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75. 순찰"의 두 판 사이의 차이

(새 문서: 아침입니다. 암탉여관에서 기분좋게 눈을 뜨고, 맛있는 아침식사로 몸도 마음도 채운 상태입니다. 이러면 순찰이든 뭐든 얼마든지 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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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모자까지 쓰고 감색 위사 제복을 전부 입은 웰러 대장이 등장했습니다. 그에 비해 나는 갈색 반소매 튜닉에 파란 바지… 수수하게 차려입었습니다. 오랫만에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었어요. 머리에 에이다씨가 추천한 커다란 파란 스커프로 둘렀씁니다. 이걸로 햇볕도 괜찮습니다.
 
카우보이 모자까지 쓰고 감색 위사 제복을 전부 입은 웰러 대장이 등장했습니다. 그에 비해 나는 갈색 반소매 튜닉에 파란 바지… 수수하게 차려입었습니다. 오랫만에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었어요. 머리에 에이다씨가 추천한 커다란 파란 스커프로 둘렀씁니다. 이걸로 햇볕도 괜찮습니다.
  
웰러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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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러 대장 말고도 한 명 더, 키가 크고 얍상한 아저씨가 따라왔습니다. 눈도 날렵합니다. 베인씨입니다. '젋은 아씨와 둘이서 거리를 걸어 돌아다니면 무슨 말을 들을 지 견딜 수 없어' 라는 듯 뭔가 있을 때에 대장 혼자서는 불안하기에, 라는 게 진짜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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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 대로에서 중간 대로정도까지만 나는 산책해왔지만, 대장 일행의 순찰은 골목길까지 시작하여 생활감이 넘치는 빨래를 말리는 주택 구석까지 걸었다. 느긋하게 걷게 해주었으니까 신경 쓰이는 것을 질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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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걷는 것도 즐거웠지만 다같이(복수로) 걷는 것도 즐겁다. 위사들은 왕도 주민들이 가까이서 동경하는 대상인 덕인지, 웰러대장의 인덕때문일까 걷는 것 뿐인데 여러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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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오늘은 여자 아이를 데리고 무슨 일이야?"<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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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만들었으니까 간식으로 가져가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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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공이 옥상 위에서 올라가서 그런데 좀 꺼내줘요"<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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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뭘 한 거냐. 어쩔 수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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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성이 좋다고는 말 못하게 쌀쌀한 대답을 누구라 할 것없이 돌려준다. 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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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으러 대장을 하는 게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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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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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여관에서 재잘재잘 말하는 모습만을 봤으니까 웰러 대장을 그저 아저씨로 생각했다. 미안하다고 마음 속으로 사과해둔다. 내 행방을 로베르트님이 직접 물을 정도인 사람이다. 우수하지 않을 리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풍부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진 걸까. 내가 산책하고 있어도 거리에 다니는 사람과 표면적인 대화만 하는데. 햇수의 차이일까, 웰러 대장은 장난안치고 왕도 주민들과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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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은 잘 들어주네요. 상대랑 잘 어울리시네요. 뭐어 실력도 꽤 좋으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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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눈이 가늘어지며 베인씨가 살짝 부러운 듯이 가르쳐주었다. 그에게 있어서 존경하는 상사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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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세명이서 점심식사를 끼고 저녁까지 순찰을 다녔다. 점심식사는 동경하던 서민 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고기와 야채를 볶은 정식이나 조림. 대강 간을 맞추기 때문에 너무 짜거나 싱겁거나 너무 양이 많거나 했지만. 점심 동안 큰 소리로 술을 마신 사람이 있기도 해서 긴장했지만 웰러 대장 일행이 있기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었지. '아샤는 배짱있네'같은 말을 들었다. 혼자선 조금 들어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고맙게도 대장이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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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비가 내린 날은 초소에서 사무업무를 합니다. 제 2초소 안에서 웰러 대장의 집무실를 빌렸습니다. 구석의 책상을 빌려서 나는 지금까지 걸어다닌 장소에 대해서 보고서를 작성한다. 웰러 대장은 나와 다녀서 끝내지 못한 듯한 서류를 쑥쑥 적어나간다. 나라는 쓸데없는 업무를 떠맡았는데 내게 궁시렁대긴 하지만 책망하지는 않는다.

2019년 2월 9일 (토) 17:44 판

아침입니다.

암탉여관에서 기분좋게 눈을 뜨고, 맛있는 아침식사로 몸도 마음도 채운 상태입니다. 이러면 순찰이든 뭐든 얼마든지 걸을 수 있을 것같아요. 지금은 제 2위사초소 앞에서 웰러 대장이 나오길 기다리는 중입니다.

순찰이나 다른 일을 하기 위해 나가는 모든 위사들이 나를 슬쩍 보고 가는 지라 창피합니다.

"안녕, 제대로 완군. 중간에 못 걷겠다 싶으면 억지부리지 말고 말해라"

카우보이 모자까지 쓰고 감색 위사 제복을 전부 입은 웰러 대장이 등장했습니다. 그에 비해 나는 갈색 반소매 튜닉에 파란 바지… 수수하게 차려입었습니다. 오랫만에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었어요. 머리에 에이다씨가 추천한 커다란 파란 스커프로 둘렀씁니다. 이걸로 햇볕도 괜찮습니다.

웰러 대장 말고도 한 명 더, 키가 크고 얍상한 아저씨가 따라왔습니다. 눈도 날렵합니다. 베인씨입니다. '젋은 아씨와 둘이서 거리를 걸어 돌아다니면 무슨 말을 들을 지 견딜 수 없어' 라는 듯 뭔가 있을 때에 대장 혼자서는 불안하기에, 라는 게 진짜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왕도 대로에서 중간 대로정도까지만 나는 산책해왔지만, 대장 일행의 순찰은 골목길까지 시작하여 생활감이 넘치는 빨래를 말리는 주택 구석까지 걸었다. 느긋하게 걷게 해주었으니까 신경 쓰이는 것을 질문할 수 있었다.

혼자서 걷는 것도 즐거웠지만 다같이(복수로) 걷는 것도 즐겁다. 위사들은 왕도 주민들이 가까이서 동경하는 대상인 덕인지, 웰러대장의 인덕때문일까 걷는 것 뿐인데 여러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어라~ 오늘은 여자 아이를 데리고 무슨 일이야?"
"오~"
"너무 많이 만들었으니까 간식으로 가져가요"
"언제나 고맙네"
"대장, 공이 옥상 위에서 올라가서 그런데 좀 꺼내줘요"
"꼬맹이, 뭘 한 거냐. 어쩔 수 없구만"

붙임성이 좋다고는 말 못하게 쌀쌀한 대답을 누구라 할 것없이 돌려준다. 그런데도…

"멋으러 대장을 하는 게 아니네"

당했다.

암탉여관에서 재잘재잘 말하는 모습만을 봤으니까 웰러 대장을 그저 아저씨로 생각했다. 미안하다고 마음 속으로 사과해둔다. 내 행방을 로베르트님이 직접 물을 정도인 사람이다. 우수하지 않을 리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풍부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진 걸까. 내가 산책하고 있어도 거리에 다니는 사람과 표면적인 대화만 하는데. 햇수의 차이일까, 웰러 대장은 장난안치고 왕도 주민들과 어울린다.

"대장은 잘 들어주네요. 상대랑 잘 어울리시네요. 뭐어 실력도 꽤 좋으시겠지만"

더욱 눈이 가늘어지며 베인씨가 살짝 부러운 듯이 가르쳐주었다. 그에게 있어서 존경하는 상사인 거지.

◇◇◇

매일 매일 세명이서 점심식사를 끼고 저녁까지 순찰을 다녔다. 점심식사는 동경하던 서민 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고기와 야채를 볶은 정식이나 조림. 대강 간을 맞추기 때문에 너무 짜거나 싱겁거나 너무 양이 많거나 했지만. 점심 동안 큰 소리로 술을 마신 사람이 있기도 해서 긴장했지만 웰러 대장 일행이 있기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었지. '아샤는 배짱있네'같은 말을 들었다. 혼자선 조금 들어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고맙게도 대장이 쐈다.

살짝 비가 내린 날은 초소에서 사무업무를 합니다. 제 2초소 안에서 웰러 대장의 집무실를 빌렸습니다. 구석의 책상을 빌려서 나는 지금까지 걸어다닌 장소에 대해서 보고서를 작성한다. 웰러 대장은 나와 다녀서 끝내지 못한 듯한 서류를 쑥쑥 적어나간다. 나라는 쓸데없는 업무를 떠맡았는데 내게 궁시렁대긴 하지만 책망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