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08. 터닝 포인트

15살을 맞이할 쯤에도 아버지의 업무를 서류의 사본이나 계산을 하며 도와주고 있었지만 훌륭히 일하는 모습이 호평을 얻은 듯하여 넘겨지는 서류의 분야가 다양해 졌다.

아버지가 관리하는 영지는 왕도에 있는 저택에서 마차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다. 다른 귀족과 비교하면 다소 좁은 영지지만, 하천의 덕을 받는 근교농업지으로서 윤택했다. 비교적 왕도와 가까운 장소에 있었기에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겔란 오라버님과 아버지는 영지로 외출갔다. 돌아와서 올라온 보고를 서류에 정리하고 있어서, 그것이 최근 내가 주로 도와주는 주요 업무다.

달리 지인이 없는 나라면 보고서의 내용을 달리 흘릴 수도 없다. 다과회나 밤모임에 가지도 않으니까. 거기에 뭐, 일단 이래뵈도 사우전트가의 일원이기에 제대로 지켜야 할 것은 지킬 겁니다. 지금까지 키워주었으니까.

자수를 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 것이 안타까웠다. 제 1 우선순위는 아버지에게 부탁받은 업무다.

...단순한 숫자 모음이었어도 비슷한 서류를 취급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무엇을 나타내는지 나는 배운 것이 적으면서도 이해하게 되었다. 입으로도 얼굴으로도 그런 기색은 내지 않지만. 적은 정보에서 커다란 정보를 찾는 것은 특기라고.

다양한 의미로 그런 식으로 지내 왔으니까 말이지.

착실히 일을 처리하고 있는 사이에 아버지나 오라버님에게 나름대로 신용을 얻을 수 있게 된 듯하다. 겔란 오라버님의 눈은 여전히 냉랭하지만, 직접 서류 지시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오라버님이 직접 말을 건 것은 오랫만이였기에 놀라서 바로 대답하지 못하여 오라버님이 혀를 찼짐나.

그런 가운데 왕도의 왕립도서관까지 심부름을 부탁받았다.

내가 매일 짬이 될 때마다 저택의 도서실에 다니는 것을 아버지는 알고 계셨던 거겠지. 단순히 모르는 것을 조사하러 가는 것뿐이지만. 대여목록은 거의 내 이름으로 꽉 차 있었으니까, 책을 좋아한다고 여겨진 걸지도 모른다. 목록을 잘 보면 "식물백과"라던가 "염색 비법"이라던가 항상 "귀족연감"이라고 써 있었지만 말이지. 기본적으로 나 이외의 사우전트가의 다른 사람들은 필요한 책은 자기 방에 가지고 있으니까 도서실에 가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포상의 의미도 포함된 거겠지. 점심 식사 후 집무실에 얼굴을 내밀자, 아버지가 메모를 넘겨 주고 말했다.

"왕립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오도록. 어두워 지기 전에 돌아오면 된다"
"...알겠습니다"
"마차를 타고 가면 된다"

뜻밖의 아버지의 말에 놀라서 나는 순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럴 때는 순간적으로 얼굴에 표정이 나와 버린다. 필시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몸을 정돈하고 현관에 가자 마부가 내키지 않는 듯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래라면 그런 태도는 귀족에게 하면 질책해야 할 터지만 나는 긴 습관으로 저택의 사람들에게 강하게 나갈 수가 없다. "부탁드립니다"며 최소한의 말만 걸 수 있었다.

마차을 타는 것은 사교계 데뷔할 때 이후다. 거기다 이번에는 혼자서. 마차 안은 나 혼자. 가만히 타고 있는 것만으론 아깝다. 창의 커튼의 틈새로 슬쩍 거리를 들여다 본다. 경박하다고 나무랄 사람도 없겠다, 처음으로 보는 경치뿐이다. 두근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이런 기분은 오랫만이다.

왕립도서관은 귀족이 많이 사는 상위 구역과 평민이 많이 사는 하위구역의 딱 중간에 서있다.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전문서에서 그림책까지 많은 책이 소장되어 있다고 듣고 있다. 대출할 때는 신분증이 필요하지만. 나도 도서관의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저택에서는 조금 멀어서 도보로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평소 저택을 빠져 나가서 간 것은 30분 정도 걸어서 갈 수 있는 주변의 하위구역의 일부 뿐. 얼마나 내가 흥분했는지 알 수 있을까?

마차를 세워서 나는 내렸다. "4시에 여기에 와 주세요" 마부의 말에 머리를 숙이고 대답했다.

잔디 사이에 이어지는 자갈길을 걸어 가자 왕립 도서관의 정면이 나왔다. 멈춰 서서 건물을 올려다 본다. 커다래...

입가가 허물어지는 것을 스스로 알았다. 당황하여 아래를 보았다. 아무리 유행에 쳐진 드레스를 입고 있어도 3자가 보면 귀족 아가씨로 밖에 안 보인다. 바보같은 얼굴은 곤란하겠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을 하고 도서관 현관으로 나는 들어 갔다.

거친 석조 건물로 창문은 적지만 실내는 밝았다. 몇십만권의 책이 있는 거겠지. 책 특유의 냄새가 난다. 도서관 내부의 안내도를 봐 보자, 2층 건물로 지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평소, 귀족이라고 해도 가족만 만나고 있기에 귀족다운 사람과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 긴장해 버린다. 가벼운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하지만 무심고, 머리카락과 눈동자의 색으로 누군지, 귀족연감에 기재되어 있는 걸 생각해내 버리는 건 대단한 거지.

아버지에게 부탁받은 책은 귀족만 입장할 수 있는 장소에 있는 듯하다. 재빨리 용건을 끝내고 나서 다른 것을 보자고 결심하고 나는 걸어 나갔다.

아버지에게 받은 소개장을 보여주고 귀족만 들어갈 수 있는 장소에 입장한다. 다른 곳과 달리 지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탁받은 책은 세수에 관한 것으로 법률분류 책장에 있는 듯했다. 역시 책이 많이 놓여 있다. 커다란 책장으로 8개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목적했던 책을 바로 찾았지만 그 근처에서 몹시 사용된 듯한 두꺼운 책이 보였다. 무심고 두꺼운 책을 손을 뻗어서 쥐었다. 바로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페이지를 넘겼다.

귀족에 대한 법률책이였다.

"찾았다."

어째서 그 페이지를 열었는지는 모르겠다.

숨을 멈출 것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아버지에게 부탁받은 책을 껴안고 주차장에 서 있었다. 아직 마중오는 시간까지 남았지만 서 있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