러니까, 저는 사운전트가의 호적에서 나져나와 평민호적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여기까지 나는 한번도 아버지에게 눈을 때지 않고 있었다. 내 굳은 결의과 진지한 생각은 전해졌을까?

"평민이 된 후에는 사우전트가와는 일체 관계를 끊겠습니다. 이 저택에는 출입하지 않겠습니다. 사우전트가를 곤혹스럽게 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제가 없어지면 플로레님의 노여움을 살 일도 없어집니다. 저는 시집보낼 때에 지참금을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무보조는 어느분이든 제대로 가르치면 저정도는 어려움없이 할 수 있을 터입니다. 그러니까 평민 호적에 들어가는 신청을 하는 것을 허가해 주십시요."

나는 다시 단숨에 이야기했다. 나도 아버지도 서로 눈을 서로 바라보는 채다.

"아샤마리아, 너의 이점은 뭐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의 삶은 의식주는 평민과 비교하면 훨씬 덕을 받고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 사람과 얽히는 관계 안에서 감정을 표출할 수 없습니다. 대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를 원합니다. 그리고 평민이었던 어머니처럼 자신의 힘으로 생활하고 싶습니다."

하인처럼 취급받고 있으니까, 평민이 되어서 마음대로 살고 싶다는 게 본심이지만, 이건 입 밖에 내면 안되겠지. 제대로 전해졌는지 불안하지만, 아버지나 가문의 프라이드가 꾸겨지지 않도록 하면서 의견을 내야지.

좋든 나쁘든 아버지는 주위에 너무 신경을 쓴다. 그것도 어중간하게. 시장 바닥 가운데서 귀족과 평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기르는 것은 힘들겠지라고 생각하여 어머니를 저택에 머물게 하고, 플로레님의 안색을 살피고, 결국 둘다 상처입었다는 걸 깨달았을까? 거기다 어중간한 위치인 내가 결국, 모두에게 이단아로서 대우받고 있는 것을.

서민의 씩씩함을 지닌 어머니와 살고있던 경험을 가진 나니까, 이렇게 관대하게 주변을 용서하고 있는 거라고 모두 모르는 거겠지~. 스스로도 잘도 이렇게 착한 애로 자랐다고 생각해. 귀족을 상대하는 사교술을 서툴지만. 나만이 저택에 끌려 들어왔다면 비굴하고 음침한 프라이드만 높은 귀족인 아샤마리아가 자라났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그런 법률이 있는지 몰랐다... 그 책을 빌려 오거라.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지."

라는 아버지의 말씀. 집무실에 이 이상있을 분위기가 아니여서 인사하고 나는 퇴실했다.

생각한 이상으로 긴장했던 모양이여서 퇴실하자마자 동시에 나는 깊게 숨을 내뱉었다. 꾸욱, 세게 손을 쥐였는 지 손바닥에는 손톱자국이 남아있었다. 우선, 아버지에게 말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겠다'라는 말은 얻어낼 수 있었다. 귀족을 상대로 한 교섭 첫걸음으로서는 잘 한 것이겠지.

연초 첫 달의 2일까지는 국내의 다양한 장소가 쉰다. 그러니까 3일부터 왕립구서관도 개관한다. 아버지의 명을 받아 나는 다시 마차를 타고 왕립도서관으로 향했다. 그 귀족에 대한 법률이 적혀있는 책을 빌리기 위해서. 플로레님에게 받은 외출용 옷을 입고.


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 분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