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14. 추수감사절

어스름한 광장의 가운데, 내 눈앞에는 높이 쌓인 나무가 불이 붙어 새빨갛게 불타고 있다. 불을 둘러쌓은 사람들이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 춤이라고 말해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 뿐인 거지만. 거기에 그 주위에는 음식이 오두막에 놓여 있고 향기로운 기름이 구워지는 냄새와 달콤한 과자의 냄새가 서로 섞여 감돌고 있다. 그리고 뺨이 빨개져 술을 먹는 사람들이 테이블에 진을 치고 있다.

하늘은 쪽빛에서 칠흑으로 변하여 어느 샌가 별이 보여 빛나고 있었다.

여기는 사우전트가의 영지인 ‘하우프트’ 이 마을에 사우전트가의 별가가 있다. 지금, 마을 교외의 광장에서 추수감사절이 행해지고 있다. 가을 추수 후의 서류업무나 잡무를 해치운 후 잘 도와준 상으로 나는 이곳으로 데려와 졌다.

아버지나 오라버님은 촌장과 막 빚은 와인을 나눠 마시며 뭔가 즐거운 듯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아버지 일행의 테이블 옆의 테이블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평민이 많은 곳에 플로레님과 언니들이 오지는 않겠지 거기다 야외에서 평민과 같이 식사를 먹다니, 할 수 없지. 아버님은 겉모양으로라도 일가의 여성을 이곳에 데려오고 싶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촌장이나 마을의 유력자와 인사를 한 후 나는 그저 방긋 웃으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귀족의 예절로 품위와 위엄을 보이며 평민을 업신여기는 것같은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그렇게나 도르시아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하지만 아무런 이야기도 이어지지 않는 아가씨와 같이 있어도 즐거울 리가 없겠지 눈앞에는 즐거운 자리가 펼쳐 있으니까.

촌장의 부인이나 마을 유력자의 부인도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화려하지 않은 나와 일방적인 이야기를 이야기를 하고, 모두 내 눈앞에서는 사라졌다. 이대로 나는 회장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당분간 그렇게 있자 아버지와 오라버님은 다른 사람들의 노고를 치하하러 간다는 등 장소를 이동한다고 말하러 왔다.

“예, 알겠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그렇게 대답하자 아버지는 내게 이 광장 안이라면 자유롭게 걸어 돌아다녀도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너가 거리에 때때로 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 광장을 입장제한을 하고 있으니까 위험인물을 없을 터다. 혼자서 돌아다니며 봐도 된다. 한 시간 후에 이곳으로 돌아오도록.”

그렇게 작은 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고 용돈을 나에게 쥐어주고 떨어졌다.

그저 눈앞의 티컵을 조용히 바라본다. 식은 홍차를 꿀꺽 마신다. 아버지가 내 행동을 알고 있다는 사실. 모른다면 도리어 안 되겠지만, 모를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아버지나 나를 이곳에 데려온 진정한 상이 이 “자유롭게 추수감사절의 회장을 걸어 돌아다녀도 된다.”인 걸 이해했다. 지금 나는 그 밀크티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다. 수수하기에 호리에는 다른 드레스의 녹색 벨벳인 리본을 겹쳤다. 가슴부근에는 나비 자수가 새겨진 밝은 녹색의 오건지의 스톨을 둘러, 캐서린 언니에게 받은 꽃 브로치로 고정하고 있다.

별가의 시녀는 내 머리를 당연한 듯이 올려 정돈하고 얇은 화장을 시켜 주었다. 훌륭한 귀족 여성 한 명이 완성되었다.

꽃 브로치를 빼고 말아 올린 머리를 내려 한쪽 옆에 하나로 묶는다. 그리고 주빈석에서 슬쩍 추수감사절 회장으로 말을 옮겨 들어갔다. 어두스레한 광장이라면 약간 옷을 꾸민 아가씨정도로 보일려나?

먼 곳에서 보고 있어도 신경이 쓰이던 것을 가까이서 보는 것이니까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밤에 저택이외의, 그것도 밖에 있다니 처음이다. 광장에 있는 포장마차도 왕도에서 본 것과는 다르다. 나는 어떤 물건이 좋은지 유의하고 있었지만 호기심에 져 열심히 무심코 바라본다.

불꽃의 불빛으로 반짝이는 세공된 유리가 붙은 머리 끈, 섬세한 레이스 깃 장식, 장식 생화 브로치같은 귀족에게는 싸구려 소품뿐이지만 예쁜 것에는 가격의 싸고 비싸고 가없다. 눈길이 무심결에 간다. 닭고기를 기름에 튀긴 것, 갈비 스테이크, 밀가루 경단을 튀긴 것에 설탕을 입힌 것, 과일을 물엿에 절인 것 등등 왕도에서 못 본 것이 있고, 처음으로 본 음식도 있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크다. 주점은 시끄럽다 고는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과 같은 느낌인 거겠지.

“드레스에 고기기름이 튀면 나중에 힘들어. 먹고 싶겠지만 선 채로 고기를 먹는 건 추천할 수 없겠는데”

귓가에서 내게 말을 걸어서 무심코 돌아본다. 거기에 있는 것은 25살 정도의 짙은 갈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지닌 청년이었다. 귀족이라기엔 편안하고 허름한 옷을 입고 있다. 머릿속에서 귀족연삼을 뒤져 몇몇인가 후보가 떠오르지만 확신하지는 못한다.

“안녕. 아샤마리아님. 저는 일레이스 몬트레라고 사우전트가 영지인 하우프트에서 회계감사 업무를 하고 있어. 네 아버님에게 호위를 부탁받았어. 참고로 귀족은 아니지만 여기서 경어를 쓰는 건 안 어울리니까 안 쓰는 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말투로 말하며 내 반론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제법 말솜씨가 뛰어난 것같은 사람이다. 나에 대한 정보는 아버지에게 얻은 거겠지. 아버지가 말한 “자유롭게 걸어 다녀도 좋다”란 건 어디에 간 거야? ,, “품위 없는 행동은 안 해요. 과자를 사 돌아갈 뿐입니다.”
“흐~음, 그럼, 추천할 만한 과자를 알려 줄게. 이 사과를 물엿으로 코팅한 건 추수감사절 때 이외에는 손에 안 들어와. 사과 속에도 꿀이 들어 있어서 나에겐 너무 달지만, 추천할만 하지. 지금 산 다면 크레이프도 좋아. 먹어 본 적 없지? 손에 들고 먹는 거야. 밀가루를 구운 피로 크림과 과일을 두른 걸로 여자아이에게는 인기지.”

일레이스는 내 옆에서 잘도 떠든다. 슬쩍 보자 씩 웃음을 돌려 준다. 이런 일은 처음이여서 무심코 시선을 외면해 버렸다.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한 발자국정도 거리를 유지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스스럼없는 거야? 사람과 대화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몸이 굳어 버린다.

“그렇게 경계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네가 작성한 서류는 많이 봐왔다고. 깔끔한 글씨체로 보기 편한 정확한 서류였으니까, 어떤 아이인지 기대하고 있었어. 너도 내가 쓴 문서나 서류나를 많이 봤을 터잖아.”

아버지나 오라버님은 이 남자에게 어떤 정보를 넘긴 거야? 혹시..... 나를 계속 사운전트가의 사무담당을 시킬 생각인가? 그렇다면 가까이 붙일 상대가 아니다.

그로부터 나는 가능한 일레이스와는 거리를 두고 꿀이 들어간 사과사탕과 뼈가 붙은 고기를 사서 처음에 있던 테이블로 돌아 왔다. 혼자였다면 머리장식이라도 샀을 지도 모르지만 일레이스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자 스스로 쓸 장식을 살 마음은 되지 않았다. “선물해줄게” 라고 말할 것같고.

자리에 앉자 나는 나이프를 들고 아까 산 뼈가 붙은 고기를 먹었다. 귀족의 여성으로서 어떨까 싶지만, 뭔가 화가 난다. 그런 나를 일레이스는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을 떨어진 자리에서 호위해달라고 부탁받았는데, 신경이 쓰여서 옆에 와 버린 건 입을 다문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