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80. 청소 삼매경

드디어 왔습니다, 새버릴. 매일 잇따라 거리 마차를 탔기에 새버릴행 마부 아저씨와도 인사를 나눌 정도로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오늘 나는 조금 깔끔합니다.

이야~ 어제 관사로 돌아가니까 딱 맞춰서 마리에타씨랑 하미이씨와 딱 만나버렸다.

"그 모습은 뭐야? 어째서 그렇게 먼지투성이야!? 너무 꾀쬐쬐하잖아~"라는 어느 정도 예상한대로 떠들었고 잔뜩 준비된 온수에 부지런히 온몸을 닦게 되었습니다. 너무 깨끗하면 일을 할 수 없다고는 말 못하지. 좋은 향이 나는 비누를 사용하는 것만은 피해서 청춘 소녀들이 봐줄 정도로는 깨끗하게 했죠. 비누의 잔향같은 게 나는 듯한 사람은 그 지구에는 없을테고. 처녀의 자존심을 위해 말한다면 나도 어제는 몸을 씻으려 했습니다. 웨이의 옆에 있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더럽다는 자각은 있었다고.

그러니까 어제보다 깔끔한 나입니다. 관사를 나와서 지면에 손을 댔다가 그 손으로 온몸에 털긴 했지만. 아무리 날 지켜줄 웨이가 함께라도 새버릴 지구에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금품이 있을 듯이 안 보이는 게 자위지. 부유한 아가씨처럼 안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가장 먼저 도착하여 주변을 살짝 돌아다니낟. 허드렛일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구기에 이미 사람들이 많이 활동을 개시했다. 대부분은 이미 다른 지구로 가서 일한다.

'귀족의 아침은 늦으니까. 평민이라면 이 시간에 일하는 게 당연하겠지?'

이 주변에 남은 것은 작업에 나가지 않은 사람이거나 이 지구의 사람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

"아샤 안녕"

"안녕 누나, 웨이씨"

모두 모였다. 어라 나만 누나라 부르네. 그럼 뭐할까?

◇◇◇

웨이를 따라 도착한 곳은 어느 타고 남은 폐가였다. 원형이 남은 방에 버려진 잔반이나 술병따위 쓰레기를 줍고 청소한다. 그가 말하길, '더러운 채 방치해두면 더욱 치안이 나빠져'라는 것같다. 이런 장소를 돌아 청소하며 때론 곤란한 사람을 만나면 도와주는 것같다.

'즉 시간과 돈이 남아돈다는 거지'

옷이나 손이 더러워지길 꺼려하지 않는 모습은 간탄할 만하다. 하지만 생활에 쫓기는 신분인 사람이라면 스스로 직접 상관없는 장소에 손을 대지 않는다. 댈 시간이 없다.

그 후에도 길 옆에 난 도랑을 막는 덩어리를 줍거나 빈터에 아무렇게나 자라난 잡초를 뽑는 등 정말 열심히 거리를 위해서 일하네. 킥카가 '이럴 게 아니었는데'라며 한탄한다. 응, 그 마음 알아. 이번에 로베르트님에게도 왕도 경관 유지를 위한 청소에 신경를 써달라고 말해야지.

청소를 하며 새버릴 지구에서 옆에 있는 새먼스키 지구에들어가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더러워진 근로자가 주로 이용하는 가게에 들어가 밀가루를 반죽해 만든 하얀 면이 들어간 따듯한 스프를 점심식사로 먹었다. 웨이가 이런 가게를 안다는 것에 놀랐다.

"웨이는 보기와 달리 서민이네. 아니, 서민 중에서도 거리를 위해 헌신적이네 정말 놀라워. 거리도 잘 알고 있고"

"그런 말을 한다면 아샤는 서민일 텐데 어딘가 규수답네"

"아~ 그거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과광~~

웨이를 알아야 하는데 내가 의심을 받네. '그런가, 아하하…' 웃으며 얼버무릴 수밖에 없다.

"친절한 훈남이란 건 웨이를 모두가 그렇게 부르는 건 알아?"

"어~ 행운의 처녀란 것도 최근 들었지. 그거 혹시… 아샤야?"

과광~~

어째서 그렇게 이어지는 거야~ 위험위험해. 나 표정 안 굳었지?

"처녀? 처라면 누나랑 다르지 않을까?"

내가 탐문받으면 본말전도지. '나는 충분히 처녀야. 아하하하…" 다시 웃으며 얼버무린다.

면이 들어간 스프는 웨이가 내게되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오후에는 다시 새먼스키 지구를 청소하게 되었습니다. 광장에서 쓰레기를 줍고 길가에 토한 누군가의 구토물 청소, 잡소 뽑기. 송글솔글 땀이 흐른다.

이런 일을 웨이는 잘 하고 있는 듯한데 어째서 지금까지 어디의 누구인지 이름 따위를 알 수 없던 건지 신기하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수고하네'라고 말을 걸기도 하는데 말이지. 조롱하듯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다행하게도 적다. 웨이라는 남자가 함께이기 때문일까.

지친 몸은 단 것을 원한다. 왕도치안상담부실에 완전히 간식이 있는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단맛을 갈구했다. 두리번두리번거리다 발견한 것은 말린 과일를 파는 가게. 이런 곳에 있구나. 책을 읽어서 아는 지식으로서 있던 말린 과일. 엄청 달달하다는 것같은데… 남국의 노란 파나플이라는 과일을 구입한다.

셋이서 간식으로 작은 조각을 먹어본다.

"뭐야 이거 엄청 달아. 처음 먹는데 맛있어"

오늘도 킥카는 뿅뿅하고 흥분해서 뛰어다닌다. 이걸로 오늘 노동을 보답받았을까. 으~음 혀가 녹을 만큼 달아. 큰맘먹고 산 보람이 있었어.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 있는 웨이와 눈이 맞아 무심코 둘이서 웃어버렸다. 그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

이런 저런 일이 3일간 연속으로 왕도의 이곳저곳을 돌았다. 기본적으로 청소를 했습니다. 때때로 사람을 도와주며 길안내를 하거나 짐 옮기는 걸 도운다. 최근에는 왕궁에는 안 갔다. 관사와 식당만 갔다. 땀을 내며 내가 생각해도 잘 했다.

"후~ 너희도 잘 따라오네. 나도 이렇게 하루를 이어서 여기저기 다닌 건 처음이야"

'역시 다른 일이 있구나'

"슬슬, 그렇지. 오늘은 여기에 가볼까"

저벅저벅 힘차게 앞서 걸어가는 웨이. 뒤를 따라 가는 내 앞치마 옷자락을 킥카가 꾹꾹 잡아당긴다.

"저기 누나, 저기 가는 거야? 엄마가 강 건너편에는 가면 안된다고 했는데…"

나만 들으라는 듯 작은 소리로 조심스럽게 킥카가 말한다. 머릿속에서 도서관에서 본 지도를 펼친다. 저긴 검은칠된 곳이었지.

"가고 싶지 않으면 돌아가도 돼. 하지만 웨이는 잘 알고 있는 장소같으니까. 그러니까 아마… 웨이를 따라가면 괜찮을 거같은데"

킥카는 살짝 고민하더니 "누나가 가면 나도 갈께"라고 답했다.

점점 길 양쪽에 늘인 집이 띄엄띄엄해진다. 인프라는 가까스로 기능하는 것같지만 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불안감을 품는다.

도저히 깔끔하다고는 말하기 힘든 작은 강 옆에서 웨이는 멈춰섰다. 강에는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돌다리가 놓여있다. 그는 우리를 돌아본다.

"여기부터 앞은 몬스터 다크라 불리는 슬럼이야. 같이 갈 각오는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제대로 너희를 지켜줄께"

다정한 표정에는 어째선지 그림자가 보인다. 하지만 나쁜 웃음으로는 안보인다. 그저 살짝 쓸쓸해 보인다고 할까 우리 답에 기대를 가지지 않는다고 할까 자조하는 듯한 미소이다. 그는 분명 슬럼과 관련된 사람이다. 진지한 눈동자에 보이는 '지킨다'는 말에 거짓은 없겠지.

나는 킥카 손을 꼭 잡았다.

"웨이의 초대잖아. 처음가는 장소니까 기대돼"

극상의 미소와 함께 난 웨이에게 답했다. 이럴 때라도 강한 척하는 나. 단순한 귀족 규수라면 빙빙돌아가며 거절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해도 귀여운 구석이 없네.

아, 딕씨에게 지도받은 '기가 죽은 틈에 도망쳐라'를 떠올렸다. 그렇지, 뭔가 위험해지면 도장치면 되지.

나는 돌다리를 건너 몬스터 다크로 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