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78. 사람찾기"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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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전에는 고마워. 집에 돌아가니까 엄마한테 혼났어. 도와준 사람에게 인사도 안하다니! 라고. 그러니까 뭔가 곤란하면 도와줄꼐"
 
"요전에는 고마워. 집에 돌아가니까 엄마한테 혼났어. 도와준 사람에게 인사도 안하다니! 라고. 그러니까 뭔가 곤란하면 도와줄꼐"
  
울상을 짓던 때는 여자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가련하게 보였지만 눈 앞에 있는 애는 어딜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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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상을 짓던 때는 여자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가련하게 보였지만 눈 앞에 있는 애는 어딜봐도 까무잡잡한 응석쟁이같은 꼬마애다. 검은 머리카락을 대충 하나로 묶어서 푸른 눈동자가 똘망똘망하게 사람을 잘 따를 듯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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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전혀 재미있는 일이 아니고 오히려 수수하고 힘든 일을 하는 거야. 그래도 도와줄 꺼야?"<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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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변은 잘 알고 있으니까 나 분명히 도움이 될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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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려 하는 내게 더욱 다가왔다. 뭐어 사람을 찾을 때는 사람이 많을 수록 좋으니까. 이 아이의 호의는 고맙게 받자. 나는 킷카의 검은 머리를 살짝 거칠게 쓰다듬었다. 날 올려다보는 킷카도 헤헥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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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사람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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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음날도 킷카가 도와줘서 새버릴 지구에서 '친절한 훈남'을 찾아다녔다. 점심식사로는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빵 튀김을 노점에서 사서 킷카랑 둘이서 먹었다. 살짝 명치가 쓰라린 것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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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말단역인 킷카 덕분에 즐거운 산책을 할 수 있던 것은 다행이었다. 무섭다고 생각되던 곳도 킷카에게 있어선 평소에 다니는 곳이기에 호신술을 안다면 다른 지구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장소였다. 뭐어 살짝 쓰레기가 많이 떨어져 있더나 싸우는 소리가 들리거나 킷카랑 몇 번정도 달리곤 했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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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튀김도 뱃속에서 이제 사라졌을 것같을 쯤에 나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냈다. 휴식입니다. 이전에 산 로베르트님의 눈같은 색을 한 그 사탕이다. 살짝 많이 사 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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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카, 손을 내밀어봐. 자,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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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꾀죄죄한 손에 반투명한 황색 사탕을 하나 올린다. 나도 하나. 킥카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이거 먹어도 돼?"라고 묻고선 자기 입 안에 던져 넣었다. "맛있어, 맛있져"라고 말하며 뛰어 도는 킥카를 보며 나도 근처에 있는 돌에 앉았다. 기운찬 킥카의 페이스에 맞춰 거어 다녔기에 평소보다 훨씬 다리가 지쳤다. 멍하니 나는 땅바닥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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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등 뒤에 누군가가 서선 내게 그림자가 드리웠다. 놀랄 새도 없이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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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찾는다는 게 너희가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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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드니 눈 앞에는 보드라워 보이는 백금색 머리카락을 지닌 왕자보다 더 왕자님같은 사람이 회녹색 눈동자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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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던 사람이 눈 앞에 있는데 나는 그저 놀랄 뿐이었다. 그래도 쭉 그를 계속 볼 수만은 없다. 나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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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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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분류|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

2019년 2월 15일 (금) 11:58 기준 최신판

“아~ 지쳤어 물터는 어디일까?”

그 뒤로 나는 헌옷 가게에서 오래 입어 색이 파래고 거친 감색 자국이 남은 가슴에 두르는 앞치마를 구입했다. 수중에 있는 갈색 튜닉과 푸른 바지 위에 둘러 아랫 마을의 허드렛일을 하는 처녀가 완성되었습니다.

더하여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안 묶는 척하여 청소에 힘써 먼지투성이가 되었다. 늦더위 중에 이렇게 하는 건 힘들었다. 허드렛 일은 괜찮고 서민과 같은 생활도 저항은 없지만 일단 귀족 낭자이기도 했다. 가능한 몸을 단정히 하는 건 당연하니까 먼지투성이가 되어 더러운 채인 것은 힘들다. 내 청결감은 어디에 간 건지…

지금은 내겐 꽤 많이 더러워 보였다. 꾀죄하다고는 말하고 싶지만 그것에 가까운 것같기도 하다(ㅠㅠ)

'이러면 부유해 보이지 않으니 덮지는 것도 주저하겠지'

이 차림으로 넘어졌던 지구로 다시 왔다. 왕도 북서에 위치한 이곳은 새버릴이라 부리는 곳이다. 슬럼가까지는 아니여도 싼 임금으로 잡역부로 일하는 사름이 많이 사는 잡스러운 인상을 가진 지구이다. 여기에서 우연히 일어난 불로 일부가 전소한 집이 그대로 방치되었다. 집주인이 팔아치우지도 않고 다시 세우지도 않고 탄 채로 방치했기에 최근에 폐가는 집이 없는 사람이나 못된 사람이 거주지가 되어 버렸다.

어느 지구라도 다른 곳 사람은 눈에 띈다. 경계받는다. 그러니까 나는 솔직하게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하고 새버릴에 들어 갔다. 더러운 옷을 왕궁 내부 사람들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기에 이른 아침에 관사를 나와 왕궁 문을 나왔다.

'저기~ 죄송합니다. 살짝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저 이 주변에서 소문의 '친절한 훈남'인 것같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답례를 하고 싶어서 찾고 있어요. 어디에 있는 지 아나요? 뭔가 그에 대해서 아는 거 없나요?"

넘어진 주변에서 아침부터 계속 몇 명씩이나 말을 걸어 물어봤지만 신기하게도 당사자와 이어지는 사람이 없다. 그 외몬데 만나면 누구라든지 절대로 잊지 않을텐데 그런데도. 루덴스 저하 조차 그다지 정보를 얻을 수 없었는 걸 내가 간단하게 손에 넣을 수 있을 리가 없겠지.

'이 주변에 자주 출몰하는 게 아닌 건가. 길에 밝은 사람같았는데 근데 다른 지구라도 출몰했으니까 느긋하게 할 수 밖에 없겠지'

길가에 한가해 보이는 노점에서 빵을 산다.적게나마 들어간 야채와 익힌 계란이 얊은 빵에 끼여 있다. 퍼석퍼석하여 아쉬운 점심식사가 되어 버렸지만 어쩔 수 없지. 평소에 먹는 식사가 너무 좋은 탓이다.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지.

'같은 장소에 오래 있으면 이상한 녀석들에게 눈에 띌테니까 슬슬 이동해야지. 다음은 나무 그늘쪽으로 갈까'

꾸욱꾸욱

뭔가가 빛바랜 감색이었던 에이프런의 옷자락을 당겼다.

"있잖아 누나 또 만났네"

눈 앞에는 언젠가 여기에서 데려와 돌려 보냈던 미아가 있다. 이자 나았지만 무릎에 멍이 든 원인이다. 소년의 이름은 킷카라는 듯하다, 라고 말하는 건 저번에 이 주변에 왔는 걸 혼자서 달려 떠났다.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어 내에게 손을 이끌려 울상을 지었는데.

잘도 날 알아보는 구나.

"요전에는 고마워. 집에 돌아가니까 엄마한테 혼났어. 도와준 사람에게 인사도 안하다니! 라고. 그러니까 뭔가 곤란하면 도와줄꼐"

울상을 짓던 때는 여자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가련하게 보였지만 눈 앞에 있는 애는 어딜봐도 까무잡잡한 응석쟁이같은 꼬마애다. 검은 머리카락을 대충 하나로 묶어서 푸른 눈동자가 똘망똘망하게 사람을 잘 따를 듯이 움직인다.

"내가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전혀 재미있는 일이 아니고 오히려 수수하고 힘든 일을 하는 거야. 그래도 도와줄 꺼야?"
"이 주변은 잘 알고 있으니까 나 분명히 도움이 될 꺼야"

빠지려 하는 내게 더욱 다가왔다. 뭐어 사람을 찾을 때는 사람이 많을 수록 좋으니까. 이 아이의 호의는 고맙게 받자. 나는 킷카의 검은 머리를 살짝 거칠게 쓰다듬었다. 날 올려다보는 킷카도 헤헥 웃는다.

그럼 사람을 찾아보자.

◇◇◇

결국 다음날도 킷카가 도와줘서 새버릴 지구에서 '친절한 훈남'을 찾아다녔다. 점심식사로는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빵 튀김을 노점에서 사서 킷카랑 둘이서 먹었다. 살짝 명치가 쓰라린 것같은데.

우수한 말단역인 킷카 덕분에 즐거운 산책을 할 수 있던 것은 다행이었다. 무섭다고 생각되던 곳도 킷카에게 있어선 평소에 다니는 곳이기에 호신술을 안다면 다른 지구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장소였다. 뭐어 살짝 쓰레기가 많이 떨어져 있더나 싸우는 소리가 들리거나 킷카랑 몇 번정도 달리곤 했지만 말이지.

빵 튀김도 뱃속에서 이제 사라졌을 것같을 쯤에 나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냈다. 휴식입니다. 이전에 산 로베르트님의 눈같은 색을 한 그 사탕이다. 살짝 많이 사 뒀으니까.

"킥카, 손을 내밀어봐. 자, 먹어"

그의 꾀죄죄한 손에 반투명한 황색 사탕을 하나 올린다. 나도 하나. 킥카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이거 먹어도 돼?"라고 묻고선 자기 입 안에 던져 넣었다. "맛있어, 맛있져"라고 말하며 뛰어 도는 킥카를 보며 나도 근처에 있는 돌에 앉았다. 기운찬 킥카의 페이스에 맞춰 거어 다녔기에 평소보다 훨씬 다리가 지쳤다. 멍하니 나는 땅바닥을 바라봤다.

어느샌가 등 뒤에 누군가가 서선 내게 그림자가 드리웠다. 놀랄 새도 없이 말을 걸어왔다.

"날 찾는다는 게 너희가 맞지?"

얼굴을 드니 눈 앞에는 보드라워 보이는 백금색 머리카락을 지닌 왕자보다 더 왕자님같은 사람이 회녹색 눈동자를 바라본다.

찾던 사람이 눈 앞에 있는데 나는 그저 놀랄 뿐이었다. 그래도 쭉 그를 계속 볼 수만은 없다. 나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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