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 장수(남)으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1장 38화

다메즈마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7월 5일 (일) 15:59 판 (새 문서: 다음 날 아침 우물가에 가자 우물에서 물을 깃는 제럴이 있었다.<br> 그 모습을 보자 나는 반사적으로 발걸음을 돌여 그 자리에서 떠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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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우물가에 가자 우물에서 물을 깃는 제럴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반사적으로 발걸음을 돌여 그 자리에서 떠나려 했다.
거절당한 사람에게는 역시 겁이 난다.
옛날부터 그런 성격을 바꾸려 했지만 좀처럼 잘 안 되는 것같다.

“기……기다려 주세요!!”

뒤에서 나를 멈춰 세우려는 그런 소리가 들렸다.
제럴과 여기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기에 못 알아차릴 것이라 생각했다만 내 모습을 들켜버린 것같았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아직 내게 제럴과 이야기할만한 용기는 없었지만 각오를 다져야만 한다.
나는 제럴이 여기로 걸어오는 동안에 슥슥 한 줄 종이에 쓰고는 그것을 그에게 건냈다.

<걱정 안 해도 괜찮아. 제대로 윌을 서포트해줄게>

분명 제럴은 내게 다짐을 받으려 온 것이리라.
결국 엘자와 바로 떨어지기는 무리고 어제도 그대로 같은 숙소에서 머물고 있고.
그대로 나는 확실하게 약속을 지키려 생각하고 있으니까.

“아닙니다! 당신에게…… 그…… 사과하고 싶어서……”

넘긴 종이를 본 그는 힘차게 그것을 부정했다.
그리고 뭐라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뜸을 들였다.
내가 예상하지 못 한 제럴의 말에 놀란 사이에 눈 앞의 인물은 제대로 90도로 머리를 숙였다.

“죄송했습니다! 당신에게 생각이 짧아 심한 말을 해 버렸습니다. 어제 저는 초초해져서 미쳤다고 말해도 변명밖에 안 되겠지요. 사과했다해도 어제 말해 버린 일은 주워담지 못 하고, 당신에게 상처를 줬음에는 변함이 없음을 압니다.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음은 알지만 부지 제 마음만이라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단숨에 머리를 숙인 채 말을 끝낸 제럴은 말을 다 했음에도 아직 고개를 올릴 기색이 없다.
어제 제럴의 자세를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이 믿을 수 없어 나는 그저 멀거둥히 동요했다.
그래도 제럴에게서 전해져 오는 것은 정말로 마음 깊숙한 곳부터 나오는 사죄하고자 하는 마음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언제가 선을 그은 듯이 친절한 듯하지만 어딘가 무기질같은 웃음과는 달리 어제 보인 듯한 표정같아서 제럴의 속마음에서 나온 것같다.
나는 그런 그에게 할 말을 자아내 웅크려서는 얼굴 아래에 가져다 댔다.

<얼굴 들어. 어쩔 수 없는 것이었겠지. 나는 괜찮으니까>

용서하고 말 것도 없이 나는 제럴이 어제 한 말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대답했다.
나도 엘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사과받아야 할 일따위 아무 것도 없을 지인데.
허나 내 그런 태도에 제럴은 눈에 띄게 놀라며 세차게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나를 슬픈 듯이 바라보았다.

“당신은… 어째서…”

그리 혼잣말을 하는 듯 중얼거리고는 무릎을 굽혀 나와 시선을 맞추며 살짝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다정하게 타이르 듯 이리 말했다.

“신경을 쓰세요. 더 자신을 소중히 여기세요. 더 자신에게 자신을 가지세요. 더 자신이 바라는 대로 자유로이 사셔도 돼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괴로운 듯이, 미안하다는 듯이 덧붙인다.

“죄송합니다. 당신에게 엘자를 손을 떼라고 말한 제가 할 말은 아니죠. 하지만 그것만은 물러설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제럴은 머리를 숙였다.
허나 그런 그의 모습에도 바로 반응하지 못 할 정도로 나는 그가 한 어느 말에 충격을 받았다.
자유로이 살아도 된다.
그런 말을 들은 것은 태어나 저음이었다.
엘리자베트로서 살 적에는 기대를 안 받는 중에도 필사적으로 폐가 되지 않는 것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 속박에서 빠져나왔을 터인 지금도 자유로이 살자니, 그런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처음으로 생긴 소중한, 내가 있을 장소를 뭉게트리지 않도록.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무의식으로도 그리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자유로이 살라니 나는 그리 커다란 것은 안 바란다.
분명 엘자를 위해서 산다는, 자신에게 목적을 부여하여 지금까지 살아 올 수 있었다 생각한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 생각은 안 바뀐다.

그래도 나를 그렇게 걱정하여 생각해 준 제럴에게 기뻤다.
어떠한 사정이 있는지 모르기에 더욱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곧은 마음이 가슴을 적신다.

제럴은 지금 자신의 마음과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내게 저지는 짓에 대해서도.
이대로는 계속 죄악감에 지배당하여 자신을 책망할 수 밖에 없다.
나도 엘자를 지키기 위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빠져 나갈 수 없는 경우에 같은 생각이 들겠구나란 상상이 된다.
그리고 그 때 어떤 말을 들어야 구원을 받을지도.
나는 다시 써 내렸다.

<그럼 대신에 제럴이 내가 있을 곳을 찾아줘! 어중간한곳이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벌을 내린다.
일을 내린다.
그리하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나라면 그렇다, 그랬으면 좋겠다.
여기서 내가 제럴에게 용서한다고 말한다하여 아무런 의미도 없다.
제럴을 가장 못 용서하는 자는 제럴 자신일 테니까.
내게 용서를 받는다고 해도 제럴은 더욱 더 자신을 책망하리라.
그러니까 나는 용서한다는 말을 안 사용하겠다.
내가 안 용서하는 대신에 제럴은 자신을 용서해줘.
그런 마음을 읽히지 않도록 나는 최대한 열심히 뻔뻔하게 심술궂은 웃음의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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