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12. 흘러가는 일상

아버님나 플로레님은 나를 다도회나 야회에는 참가시킬 마음이 없는 듯했다. 내 모습을 다른 집에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일까? 돈을 지불하여 옷을 꾸미는 것이 싫은 걸까......? 단순히 내버려 두고 있는 걸까?

화려하고 밝은 세계를 본 적은 없지만 대신 다른 귀족의 허세나 악의에 직접 노출당하지도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지켜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도서관에 가 심부름을 하고 돌아온 후 잠시 뒤에 갔던 야회에서 아버지에게 노와르 백작이 이야기를 걸어 버렸다.

“오랜만입니다. 사우전트 백작, 저번에 저는 따님인 아샤마리아양과 처음 만났습니다. 오늘 야회에는 안 온 듯하지만, 건강히 지내고 있는 걸까요?”

노와르 백작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와 아버지는 꽤나 곤혹스러웠던 듯하다. 플로레님이 옆에 없었기에 나에게 있어 행운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도서관 근무와 고미술계, 수수한 업무를 맡은 사람끼리 교류가 다소 있기에 안면이 있던 듯하다.

다음 날, 언제나 같이 서류를 맡으러 집무실에 가자 아버지가 “노와르 백작과 무슨 이야기를 했나?”라던지 “걱정시킬 듯한 행동을 했던 것이냐?”라고 갑작스레 물었다.

“딱히 아무런 것도……”

라고 밖에 나는 말하지 못하고, 그 멍하니 있던 것을 보였지, 라고 생각했지만. 특이한 사람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는 말할 수 없고… 아버지는 그렇다 치고, 플로레님의 분노는 사고 싶지 않다. 어릴 적에 부채로 얻어 맞은 것은 나에게 커다란 트라우마가 되었다.

어디서든 노와르 백작을 만나도 가까이 하는 것은 멈추자고 나는 결심했다. 귀족인 친구나 지인은 만들고 싶지 않다. 그 후로도 내가 야회나 다도회에 출석하라고 들은 적은 없었지만 말이지.

서류업무를 돕는 짬짬이, 나는 저택을 빠져 나와서는 평신의 삶을 관찰하기 위해서 거리로 향했다. 내가 평민이 된다면 왕도에서는 살 수 없다. 살고 싶지 않다. 평소에 도보로 가는 거리의 사람들 중 몇몇은 내가 어디의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공공연하게는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어떤 이유든 있어도 평민이 된다면 상당한 소문의 씨앗이 되어 버리겠지.

그렇다고 빈민가는 무서워서 살 수 없고, 왕도 밖의 거리에 마차를 얻어 타서라도 갈 수 밖에 없으려나, 라고 생각하고 있다. 10대 여성 혼자라도 느긋한 시골이라면 살 수 없으려나, 생각하고 있지만……정보수집을 해야 겠지.

어딘가에 머물 곳을 준비할 때 필요한 것은 우선 돈이다. 꽤나 전부터 쪼금 쪼금씩 엄마와 같이 저금해 온 저금은 있지만, 큰 묵돈은 아니다. 조금 더 해서 성인이 되어 평민이 되는 것을 생각한다 해도 조금 더 돈을 모아야지!

손수건에 자수를 하여 파는 것은 용돈벌이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자수가 유행하고 있는 지금, 좀 더 벌 수 있으면 좋겠지, 하고 생각해 낸 것이 일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오건디 천으로 만든 스톨에 자수를 놓는 것이다. 그리고 무늬에 차별점을 주기 위해서 도감을 보고 꽃이나 나비 자수를 진짜같이 수놓는다. 이렇게 해서 진짜 꽃을 두르고 있는 듯이 보이거나, 나비가 어깨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다. 이거라면 귀족이 드레스 위에 걸칠 수도 있다.

안면이 튼 옷가게에 가져 가자 가게 주인은 매우 기뻐하며 스톨을 매입해 주었다. 더 많이 매입하고 싶다고 가게주인이 말했지만 서류업무를 하는 틈틈이 자수를 하기에 조금 무리였다. 그래서 도안을 가게주인에게 ‘사지 않으실래요?’ 라고 제의해 봤다.

설마 하며 제의했지만 도안을 매입해 주었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도안이 돈이 되었다. 이걸로 자기에게 엄청 자신이 붙었고, 기술만이 돈으로 이어지는 것을 안 것은 앞으로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귀족 따님들은 다과회나 야회에서 다른 사람과 교섭하는 걸 익히지만 나는 거리의 가게 주인과 협상하는 것을 익혔다는 거. 그렇지, 그래. 오두막집 같은 걸 깎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협상이지.

귀족이 깎아 달라고 말하는 거냐고? 한정된 돈은 소중하게 사용해야지.

그 후에도 사무업무를 돕기 위해서 아버지와 얼굴을 맞대는 일은 있어도 “성인이 되었을 때 평민이 되는 것을 선택한다.”라는 말을 꺼낼 기회는 전혀 없고, 기회가 없다면 협상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시간만이 흘러 갔다. 그 밀크티 색의 드레스를 입을 기회도 없던 채였다.

어느 날, 저택의 복토에서 도르시에 선생님을 만났을 때 스쳐 지나가다 “걷는 법에 품위가 없어요.”라고 지나가는 말로 꾸중을 들어 버렸다.

역시 그렇겠지.

거리에 갔을 때는 귀족이라고 눈치 채기 어렵게 다소 보폭을 크게 하여 또각또각 걷도록 주의하고 있다. 시녀복 비슷한 것은 크고 넓은 드레스가 아니니까 행동도 자연스럽게 설렁설렁해진다. 밖과 저택에서의 몸가짐은 구분하려 했는데, 어설펐어.

그리고 다음 날, 언니가 댄스 교습을 받을 때 원치 않게 나도 호출되었다. 저택에서 가족을 만날 때는 드레스를 착용한다. 이번에는 댄스 교습이니까 구두도 하이힐이다. 그 차림으로 최신 댄스의 스텝을 도르시에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선생님, 저 야회에 안 가니까 댄스 출 기회가 없는데요. 라고는 말하지 못한다. 선생님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랜만에 추는 댄스인데 거리까지 외출하는 건강한 다리를 가진 나는 지칠 줄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다음날, 내가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근육이 비명을 지르며 품위가 있고 없고 이전에 부자연스런 이상한 걸음으로 걷는 건 어쩔 수 없겠지.

그걸 본 도르시에 선생님에게 예절 체크를 받을 줄은……. 매일 차를 우리는 숙제가 나왔습니다.

잊을 무렵에 도르시에 선생님은 찾아온다......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말이네. 도르시에 선생님은 내가 귀족이란 것을 잊게 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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