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76. 왕자 이상의 왕자님

귀족이 아닌데도 귀족으로 보이는 그정도로 엄청난 훈남. 세세한 각각의 부분이 멋지게 얼굴에서 주장한다. 내가 아는 왕자님 이상으로 이야기가 나올듯한 왕자님같은 사람. 누굴 보고 감동한 것 처음이야.

그런 그가 수려하고 우아한 움직임으로 내 손을 잡는다.

돌바닥에 부딛친 내 무릎을 바지 위로 다정하게 만지는 가늘고 긴 손가락. 분명 멍이 들어 있을 무릎은 심장이 되기라도 한 듯 두근두근거리는 맥박이 전해진다. 그렇게 신기하게도 아픔은 안느꼈다.

백금빛 머리카락이 내 뺨을 간지럽힌다.

"뼈에 이상은 없는 것같지만 일어 설 수 없나요? 같이 온 사람은 없어? 여기는 여자 아이가 혼자서 안 있는 게 좋은 곳야. 응 거리 마차로 귀가시키는 게 좋겠어"

너무 낮지도 않고 높지도 않은 편한 테너 보이스가 내 귓 속 깊은 곳에서 울린다. 날 걱정하 듯 바라보는 회녹색의 유리같이 투명한 눈동자. 나보다 조금밖에 나이가 많은 것으로 보이고 키는 170센치 정도이려나 야무진 몸으로는 안 보인다. 어느 가문의 도령일까. 현실감이 없어서 유리 너머로 멀리서 그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그는 '미안해'라고 말하고 나를 안아 들었다.

"꺄아"

이런 귀여운 목소리가 자신하테 나올 줄 몰랐어. 단숨에 현실로 끌려 돌아왔다.

현실인데 꿈같은 공주님안기라는 세상에서도 부끄러운 상태에 나는 가까이 있는 거리 마차 정거장에 안겨 갔다. 거리 마차에 나를 태우자 마자 그는 바람처럼 떠나갔다.

◇◇◇

혼자가 된 나는 익숙한 거리 마차 정거장에서 따끔하게 아프기 시작한 발을 끌고 암탉여관으로 돌아갔다.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에이다씨가 와서 내 바지를 들추고 울긋불긋한 무릎을 식혀 주었다.

조금 지나자 서둘르는 모습으로 웰러 대장과 베인씨가 찾아 와 날 혼자있게 만든 것을 사과해 주었다. 하마터면 큰 불이 될 수 있는 화재 정보를 얻어서 두 사람을 거기로 달려 갔기 때문이다. 화재라면 손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나도 안다. 거기서 가만히 기다렸으면 좋았을 텐데, 미아를 발견해서 말을 건 내가 잘못했다. 미아랑 같이 걸어가다 정신을 차리니 모르는 장소에 혼자 남아서, 장난으로도 좋은 곳이라곤 말하기 어려운 지구였던 듯 귀중품은 안 뺐겼지만 방해라는 듯이 부딪쳐 넘어졌다.

그 결과, '친절한 훈남'에게 도움을 받은 것을 모두에게 보고한다. '좋은 일도 있어서 잘됐네. 무사해서 다행이야'라는 에이다씨. 미묘한 표정을 짓는 웰러 대장 일행인 남성군.

그리고 나서 허겁지겁지내다 정신을 차리자 내 여름 휴가는 종료했다.

◇◇◇

일상과 익숙해진 왕궁에서 하는 일상 업무로 돌아온 나. 무릅에 생긴 멍은 아직 살짝 남았다. 어째선지 잘됐네라는 말을 듣고 있다만.

"소문의 '친절한 훈남'의 이름은 못들었나. 그거 아쉽네. 인연이 있다면 또 만날 기회도 있겠지"

내 보고서는 왕도치안상담부실에 진을 친 루덴스 저하와 도료들의 사이에서 공유되었다.

어디에서 듣고 놀리기 전에 제대로 미아가 된 것도 보고서에 적었습니다. 소문으로 각색되기라도 한다면 곤란하니까. 공주님처럼 안겼다니, 확실히 놀릴테니까 도움을 받았다고만 써놨지만. 음… 아무래도 아는 것같다. 말 구석구석에서 걸리는 게 있다.

유제품이 유명한 피서지에서 돌아온 루덴스 저하의 선물은 예상대로 버터가 들어간 케이크와 치즈가 잔뜩 들어간 치즈 케이크였습니다. 방 담당 시녀에게 줄 것도 제대로 따로 놔두고 오늘 다과시간에 먹을 과자로 쓴다. 나도 약간 받았다. 깊게 우린 홍차와 잘 맞는다. 왕족이 들고온 선물이니 안 어울리가 없겠지요.

"요즘 멍하니 있는 건 그와 만난 탓이군. 사랑을 하는 처녀라. 좋네 사랑은 사람을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만들지. 상담이라면 언제는 어울려줄께. 레디"
"아주 돌같은 낭자라고 생각했따만 평범하게 사랑하는 구나. 잘됐군 잘됐어."
"들떠만 있지 말고 일도 제대로 해야지, 않그럼 곤란하다"

"…"

후르르르륵.

아, 무심코 소리를 내며 차를 마셔버렸어. 부정하는 말을 대신에 태도로 나와버렸어. 나 제대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사랑을 하고 있는걸까? 사랑했던 걸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 멍하니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확실히 신경 쓰인다. 그를 떠올린다. 어째선지 신경쓰인다. 하지만 사랑이라고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뭔가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뭔가 깨림직한데.

눈썹에 힘을 빼고 홍차향을 깊게 들인다. 포근한 향이 뒤숭숭한 마음을 침착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랑을 하는 지 어떤지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판단재료가 너무 적다.

사랑을 꿈꾸지 않는 나는 그들의 말을 흘려들으며 부지런리 왕도를 산책하러 향하는 것이었다.

정보수집을 하려면 갈 수 없다. 레디 앤이 되거나 아샤가 되거나 하며 벌레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쩜에는 장단지가 튼튼해지고 주근깨가 들어나 버렸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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