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72. 햇볕에 탄 날 그 후

일이 끝나자마자 나는 서둘러 관사로 귀가했다. 레디 앤에서 아샤마리아로 돌아가 허둥지둥 귀가하는 날 본 수잔 아줌마가 말을 걸었다.

"어머어머 엄청 탔네~"

윽… 한층 더 말이 날 찔렀다. 가슴을 억누르고 싶었지만 '오호호'하며 호감을 사기위한 웃음을 짓고 얼버무리며 내 방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그리고 나서 적신 손수건으로 얼굴을 적시며 낫게 하려 했지만 효과는 그다지 없는 듯하다.


"햇볕에 타도 빨게지는 것만으로 끝나겠지만 너무 타서 검어지면 어쩌지…"

손거울을 노려보며 얼굴을 확인하다. 얼굴이 까만 귀족 아가씨라니 말도 안되지. 다행히 나는 햇볕에 타도 붉어지고 끝나는 지라 이렇게 말해도 그렇게나 빨게지는 경우는 없다. 볼 일을 끝내면 바로 귀가하는 외출뿐이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밖에 있던 적은 없었다.

삼백초 상처약은 알코올이 들어있으니까 손발은 몰라도 얼굴에 바르는 건 너무 위험하다. 더 붉어져 버릴 가능성이 크다.

'뭔가 좋은 방법은 없을까?'

거리에 가서 에이다씨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아, 마리에타씨나 하미이씨한테 물어보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기사인 나타샤씨가 밖에 일하는 기회가 많을 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털털한 그녀가 햇볕에 타는 것을 신경쓰리라곤 생각들지 않으니까.

똑똑똑

내 방에서 가까운 편인 하미이씨에게 방문해 봤다.

"예~ 누군가요?"
"아샤마리아예요. 저기 상담할께 있는데요"

문이 즉시 열렸다.

"어머? 얼굴 어쩌다 그런거야?"

말을 들은 즉시 난 무심코 마루를 바라보아버렸다. 슬금슬금 눈을 위를 바라보며 답한다.

"햇볕을 너무 쬐어버려서… 뭔가 좋은 방법없을까요?"

후훗, 귀엽게 미소진 하미이씨는 "괜찮아. 네 방에서 기다리고 있어봐"라고 말하고 방을 나가곤 헐레벌떡 달려 어딘가 가버렸다.

내 방에서 나는 잠시 기다렸다.

노트하는 소리와 함께 돌아온 하미이씨는 반원형 기구의 속에 질척질척한 진한 녹색 물체를 들고 있었다. 죽같은 점성을 가진 것을 스푼으로 섞고 있다.

하미이씨을 맞이하여 들어오라하자 나는 의자에 앉으라는 지시에 따랐다. 뭘 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눈을 꼭 감아"
"예"

철퍽, 칠퍽

얼굴에 아까 본 질척질척한 짙은 녹색 액체을 발랐다.

"어, 저기 이건"
"알아, 알아. 입으로 들어갔으니까 닫고 있어"

하미이씨는 뭐라 말하지도 않고 내 얼굴에 질척질척한 액체를 손가락으로 펴바른다.

아 이 냄새, 오이야. 여름에 나는 대표 야채인 오이로 '큐어 커버'라는 별명을 지녔다. 이 질척질척한 것은 식당 주방에 가서 오이와 소맥분을 조금 받아서 만들어 온 것같다. 받은 오이에 소맥분을 섞은 같이 팩이라는 듯하다. 피부를 식히고 미백에 효과가 있다라던가. 오~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것입니다.

"이대로 잠깐 있어. 아샤마리아짱은 역시 양갓집 귀족 아씨네. 지금까지 저택 안에서만 있던 게 증명되었어. 조금씩 햇볕을 늘려가며 쬐지 않으니까 이렇게 빨갛게 되어 버린 거야"
'예~에, 알아요. 하지만 좋아서 이 시기에 밖에 오랫동안 나가있던 게 아닌데요'

잠깐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오이팩을 닦아내고 양 볼에 손을 대보자 피부가 따끔따금하던 게 사라졌다. 뭐어 아직 살짝 빨갛기는 하지만요.

그 후에 마리에타씨도 합류하여 세 명이서 식당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먹었습니다. 오~ 서로 돕고 돕다니 역시 친구… 힘들었지만 잘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려나~

◇◇◇

하룻밤 지나니 깨끗하게 붉었던 게 가라앉아서 평소 내 얼굴로 돌아왔다. 평소같이 아샤마리아에서 레디 앤으로 복장을 바꿔 출근합니다.

"하룻밤만에 원래대로 돌아왔네. 잘됐어"

아무 말하지 않고 머리를 숙인 나.

좋든 나쁘든 나를 상대할 때 솔직한 로베르트님은 오늘도 건재합니다. 이 사람에게 악의가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평소 귀족 자녀에게 신경쓰는 만큼의 배려를 내게도 해달라는 욕심을 가진다. 절반은 서민이니까 이런 취급인건지…… 아냐 내버려둬 주는 게 좋지.

"자 선물이야"

루덴스 저하가 내게 주신 건 옅은 물색 천으로 테두리에 커다랗고 하얀 프릴이 달린 귀여운 양산이었다. 너무 화려하지 않고 가지색 옷에 어울릴 듯한 디자인이다그래서 보면 볼 수록 고급품이란 걸 알 수 있는 물건이다.

"감사합니다"

받아버렸지만 이건 준다는 건 앞으로도 햇볕을 많이 받을 정도로 외출이 많아질 것이겠지. 그야 양산을 직접 사려고도 생각했다만.

그 후 2, 3일에 한번씩 나는 왕도로 외출했다. 그때처럼 가야 하는 길의 순서가 지시된 지도를 들고서. 더욱이 돌아오면 보고서같은 것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내가 걸어서 돌아다니며 신경쓰이는 점이나 장소를 적고 제출하게 되어 단순한 심부름이 아니게 되었다. 기분 탓인지 피부가 까매진 것같은… 거기다 구두 밑창까지 닳은 것같고.

에잇, 이번에는 구두를 사달라고 말하자고 결심한 나입니다.

빈번하게 왕도를 걸어 돌아다니고 있으니 지리에 대해 밝아졌고 다소는 익숙해진 가게도 생긴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소문도 듣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돌아다니는 소문은 '모두에게 친절한 훈남이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본 '친절한 사람이 많구나~'는 전부 그 남자였던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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