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 장수(남)으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1장 36화 종자의 마음

다메즈마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5월 14일 (목) 15:35 판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폐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보고하러 왔습니다."

이웃나라로 떠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왕궁이 그립게 다가온다.
나는 정기보고를 하기위해 다시금 왕의 집무실에 방문했다.
첫 번째 거리인 하틀릴에서 하뷜란타로 옮겨갔고, 그 마을은 국경 문과 인접해 있기에 왕궁에 가기로 한 것이다.
윌리엄 님께는 말하지 않았지만, 실은 왕으로부터 허가서을 받아 국경의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서면 익룡을 이용해 한나절도 걸리지 않고 왕도로 향할 수 있다.

"오래만이군, 제랄. 여행은 잘 되가나?"

오랜만이라고 해도 한 달 동안 만나지 않았을 뿐인데 폐하는 눈에 띄게 수척해 있었다.
볼이 홀쭉해지고 안색이 거뭇거뭇하다.

"윌리엄 님에게 마음먹은 분이 나타났습니다.지금은 그 여자를 데리고 돌아가자고 말하는 중입니다. 그보다 폐하,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으십니까? 무리하지 말아 주십시요."

"뭐, 그런 말도 듣고 있지. 그렇군, 윌리엄에게 좋아하는 상대가 생긴 것인가. 그거 다행이군. 소상히 말해보게."

폐하는 내 걱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쁜 표정으로 윌리엄 님의 상황을 물었다.
그 태도에 점점 폐하가 걱정되었지만, 보고가 내 일이므로 계속한다.

"처음 방문한 마을인 하트릴에서 그 여자를 만났습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윌리엄 님은 그 분에게 마음이 있던 듯합니다. 그러고 나서 몇 번이나 그 여자에게 아내가 되어 달라 다그쳤지만 별로 효과가 없어 보입니다."

내 보고를 폐하는 기쁜 듯이 듣고 있지만, 나는 말하면서도 자신이 뭐이리 한가롭게 있는 것인가,라는 자책감에 사로잡혔다.
폐하는 3년 전부터 원인 불명의 지병을 앓고 있었다.
증상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아 본인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것이 이제 와서 이렇게 급격하게 진행될 줄이야.
윌리엄 님에게 처음에는 여성을 대하는 법을 배우게 하고 나서 등 느긋히 있을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정도라니 예상 이상이다. 무엇이 윌리엄을 그렇게나 그 여자에게 빠져들게 하는지 궁금하군"

폐하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진전이 없는데 나나 윌리엄 님에게 분노하는 기색은 안 보인다.

"윌리엄 님은 그 여자를 어렸을 때 함께 보낸 후보약혼녀 중 한 명인 엘리자베트 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윌리엄 님이 선물한 붉은 보옥 펜던트를 가지고 있으니 그녀라고."

신부 찾기가 막힌 것은 윌리엄 님도 책임이 있다고 초조해하며 무심코 쓸데없는 말을 했다.
윌리엄 님이 엘자에게 몇번이나 결혼을 신청하는 이유는 그대로인데 실언이었다.
윌리엄님께는 불명예스러운 일이고 내게도 착각하게 한 채로 있다는 무도한 말을 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하는 나의 그 실언의 다른 점을 물었다.

"윌리엄이 선물한 보옥이라? 윌리엄은 그 보옥을 만질 일이 있었나?"

"예. 그녀가 그 펜던트를 떨어뜨린 것을 윌리엄 님이 주우셨기 때문에 만졌습니다.하지만 아마 비슷한 다른 물건일 터입니다."

나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없는지 폐하는 턱에 손을 대고 잠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왜 그런 것을 신경쓰는 것일까.
윌리엄님이 보옥을 만지셨다고 해도 진품인지 아닌지 알 리가 없을 텐데.
그리고 생각에 잠겨 있던 폐하가 입을 열었을 때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제럴, 그 여자는 정말 엘리자베트 양일지도 모른다."

"예? 폐하까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럴 리없습니다."

엘리자트 님은 유학간 곳에서 사고로 행방불명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죽은 것이 틀림없다.
시신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실종이라고 형식적으로만 표기할 뿐이니까.

내가 도저히 못 믿음을 깨달은 폐하는 "이것은 극히 일부의 사람 밖에 모르는 것인데......."라고 서론을 하고 무겁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아는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10년 전 엘리자베트 양은 윌리엄으로부터 펜던트를 받은 직후 급히 이웃나라로 유학을 갔고 그 나라에서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엘리자베트 양은 유학따위는 가지 않았고 이 나라에서 실종됐다.
방에는 유서가 남아 있어 숲에 들어가 자결하려고 한 것 같다.
수색에 나선 자들이 숲에 파이어 울프가 습격받은 듯한 그녀의 드레스 조각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로 인해, 그녀의 수색은 거기서 중단되었다.
엘리자베트님께 보옥 펜던트를 선물한 것을 아는 폐하는 그 상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알고 어린 윌리엄님의 마음에 얼마만큼의 상처를 남길지 생각해 사실을 은폐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처리를 마친 며칠 뒤 숲 속에서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파이어울프가 발견됐다.
파이어울프는 사망한 뒤에도 1주일 정도 온몸의 불꽃은 가라앉지 않고 특별한 처리를 하지 않으면 사람도 짐승도 만질 수 없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파이어 울프의 안구에는 그녀의 것으로 생각되는 단도가 박혀 있어, 그 상황으로 판단하건대 아무래도 엘리자베트 님은 이 마수에게서 도망친 것 같다.
하지만, 깨달았을 때에는 늦어 이미 엘리자베이트 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게 되어 버렸지.비밀리에 수색도 하고 있었는데......."

"그런 사실이 있었을 줄은. 하지만 그렇다 하여 그 여자가 엘리자베이트 님이라는 말은 아니잖습니까? 보옥 펜던트가 진짜일 가능성도 낮지만, 만약 진짜라고 해도 그녀에게서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 있다는 점도 생각할 수 있지않습니까.

"왕가가 사랑하는 자에게 주는 보옥에는 보통 물건과는 다른 세공이 되어 있다. 우선 보옥에는 자신의 마력을 마석으로 만든 것을 넣는다. 건드리면 자신 안의 마력과 공명해서 그 자체라는 걸 알 수 있다. 거기에 그 보옥은 처음에 건네진 인물의 마력도 기억하여, 그 인물 곁에서 장시간 멀어지면 빛을 잃지."

"그렇다면, 정말로 그녀가 엘리자베이트님입니까!? 그런데 어째서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까요......"

아, 그렇구나.
나는 거리에서 윌리엄님이 그녀를 처음 만났을때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났어.
그녀에게는 이름을 대지 못할 사정이 있거나 최악의 경우 기억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와 다른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는 것은, 그녀는 "기적의 처녀"의 생존자라는 말 아닙니까!!"

왕궁에 모여 있던 약혼녀 후보들은 신분도 나이도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의해 결정되어 있었냐면, "기적의 처녀"가 될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닌가이다.
왕의 사랑이라는 것이 첫째 조건이 되지만, 거기에 더해 그 상대가 '기적의 처녀'라면 나라에 더 큰 복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기적의 처녀들에겐 몸 어딘가에 꽃잎 모양의 멍이 있다.
그에 따라 판단하여 극진히 보호되었다.

그러나 3년 전, 둘째 왕자와 외출했던 레일라 님 이외의 약혼자 후보 전원이 참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윌리엄 님의 약혼자가 될 수 있는 기적의 처녀는 없어져 버렸을 것이다.

"그렇군, 뜻밖의 수확이 있야. 이렇게 되면 무조건 윌리엄이 그녀를 왕궁으로 데려오게 해야겠군......"

신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
지금 이대로는 아무리 봐도 윌리엄 님에게 승기는 없다.
이 임무를 수행시키는 것은 곤란한 점이 있다.
어떻게 달성할지 계획을 짜야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폐하와 이야기를 하자 아무래도 걸리는 일이 있었다.
예전부터 느꼈던 것이었는데 이번에 그게 더 분명해졌다.
폐하께서는 사실은 윌리엄님이 아내가 될 여인을 데려오기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윌리엄 님의 아내가 될 여자를 찾아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치고는, 계획은 나에게 떠맡기고는 신용한다고 말하면 듣기는 좋지만 너무 적당하다.
신부 구하기가 난항을 겪어도 초조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여행의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데 폐하.둘째 왕자를 국왕으로 삼고 싶지 않은 진짜 이유는 도대체 언제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처음부터 진상을 캐내려 해도 오히려 수확은 적은 법이다.
나는 우선 주변사실부터 공략하기로 했다.
이 일은 폐하가 제일 먼저 제2왕자가 국왕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고해받았을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애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 허술하다.
의아해 할 만하다.

"역시 그런 이유만으로는 납득되지 않는가. 너한테도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불확정 요소도 많은 정보이기 때문에 말해야 할지 망설여졌는데."

이번에 전혀 몰랐던 놀라운 사실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
하지만 그런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듯 추궁하자 엄청난 충격의 폭탄이 터졌다.

"첫 왕자 디온의 죽음에는 둘째 왕자 클라렌스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저는 약 장수(남)으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분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