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15. 아버지와 나눈 이야기


아버지와 오라버님이 귀빈석으로 돌아오고 나서 추수감사절 축제는 끝나고 우리는 마차에 타고 별택으로 귀가했다.

별택에서는 나를 차별하는 자도 없이 나를 한 명의 귀족으로서 대우하기에 왕도의 저택의 하인들과 너무나도 다른 태도에 무심코 당황스럽다.

“어서 오십시요.”

아버지와 오라버님에 이어 현관으로 들어온 나에게 온 말에 몸에 힘이 들어가 발이 멈춘다. 뭐라 대답해주면 좋은 걸까? 그런 나를 보고 오라버님은 “귀족다운 행동을 하지 않으면 모두가 곤란해”고 미간을 찌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건 상이 아니라 새로운 괴롭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말을 집어 삼키고 “맞이해서 고마워요.”라고 얼굴을 들고 말했다.

머리카락의 색으로 내가 누구인지 알텐데 나를 모멸에 찬 눈으로 보는 사람이 없다. 아버지와 오라버님에게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떨어졌다.

객실을 안내받아 가자 나를 위하여 목욕준비가 되어 있었다. “피곤하시겠어요”라고 위로하는 말을 하며 머리를 풀고 옷을 벗긴다. 언니들을 돕는 걸 본 적은 있지만 자신이 실제로 이런 대접을 받는 건 처음이다. 계속 몸을 다른 사람이 씻겨주면 못 버틴다. 당황해 하며 말한다.

“이 다음은 스스로 할테니, 방에서 나가줘”

잠깐 들어오렴, 언니들의 말투를 떠올리며 말한다. 시녀 두명은 그렇게 말하자 선뜻 방에서 나갔다.

따뜻한 물에 푹 잠기다니 몇년만일까.

귀족과는 거친 손가락 사이로 졸졸 물이 흐르는 걸 계속 멍하니 보고 있었다. 물 안에 향유가 들어 있다. 평소에는 따듯한 물을 받아서 몸을 닦을 뿐인 걸, 이것도 포상이라고 한다면 감사하게 받아 둬야지. 머리카락과 몸을 씻자 몸에서 꽃향기가 나는 듯한 기분이 되었다.

따듯한 물에서 나와 머리를 말리는 건만 시녀의 도움을 받았다. 그 다음은 불렀을 때만 오라고 말해서 방에서는 나 혼자가 되었다.

“언제나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면 귀족을 그만 둘 수 없겠지”

무심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평소보다 감촉이 좋은 침구에 둘러쌓여 잠이 들었다.

마차에 올라 타기 전에 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여행)에는 추수감사절 축제에 데리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에 입는 유행에 뒤쳐진 드레스 자락을 잡고 숙녀답게 예를 갖추고 말한다. 아버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당황스럽다는 얼굴을 진다.

“추수감사절 축에를 즐겨줘 고맙다, 아샤마리아. 너와 같이 일하는 횟수가 늘어서 너를 대하는 게 다소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플로레의 너에 대한 심정을 생각하면 왕도의 저택에서 너에 대한 대우는 그다지 바꿀 수는 없지만, 개선을 시키려고 생각하고 있다.”

도움이 되는 나와 같이 있을 시간이 늘어 겨우 나에 대한 정이 솟아 오른 것일까?…… 그래도 아버지에게 가장 소중한 건 플로레님인 것은 안 변한다.

“일레이스를 내 호위로서 만나게 한 의도는 뭔가요? 나중에 시집을 보내주시는 건가요?”
“일레이스와 만난 것이냐? 떨어져 호위하라고 말해 두었지만. 너의 사무능력은 뛰어나다. 도르시에선생님에게 제안받아서 사본이나 계산을 시킨 것이지만, 지금은 나중의 직업을 생각하여 작성법을 바꾸거나 계산하고 있는 거겠지. 완료되어 받은 서류를 본 사람들은 그 솜씨때문에 만든 사람을 신경 쓰고 있다. 일레이스는 너를 꽤나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디로 시집을 가든 너의 오빠나 언니보다 먼저 시집을 보내지는 않는다.”

아하~ 듣고 싶었던 답은 얻었다.

“거기에 보낼 수 없는 내가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다과회나 야회에 참석하지 않는 너의 평판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시집보낼달라 요청하는 집(귀족)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 귀족의 아내로 날 원하지 않는 다는 건 오히려 대환영이다. 무심코 볼이 실룩거리며 헤벌죽한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얼굴을 아래로 숙인 후 나는 “알겠습니다”라고 시원스런 대답을 하고 아버지와 오라버님과 같이 마차에 올라 탔다. 탈 때 잠깐 주위를 보고 배웅하는 하인들에게 귀족다운 미소를 보낸다. 그 뒤 나는 말없이 마차의 창문으로 먼 경치를 바라보며 “평민이 되는” 계획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잠깐 귀족다운 대우를 받은 것은 단순히 즐거운 추억이 되었을 뿐이다. 내가 귀족으로 있는 것에 집착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 분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