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 장수(남)으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1장 37화 종자의 마음

다메즈마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6월 3일 (수) 14:43 판 (새 문서: 둘째 왕자 죽이겠어. 내 머리에는 그 생각만이 멤돌았다. 당장이라도 이 나라에 있는 둘째 왕자를 찾아가 그 숨통을 끊어놓고 싶은 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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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왕자 죽이겠어.


내 머리에는 그 생각만이 멤돌았다. 당장이라도 이 나라에 있는 둘째 왕자를 찾아가 그 숨통을 끊어놓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러나 간신히 남아 있던 내 냉정한 부분이 그것을 말렸다. 그런 짓을 해봐야 소용없다고. 여기서 제 2왕자를 살해했다 쳐도 나는 반역자로 낙인찍혀 쫓기는 신세가 되 버린다. 후계자가 없어진 이 나라에 혼란이 생겨 더 큰 번영도 평화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은 큰 타격이다. 그렇다면 합법적인 수단을 써서 둘째 왕자를 사회적으로 말살하고, 그 다음에 육체적으로도 말살하면 그만이다.

내가 존경하는 디온님을 빼앗은 둘째왕자에게는 복수를 이뤄야한다.



그 후의 폐하의 말씀은 한 귀로 흐를 뿐 내게 안 들리지. 나는 그대로 왕의 집무실을 뒤로하고 쉴새없이 왕실을 뛰쳐나와 하뷔란타로 향했다. 우선은 제2왕자를 대신할 사람을, 윌리엄님이 차기 국왕으로 국민에게 인정받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최소한 "기적의 처녀"를 아내로 하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 된다. 어떻게든 둘 사이에 사랑을 쌓게 해야 한다.

밤새 달려 어렵지 않게 국경을 넘어 하뷔란타에는 오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폐하의 그 상태를 보아 하건데 시간은 별로 남지 않았다. 제2왕자가 국왕이 되어 버리면 엑소시스 왕국은 멸망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것보다 둘째 왕자를 망자로 만들기 더 어려워진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윌리엄 님과 머물고 있던 숙소 문 앞까지 도착해 있었다. 문안에서는 대량의 약초를 안은 류카가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류카씨.약 만들어요? 힘들 것 같아요.


 몸에 밴 사교사령의 스킬로 웃는 얼굴을 붙인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대하면 불이익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있을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의 웃는 얼굴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겠지만.

 류카도 사교사령으로 아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인사를 했을 뿐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거기서 나는 어떤것을 깨달았다.

 류카는 계획을 진행시키는데 방해가 되는 존재인 것은 아닐까.

 윌리엄 님과 엘자 사이의 장애물은 엘자의 의사 외에 애인이 되고 있는 류카의 존재다.

 류카가 있는 탓에 엘자는 윌리엄 님의 고백을 계속 거절해 왔을 것이다.


무례하게 미안합니다.실은 저 류카 씨에게 긴히 부탁이 있어요.


 걷기 시작한 류카를 따라갈 듯 말을 꺼냈다.

 그리고 세상이야기라도 하듯 남의 좋은 미소로 고한다.


"엘자 씨한테서 손을 떼세요."


 ………。


 침묵이 흐르다.

 류카는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엘자 씨와 헤어지자는 거예요.


 표정 바꾸지 않고 다시 한번 전하겠다.

 그래도 류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어리둥절한 듯 굳을 뿐 반응이 없다.

 그런 류카의 태도에 화가 났다.

 시간이 없는데도 이런 곳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을 수는 없다구.

 기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나는 그만 혀를 차 버렸다.

 아, 이러다간 더 이상 좋은 사람 제라르로는 있을 수 없게 되네.

 자, 됐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난폭하게 머리를 휘저었다.

 꾸민 지금의 나는 할 일이 없어지고 있었지만, 이것은 옛부터 화가 났을 때 해 버리는 버릇이었다.

 그리고 류카의 胸살을 잡아 벽에 눌렀다.


쟤는 꼭 필요해!!네가 있는 탓에 파멸할지도 몰라......너 따위로는 구할 수 없어!!"


 주변에 파릇파릇한 질 좋은 약초가 널려 있지만 그런 건 신경 쓸 수 없다.

 엘자는 필요해.

 나라가 제2왕자로 망해버릴지도 모른다.

 류카가 있는 탓에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저 나라를 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은 저 둘뿐이다.

 그러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계획에 방해가 되는 것은 배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류카를 잡는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괜찮아. 사실 나랑 엘자는 사귀지 않았으니까.윌 응원하고 있어"


 그러자 류카는 내가 갖고 싶은 대답을 하고 달려갔다.

 맞아, 그거면 돼.

 하지만, 목적을 달성했다고 하는데 나는 달성감 따윈 느낄 수 없었다.

 슬픔을 감추듯 희미하게 웃으며 종이를 건네준 류카는 그 달려가는 옆 얼굴에 눈물을 글썽였다.

 그런 표정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류카는 나의 위협에 겁먹어서 대답한 것이 아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 후에 자신이 물러날 것을 선택한 것이다.

 류카의 그 표정과 행동은 내 마음을 흔든다.


야!! 너 그놈한테 뭐랬어?그녀석과는 관계없겠지!!"


 어느새 그 자리에는 윌리엄 님이 나타나서 나에게 고함치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나는 어딘가 먼 곳에서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과는 다른 뭔가 말을 자아냈다.


"당신이 우물쭈물하니까 안 된다구요!왕은 이제......"


 그렇게 말하면 상냥한 이 왕자는 분명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책략적인 감정을 갖지 않는 부분의 자신이 만들어낸 말.

 생각대로 윌리엄님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감정이란 쓸데없는 것과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나는, 누군가를 상처입힐 때까지 하고서 손에 넣은 행복따윈 갖고 싶지 않아!!"


 힘찬 눈망울로 정면으로 마주보며 분노와 슬픔이 담긴 외침을 쏟아냈다.

 이 강한 울림에 충격을 받은 듯 사고가 확실해지고 현실로 되돌아가 아찔했다.



 ......엇, 나는 무엇을 해버린걸까?

 이런 거 디온 님을 죽인 둘째 왕자와 똑같지 않니?

 분노에 의한 힘은 판단력을 흐리게 할 뿐이다.

 냉정해져서는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윌리엄 님과 가까이 지내면서 온 나라가 말하는 것 같은 인물상과는 동떨어진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서투르지만 남을 배려하고 행동하는 사람.

 노력은 결코 게을리하지 않는 근면한 사람.

 불찰하게도 디온 님과 형제인 줄 알았다.


 ......이제 인정해야겠는걸.

 나의 모든 것은 디온 님이였어.

 과거도 앞으로도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확연해졌다.

 지금은 윌리엄님께 끌리고 있는 자신이 있다.

 디온 님보다는 못하지만 이 사람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싹트고 있었다.


 게다가 류카도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엘자를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에 곁에서 지켜봤을 텐데, 자기 마음보다 더 도움이 되는 것을 우선시 할 수 있다.

 쉽게 상처를 줘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엘자를 데려오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기분이 희생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디온 님, 저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무심코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사자는 침묵을 지키다.

 그 물음에 대답하는 자가 있을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