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16.추운 겨울 날

으~음, 세상 일이란 게 계획대로는 잘 되지 않는 거지.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겨울이 되자 아버지의 일을 도우는 것은 줄었지만 야회나 무도회가 많이 개최되는 것에 맞춰 가족이 나에게 부탁하는 드레스에 자수를 해달라는 일이 많아 졌다. 이전 아버지는 “내 저택에 있을 때의 처우를 개선하겠다” 비스므리한 말을 했지만 현실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귀족으로서 어중간한, 도리어 하인에 가까운 취급이다. 뭐어 처우가 나쁜 편이 “평민이 된다” 신청을 할 때 근거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하기에 지금은 웰컴! 이지만. 단지 아버지와 같이 일을 하는 기회가 줄었기에 “평민이 되고 싶다”고 말을 꺼낼 기회도 없다는 거지만.

내가 16살이 되는 건 봄 초, 꽃맞이의 달이다. 아직 시간은 있어.

“아샤마리아, 이번 드레스는 짙은 복숭아 빛이야. 거기에 맞춰서 연한 복숭아색의 오건지 스카프에 꽃 자주를 넣어 줘”

로자리 언니가 나에게 평소처럼 부탁을 한다. 자신을 유행으로 꾸미는 데 여념이 없다. 여름에 내가 제한한 오간지 스카프에 리얼한 자수를 새긴 것은 내가 예측한 대로 지금 여전히 유행 중이다. 자수를 잘하는 자매라고 평가받고 있는 언니들은 자주가 호화롭게 들어간 드레스를 입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내가 자수할 기회가 많은 것이지. 하지만 아버지가 뭐라 말했는지 최근에는 완성한 물건을 넘기면 상이라며 몸을 장식할 것이나 과자를 받는 것이 늘었다.

확실하게 추워졌을 쯤에는 저택의 여기저기의 난로에 불을 붙여도 피부가 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정원사의 오두막에 가도 거기서 긴 시간을 보내는 건 너무 춥다. 먼지가 너무 쌓이지 않도록 먼지를 터는 것이 고작이다.

아버지에게 들킨 거리를 나가는 것도 해가 짧아졌기에 갈 시간이 좀 처럼 생기지 않고 있었다. 들켰지만 여전히 거리에 갈 때는 시녀들이 입는 옷과 비슷한 것을 입고 무너진 벽을 넘어 가는 건 변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누군가 보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 주변을 때때로 둘러 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아서…… 하지만 분명히 감시역이나 호위역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귀족 여성 혼자서 밖을 걷는 건 위험하니까. 하지만 그런 것을 할 바엔 마차로 거리까지 데려다 가 주면 좋을텐데. ‘정말이지 누구에게 들키든 상관없어’라며 태도를 바꿔 대담해 진다. 최근에는 자주 포장마차에서 사 먹는다. 최근에 맘에 든 것은 단 군밤이다. 소량으로 배도 채울 수 있고 들고 돌아갈 수 있는 점이 좋다.

나는 남색 망토의 깃을 단단히 쥐여잡고 그 위에 모직 스톨을 둘렀다. 오늘은 자주 가는 옷집에 팔 예정인 스톨이다. 무늬가 없는 모직이라면 자수로 화려하게 만들 수 있지만 요즘 유행하는 체크무늬가 있는 천이라면 자수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점에서 생각한 게 레이스와 조합하는 것이다. 녹색 레이스를 꿰매어 화려함을 늘린다. 입체적으로 레이스를 합쳐 꽃 모양같이 만드는 것이다. 견본을 겸한 스톨과 같이 이 아이디어도 사달라고 말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하고 있는 것도 아버지에게 전해지고 있을 까~?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 플로레님에게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라이드가 높으니까 장인 흉내를 하고 있는 걸 알면 분명히 경멸당하겠지. 잘못하단 더 이상 두 번 다시 팔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건 나도 가게도 곤란하다.

오늘도 무사히 가게 주인이 모직 스톨과 아이디어를 사주었고 나는 그 발길로 수예용품에 발을 옮겼다. 레이스도 뜨고 있지만 많이 공들인 건 만들 수 없기에 살 수 밖에 없다. 그거랑 자수용 실을 새로운 색깔을 포함해서 각양각색 색으로 조금씩 산다. 지금, 많이 사도 레이스이나 자수 비용을 받을 수 없으니까…… 내가 거리로 나와서 팔고 있는 것은 일단 비밀. 견본으로서 물건을 넘기고 누군가가 주문한 걸 만들어 파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지출을 억누른다.

겨울 밤은 길다. 언니들이 야회로 외출하는 준비를 도울 기회도 들었다. 불려 언니의 방으로 간다. ‘돕는다’라고 하기 보단 언니들의 자랑을 듣는 다거나 언니들이 드레스를 뽐내는 걸 보는 거지만. 난 머리카락은 안 꾸미고, 그저 말한 물건을 넘기는 정도 밖에 할 수 없다. 그 다음은 언니가 기분 좋게 집을 나설 수 있게 발견한 예쁜 점을 칭찬하고 추켜새운다. 귀족의 아가씨끼리 서로 지나치게 칭찬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지 내가 칭찬하는 말따위 식상하게 들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밖에 나갈 수 없는 가여운 내가 “무도회, 멋지 광경이겠죠?”같은 말을 하면 우월감을 자극받는 것같아서 언니들의 코가 높아져, 눈이 반짝반짝해진다.

최근에는 모두가 야회로 나가는 날에 받는 요리가 하나의 즐거움이다. 추워져서 큰 냄비에 푹 끌인 요리가 많기 때문이다. 국물이 잔뜩있고 따끈따근하다. 귀족의 저녁 식사로는 다소 낼 수 없는, 잡탕같은 요리니까 말이지. 조리장으로 얼굴을 들일 수 있게 되어서 음식을 받으러 갈 때에 식은 요리를 받지 않게 된 것은 기쁜 것이다.

야회나 무도회에서 돌아온 가족을 기다리고 있으면 현관의 대기실에서 스스럼없이 램프를 키고 난로에 불을 켜서, 저택의 도서실에서 가져온 책을 읽으며 기다릴 수 있다. 모두가 일제히 돌아오면 아버지 이외에는 붉은 머리카락이기에 현관이 갑자기 낮같이 밝아진 기분이 무심코 든다. 하지만 노골적인 시선은 금지이기에 다른 하인과 같이 머리를 숙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내 머리에 꽂히는 플로레님의 시선은 아프다.

※※※


“그러고 보니, 오늘 야회에서 담바르 백작에게 ‘아샤마리아는 야회에 안 나오는 것인가?’라고 질문 받았어요.”
“캐서린 언니, 저도요. ‘아샤마리아는 자택에서 안 나온다고 하던데 사실인가?’라고 케이오스 후작에게 질문받았어요.”
“너, 뭔가 했니?”

현관에서 귀가한 언니들을 맞이하여 나는 “아뇨. 짐작가는 곳은 없습니다.”라고 조용히 목을 젖는다. 담바르 백작과도 케이오스 후작과도 안면을 튼 적이 없다. 내가 아는 귀족연감의 기록으로는 양쪽 다 아버지보다 다소 젊은, 왕궁 커리어 관료다.

“언제나와 같이, 집에서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 사교에 흥미가 없는 특이한 아이, 라고 답해 뒀어요”
“그래그래, 나도”
“왠지 집에서 나가지 않는데 소문이 된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언니 두분은 얼굴을 맞대고 “무섭네요”라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도 이야기도 한 적없는 아저씨의 화제가 되는 건 사양하고 싶다. 물음표가 머리에서 올라오고 있다.

귀족연감에는 단 1줄의 기록뿐, 만난 적이 있다던지 얼굴을 알고 있는 자 조차 딱히 없는 내 소문은 사교계 일부에서 퍼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환상의 인물이란 것으로 상상만이 더욱 거지고 있던 것이었다. 그것은 나도 가족도 모르는 것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