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화 아씨와 나와 입학날… 오전

다메즈마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4월 24일 (금) 08:43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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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은 입학식.
장황한 이 학원의 성립이나 역사, 교칙을 듣고 난 후 반 배정이 발표된다.
솔직히 성립이나 역사는 흥미없고 교칙은 이미 암기했기에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래서 반배정을 듣고 놀랐다.
설마 한 관계자 전원이 같은 반.
5개 반이 있는데 모두 같은 반이라니…
그치만, 뭐 괜찮아.
아씨와 에딘만 클래스가 달랐다면 오늘 밤중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에딘을.
교실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아씨에게는 일절 다가올 기미는 없지만, 경계는 언제나 해야 한다…!

"비, 빈센트… 같은 반이 됐네요..."
"예? 아, 예, 그렇군요, 스티븐님,"

약 20명인 학급
남자 10명, 여자 10명.
자리는 신분 순이여서 나는 제일 복도 쪽 끝.
그런데도 쉬어도 되는 듯한 분위기가 되자 굳이 스티븐 님이 오셨다.
쪼르르 다가오더니, 손을 모으고 수줍게 미소 짓는 스티븐 님은 그저 미소녀에 지나지 않는다.
어… 같은 반 남자들의 시선이 왠지 스티븐님께 집중되어 있는 듯한데…!
기, 기분은 이해 된다만!

"그보다, 아씨는 창가 쪽이었군요."

스티븐 님을 살며시 지나쳐…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왔네… 창가 맨 뒷자리 아씨에게 다가간다.
레오하르 님이 창가 쪽 제일 앞, 재상가 도령인 스티븐 님이 두 번째 자리, 공작가 도령인 에딘이 셋째인 건 뭐, 알겠는데.
백작가 아씨가 설마 한 창가라니.
그보다…
"칠판 보이시겠나요?"
"괜찮아. 게다가 좌학은 잘하는데, 뒤쳐지지는 않을게야"

그렇겠죠.
믿음직스러워…

"…그래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니?"
"물론 아가씨 백옥같은 피부가 햇빛에 타지 않도록 차양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안심해주시요, 오늘 안에 제작이 끝날 것이에요"

이런 일도 있을까봐 검은 천은 준비해 왔다.
아가씨가 햇볕에 타지 않도록 확실히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창문의 크기를 재어 얇지만 햇빛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천을 커튼 모양으로 꿰맨다!

"필요없단다."
"예!?︎"
"오후 실력 테스트로 자리를 바꾸겠다고 아까 선생님이 말씀하셨잖니."
"그 사이에 아가씨의 피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실겁니까!?︎"
"괜찮으니까 좀 진정해."
"저는 냉정합니다!"

허나 아씨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큭, 아씨가 곤란해 하시면 차양막은 포기할까… 하지만…

"저기, 로나 님, 빈센트, 점심 식사하러 가시는 것이 어떨까요? 오후는 필기 테스트와 신체능력 테스트라고 하니까요."
"그렇네요."
"아씨, 점심식사에 관한 보고가 한가지 있습니다."
"응? 뭐니?"
"도시락을 싸오지 못했어요…!"

아가씨 픽업과 도시락 때문에 평소처럼 일어났는데 방에서 나오자마자 방이 3층 스티븐 님에게 잡힌 것이다.
그후에는 느긋하게 아침식사와 차와 잡담을 나누며 등교시간이 되었다.
후회하지만 후회하지 않을거야!
하지만 미소녀다운 사랑스러움을 뿌리치는 스티븐 님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어.

"……그렇구나"
"반응이 희미해요 아가씨"
"빈센트는 요리도 할 수 있습니까?"
"5년 정도 전부터 알고 지낸 겁니다.지금은 우리집 요리사 못지 안 답니다."
"와, 그거 대단하네요. 저도 빈센트의 요리 먹어보고 싶어요."
"아, 그럼 내일은 아씨의 도시락과 함께 스티븐님의 도시락도 만들어 드릴게요."

"그러니까 내일은 일을 시켜 줘요."

"정말요!?︎ 기쁩니다!"

……양심이 아프구나, 스티븐 님의 천진난만한 미소.

"그건 흥미롭군. 빈센트, 내 몫도 부탁할게."
"레오하르 님"

뿅하고 나타난 왕자님.
…그, 그제서야 나는 아가씨, 스티븐 님, 레오하르 님이라는 꽃밭에 둘러싸여 버렸다.
게다가, 내일 이 3명에게 도시락을 만든다, 라고?

"기꺼이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먹지 못 하는 음식은 있습니까?"
"…저, 저는 피클을 잘 못 먹어요.
"나는 안 달기만 하면 안 가려"
"어라, 레오하르 님은 단 것을 잘 못드시나요?"

꿀차 되게 좋아하잖아.
매년 아가씨 생일에는 꿀차를 요청하시는데.

"사실 설탕을 잘 못 먹어서. 음료수나 과자 따위에 쓰이면 구역질이 나."
"그건 또 핀포인트라서 특이한 걸 잘 못먹는군요. 알레르기요?"
"알레르기라고 하면 알레르기인가?"

뭐야 그거.
고개를 갸웃거리자 옆에서 스티븐 님이 표정이 흐려진다.
뭐, 어때.

"그럼 설탕은 넣지 않고 만들게요"
"와~ 기대된다~"

…왠지 레오하르님 편승하는 점은 마샤를 닮았구나...
아 맞다…!

"라이너스 님도 어떠세요?"
"어!? 나도 괜찮을까!?"

아씨의 앞자리에 앉아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라이너스 님.
아니, 그렇게 끄거운 시선을 받으면 어쩔 수 없잖아.
실은 아씨 이외에.. 하물며 사내자식들에게 먹이는 것은 본의는 아니지만.. 스티븐 님과 레오하르 님은 별개랄까..
에잇, 너도 덤으로 해주지!

"…빈센트!"
"왁! 예?"
"너… 좋은 놈이구나!"
"고, 고맙습니다…?"

갑자기 손을 잡아서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그보다, 평민 출신인 내게 이렇게 똑바로 감사를 전하다니 너야말로 좋은 놈이야!
그렇지만 슬슬 손을 떼지 않겠나.

"저… 라이너스 님?"
"그…그래서 그…꿀차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리스가의 그것은 아니지만 만드는 것이라면 간단하게 할 수 있으므로 내일 함께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아, 아뇨.."

마음에 든 건가.

"그치? 리스가의 꿀차는 맛있다고 했지?"
"아, 예."
"흥, 시시해."
"어엉~?"
"뷔니, 참아"
앞자리에서 에딘이 팔짱을 끼고 이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욕한다.
꿀차를 칭찬해 주신 분은 레오하르 님이라고요!
소꿉친구라고는 하지만, 정말 불경한 소리를!

"꿀차 등 싸구려 물건을 마음에 들다니, 레오, 너도 왕족로서 자각이 부족한거 아냐!?"

레, 레오하르님을 반말로 불러!?︎
야, 아무리 소꿉친구라도 그건 아니지!

"꿀차 싸던가~?"
"꽤, 꽤 고급품이에요. 리스가의 꿀은 특히"
"저희 집안 꿀은 꿀벌이 모아오는 꿀도 꽃을 품종 개량하여 달지 않고 고상한 맛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꿀벌이 모아오는 꿀…이라는 소리는, 직접 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인가!?︎"

라이너스와 스티븐이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놀라고 있다.
뭐, 보통 놀라겠지.
하지만 아씨는 원래 꽃을 좋아하는 편이다.
마샤가 온 뒤 더욱 지식도 늘어 리스 백작가는 난항을 겪던 양봉도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나도 그렇게까지 하기 시작할 줄은 몰랐고 양봉마저 손을 대니, 리스 백작가의 앞날을 점점 알 수 없다.
만약 배드엔드로 작위를 빼앗기고, 토지나 건물을 빼앗겨 저 광대한 목장…… 농원이나 과수원등을 잃어도 리스 일가는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리스가는 농업이나 양봉 사업도 하고 계십니까?" 화, 확실히... 리스 백작가는 영지를 관리하는 가문으로 아는데…"
"예, 센트럴의 동쪽을 맡고 있습니다."
"왕도에서 소비되는 식량의 절반은 리스 가문의 토지에서 조달되고 있지요."
"상가인가요?"
"장사에는 그다지 힘 쓰고 있지 않습니다."
"예? 무슨 말씀이세요?"

곤혹스러워하는 스티븐 님.
내가 자세히 설명 할 수 없는 것이 슬픈 일이지만, 리스 백작가는 본래 왕가에서 토지를 맡아 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나으리는 그 땅에 사는 사람에게 농업이나 양봉, 축산등의 노하우를 지도하여 생산성과 품질을 현격히 향상시키고, 농민과 상인의 협상도 나으리가 주선해 원만한 관계를 맺게 되었으며, 센트럴 구의 식량은 그 절반가량을 리스가가 관리하는 토지가 생산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즉 리스가가 관리하는 토지는 이익이 나도 있다.
아마 다른 지역보다.
나으리는 지위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 작위 승격을 여러 번 거절했다지만 리스 백작가의 권력은 공작가와 손색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아씨가 공작가 에딘이나 라이너스의 뒷자리에 다른 후작가의 도령이나 규수들을 제쳐놓고 앉아 있는 것은 그런 사실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아, 자랑하고 싶다…!!︎
하지만 아가씨 절대 싫어할 거야~!!︎

"흥! 어느 쪽이든 촌놈귀족이나 다름없지!"
"그것은 우리 벡포드 가문에 대한 모욕인가, 딜리에어스!?"
"뭐? 네놈을 말하는 건 아니야."
"그럼 로나 양에 대한 모욕인가? 당신의 약혼녀지!?︎"
"아버지가 마음대로 결정한 것이다! 안 그러면 누가 저렇게 붙임성 없는 계집을…"

죽인다

"뷔니 안 돼"
"물론이죠, 아씨. 안심하셔도 됩니다, 아씨가 보실만한 곳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내가 보지 못한 장소에서도 안 돼"
"에딘, 로나 곁에 있는 편이 안전할지도 몰라."

하하, 하고 레오하르 님이 힘없이 웃으며 충고하지만 에딘은 화가 난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짜증나!'라고 쏘아붙인다.
진짜로 해줄까?
쓰레기 중 쓰레기인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개쓰레기 새끼일 줄이야!

"뭐야, 벡포드... 그런 짜증나는 계집이 취향이야? 뭐, 겉이야 예쁘니까… 갖고 싶으면 주마. 네가 반했다면 아버지도 약혼해소를 수긍하시겠지."
"네…!"
"에딘"

콰직, 하고 머리 한구석에서 뭔가가 부셔질 때, 아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씨가 내 손을…
아씨가 내 손을……

존귀한 아씨가.

충격이 덮어진 덕분에 경직된 내 옆에서 다른 목소리가 쓰레기 새끼의 움직임을 멈췄다.
푸른 눈동자가 가늘어지다.

"지금 건 듣자니 가슴 아프네"
"으..."

왕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말투
게다가 웃는 표정으로, 가벼운 어조로.
하지만, 그렇기에…

"미안해, 로나. 친구 대신 사과할게"
"신경 쓰지 않아요. 속 빈 강정같은 말에 상처를 받을 만큼 섬세하지 못해서요."
"와아."
"와아…… '장미소녀기사 엘리제'같아… 멋, 멋있어…"
"……윽"
"…ㅁ…뭐…엇!"

어이없어하는 라이너스와 에딘.
스티븐 님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지만 기분은 잘 안다.
역시 아씨...멋있어!!

"그보다 점심식사하러 가시지 않겟나요? 시간이 없어질 거예요."

나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멈춰진 듯한 교실 안이 그 말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잊어버릴 뻔했지만 지금은 입학 첫날 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