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07. 평범한 귀족의 아가씨는

자기 일은 스스로한다. 이 건 내게 당연한 것이기에 시녀가 해야할 일을 내가 하는 것에 혐오를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 시녀처럼 누군가의 일을 한다... 그다지 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없다. 하물며 좋은 이미지가 없는 귀족을 섬기는 일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봉급을 받는다고 해도. 아냐, 기간한정이라면 돈을 위해서라면 열심히 할 수 있을 지도. 으~음.

반대로 귀족의 아가씨로서 빈틈없이 극진히 섬겨지는 건...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무리, 무리야. 우웩.

어머니처럼 재봉사가 되어서 생활한다 다소 가난해도 문제없다. 그저 지낼 장소를 확보할 수 있다면, 이지만. 그것까지는 저축하지 못했으니까아.

애초에 지금, 장래의 대한 상상을 계속 생각해야 하는 건가?

아니 아냐, 성인이 되기 전의 지금이야 말로 누구나 장래에 관한 꿈을 꾸며 우수한 관리로서 왕궁에서 채용받아 출세한다 던가, 멋진 저하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하는 것같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책에는 어떤 것에도 그런 이야기가 쓰여 있다. 흠.

나로서는 그 전에 나이 또래의 친구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다. 책 안에서 묘사되는 우정, 책략, 라이벌... 어떤 것도 내가 경험한 적이 없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은 오히려 장벽? 산? 이려나.

연애? 지금 생각하면 가끔 가면 덤을 주던 정육점의 오빠은 좋아했다. 첫 사랑이라기 보다는 먹이에 길들려 지는 것이 기쁜 것이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젠 어엿한 배가 튀어나온 아저씨가 되어 버렸지만.

오랫만에 도르시에 선생님을 저택 복도에서 만났을 때, "독서"를 권유받았다. 그것도 청년을 대상으로 한 책을. 청년을 독자로서 대상으로 한 책은 얼마 전에 간행된 것이지만, 도서실에 있던 언니분들이 읽은 것인 듯한 책을 빌려서 어찌 시간을 변통하여 읽었다.

그것이 아까 전의 감상.

역시일까, 나는 아마 평범한 귀족 아가씨의 감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도르시에 선생님은 책에서 젊은이가 가져야 할 꿈을 배우게 하려는 것일까? 지식으로서 기억해 둘까?

바뀌어서 나아진 것이 적은 생활, 책은 좋은 자극은 되었다.

어느 날, 메이드복에 내가 자수한 것을 메이드장이 눈 안에 들어갔다. 자수 실력이 떨어지지 않게 원단과 같은 색으로 눈에 띄지 않게 밑단에 한 건데 말이지. 달팽이처럼 얽혀서 이어지는 꽃과 잎을.

"치마을 걷어 올려서 발이 보이는 데요."...라고는 소리 낼 수 없는 분위기였다. 아무 말 없이 찌릿 매의 눈으로 가까이 대며 손가락으로 자수를 되짚는다. 작은데다 남색 원단에 감색 실이니까 눈에 띄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수할 곳이 부족해서 자락 뒤에도 자수했는데, 이것도 눈치챈 듯 보였다.

"당신이 이 자수를 한 것입니까?"

봤잖아요, 알 수 있죠? 라고 말하고 싶은 걸 억누르며 끄덕이는 나. 그 후로 내 업무에 드레스에 자수를 하는 것이 늘렀다. ...부업이라면 돈을 받을 수 있는데. 자수 재료는 말하면 받을 수 있지만, 플로레님이나 언니분들의 의뢰라고 들어서는 거절같은 건 할 수 있을 자신이 없다. 빨리 하라고 재촉받지 않아서 다행이지. 플로레님의 옆에만 있을 터인 메이드장이 어째서 이 날에만 나와 만났던 것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자수를 구실로 해서 어머니와 지냈던 정원사의 소작업실에 대놓고 갈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가 남긴 자수 도안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안을 구하기 위해 화초 스케치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작은 방의 먼지를 털고 간단히 청소하여 간이 난로에 불을 붙여 물을 끓인다. 그저 황무지가 되어버린 밭에 박하 잎을 따 삶아 민트차를 끓인다.

"하아"

무심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저택의 부지 안에서 하루 종일 눈길을 느끼지 않는 것은 오랫만이다. 테이블을 손을 뻗어 자수 도안을 그려 냈다.

스케치를 위해서 종이를 가지고 내가 저택 부지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게 되었지만 내가 저택을 빠져 나와 거리로 가는 횟수도 늘어났다. 아버지를 도와주는 것은 물론 제대로 하고 나서 외출했다. 늘었다고 말했지만 기껏해야 10일에 1번.

저택을 빠져 나가 가는 수예용품을 취급하는 가게가 늘었다. 무늬가 없는 손수건을 사두면 시간이 남을 때 자수를 하여 내 임시소득으로서 옷가게에 파는 것이 약속이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을 바라보며 유행을 확인한다. 색상과 무늬. 귀족들은 유행하는 물건을 아주 좋아한다. 귀족의 흉내를 내는 거리주민. 거리에서는 전혀 귀족을 만나지 않지만. 어디서 아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예쁜 것이나 아름다운 것은 아주 좋아한다. 몸에 달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쩌면 내가 거리에 가고 있는 것은 들켜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듯한 자주를 하고 있는 탓인지, 아버지에게 지시받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탓인지, 내게 관심이 없는 탓인지, 책망하는 일을 없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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