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09. 생애 첫…

“괜찮습니까?”

멍하니 서 있는 모습에 꽤나 눈에 띄인 건지, 어느 청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앗, 제정신으로 돌아온 나는 흑발과 하늘색 눈동자를 보고 고서관 귀족 전용 구역의 접수인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상대는 아버지의 소개장을 봤던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겠지. 좋든 나쁘든 유행에 뒷처진 낡은 느낌이 드는 드레스 차림인 나는 인상에 남겠지.

하늘색 눈동자를 가진 인물은 그다지 없다. 거기에 흑발의 청년이라는 같은 나이대라면 거의 한명으로 좁혀지기에 아까전에 누구인지 인식하고 있었다.

서둘러 미소를 지으며 귀족다운 예의를 돌려 줬다. 귀족 규수가 마차주차장이긴 하지만 혼자서 서 있는 것은 분명히 부주의한 것이다.

“에스도스 뒤 노와르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방금 전은 실례되는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보시는 듯이 정말 아무 것도 아니기에. 거기에 곧 마차도 올 것이기에 괜찮습니다”

지식은 있어도 가족 이외의 귀족과 인사 이상의 대화를 한 적은 없는 걸. 이렇게 오래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도 오랫만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았을까? ‘어머나’가 나오기 전에 이 사람에게 떨어 져야지… 아버지를 위해서 빌린 책으로 얼굴의 아래 부분의 반을 가리며 부끄러운 듯한 척을 한다. 아마 이걸로 이 이상은 가까이 오지 않겠지.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은 어디서 만난 적이 있는 건가요? 그대는 사우전트 가의 따님이시죠?”

이제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은데… 사우전트가 관계자에 금갈색 머릿카락이라면 나밖에 없는데, 도서관 관계자인데 귀족연감을 제대로 읽고 있지 않은 건가~? 의아한 듯한 얼굴은 방긋 미소 지으며 대답을 돌려준다.

“귀족연감에 하늘색 눈동자에 흑발의 청년은 노와르백밖에 안계시지요. 저는 사우전트가의 아샤마리아라고 합니다. 정말로 이제 괜찮기 때문에 부디 저에 대한 것은 신경쓰지 말아 주십시요”

…그나마 백작가의 사람이여서 다행이였다. 좀 더 상위 귀족이였다면 이렇게 강제로 대화를 끝내는 것은 역시 곤란하다. 노와르백은 사람이 좋은 데다 얌전해 보여.

얼굴을 숙이고 나는 곤란하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이걸로 더이상 이야기를 계속하려고는 하지 않겠지.

“아샤마리아양, 그러면 나는 이걸로 실례하겠습니다. 또 도서관에 오시면 말을 걸어 주십시요”

슬슬 얼굴을 올려 보자 노와르백은 이미 2미터 정도 앞의 마차의 문을 들어가고 있었다. 하아, 어깨의 힘을 빼자 노와르백이 뒤돌아 보고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뭐가 그의 관심을 끌게 된 걸까?… 이름을 다른 남자에게 불린 것은 처음이였어. 쓴 웃음이 흐른다.

사우전트 가의 마차가 와서 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는 저택으로 돌아 갔다.

저택에 돌아가자 아버지와 플로레님이 정장을 입고 집을 나갈 쯤이였다. 의상을 보면 무도회일까… 플로레님의 정장 모습을 보는 것은 오랫만이였지만 나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평소에는 늠름한 플로레님이 아버지와 있을 때는 빈틈없이 동행하려고 하고 있다. 뭐라고 말하든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나는 언제나 처럼 벽에 등을 가까이 하고 무표전으로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머리를 숙인다.

“…아샤마리아, 무사히 책을 빌려 온 듯 하구나”
“예.”

나는 머리를 숙인 채 대답한다. 보이지 않는 플로레님의 냉랭한 시선이 몸 전체를 찌르는 듯하다.

“그대, 그 차림으로 밖으로 외출한 거니? 그 차림으로 사우전트 가의 이름을 자칭하지는 않았겠지?”

나는 사실을 말할 수 없다. 그 후 어찌 되든… 아무 말 없지 지나가길 바랄 수 밖에 없다. 그 정도의 지혜는 가지고 있다.

“자~자, 이제 시간도 없고 내가 준 소개장을 접수대에 넘겼을 뿐이니까. 어디의 누구인지 자세히는 모르는 거겠지”

그렇게 말하고 아버지는 재빨리 플로레님의 허리를 팔로 감으며 가 버렸다.

어디의 누구인지 모르겠지, 라니…… 그런 거야? 머리카락과 눈, 나이로 꽤나 좁혀질 수 있는데. 아버지는 그닥 귀족연감을 읽지 않는 걸까? 직접 만날 기회가 많으니까 읽지 않아도 누군지 아는 거겠지.

두 분 다 꽤나 호화로운 차림이었기에 오늘의 무도회는 꽤 규모가 크겠지. 아마 오라버님과 언니분들도 참여하겠지.

그러면 오늘 내 저녁식사는 주방에 가서 준비된 밥을 받아서 와야지. 혼자가 된 시간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딱 좋았다. 도서관에서 찾은 것에 대해서 잘 생각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집무실에 책을 놓기 위해 향했다. 오늘 밤은 길다.

다음 날, 장식은 없지만 유행에 뒤쳐지지 않은 드레스가 내 방에 배달왔다. 새 옷은 처음이였다. 외출용으로 하라는 거겠지.

박에 나갈 기회가 또 있다고 말하는 거려나? …지금의 나는 아직 하라는 대로 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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