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82. 경청

모스트 다크에서 돌아온 다음날 나는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왕궁에는 안가고 자체휴일을 만끽하기로 했다. 뭐든 그냥 지쳤어.

"암탉여관에 가서 에이다씨를 꼭 만나야겠지. 목욕하는 것도 좋겠어"

포니테일로 묶은 꼬리를 흔들며 암탉여관으로 가는 익숙한 길을 걸어간다. 어제 일찍 자고 오늘은 늦게 일어나서 신체 피로는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아침식사는 식당에서 먹을 시간을 놓쳤다. 노점에서 산 잔뜩 산 과일을 대신 집어 먹는다.

암탉여관에 들어가자 이미 아침식사가 끝나고 숙박객도 대부분이 나가서 가게 안은 뒷정리와 청소 소리만이 울렸다.

"……"

카운터 안에서 마스터나 날 아무말 없이 지그시 바라본다. 뭔가 내 얼굴에 묻었나? 평소보다 더 시선이 날카롭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에이다씨는 몇시정도에 출근해요?"

"오후근무야"

흠, 오후부터인가. 그러면 그 사이에 욕실에 갈까. 나는 "또 올께요"라고 말하고 암탉여관을 나왔다.

◇◇◇

이전에 거리를 걸어서 돌아다닐 때에 발견한 대중욕탕으로 엄청 넓은 욕조가 있어서 남녀 따로 엄청 입욕하는 것같다. 신경쓰였는데 부끄러운 마음이 훨씬 커서 욕실에 들어가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하지만 온몸을 확 풀고 싶은 지금, 간다면 지금이지!

결과, 들어 왔습니다.

따끈따끈합니다. 여러 의미로 기운이 팔팔합니다. 아직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있어~. 몸도 마음도 반짝반짝, 심기일전이란 이런 거지. 천으로 신체를 가리며 넓~은 욕조에 들어가 몇몇 여성과 같이 몸을 씻는다…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대량의 온수는 엄청 기분 좋구나. 다양한 체형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죠. 으후후 나도 아직 아이 체형입니다.

◇◇◇

다시 암탉여관으로 돌아가 점심식사를 먹는다. 생선을 튀긴 것을 빵에 낀 것과 절묘하게 새콤한 야채절임, 강남콩과 옥수수의 버터 볶음. 여전히 솜씨가 좋군요, 마스터.

아 오랫만에 맛있다고 실감할 수 있는 식사였어. 한 입 먹을 때마다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헤헤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행복을 느낀다는 건 이런 거지. 식후 홍차는 마스터가 마실 것도 같이 직접 우려서 천천히 차를 즐긴다. 느긋한 식후를 지내는 것도 오랫만이지.

맛있는 식사에 심신이 함께 가득찰 쯤에 에이다씨는 왔다.

"안녕 아샤. 어라 오늘은 왠일로 느긋하게 있네. 근데… 뭔가 내게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거지? 눈이 그렇다고 호소하고 있어. 저기 마스터 오늘은 잔업할 테니까 그만큼 지금 시간 좀 줘요"

에이다씨는 마스터의 답을 듣지도 않고 잔업을 결정사항으로 하고 평소처럼 내 옆에 의자를 끌어 앉았다.

"떠올리고 싶지 않는 과거의 자신과 닮은 듯한 상황의 사람이 눈 앞에 있어서 뭔가 해주고 싶다고 움직이는 것은 자기만족일까요?"

"흐~음, 그건 자신을 말하는 거야? 자기만족이든 뭐든 가능한 범위에서 한다면 좋지 않겠어? 음… 아샤, 뭐 하려는 거지. 밀어주는 말이 필요하다면 해주겠지만 보기엔 이미 하려고 결정한 것같네"

에이다씨에게 들으니 뭔가 결심한 듯이 보이는 것같다. 심각한 듯하면서 편한 듯이도 보이는 듯. 결의는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빨리 행동하는 게 좋다.

"에이다씨 들어 줘서 고마웠어요. 또 올께요"

◇◇◇

나는 휴일을 일단락 짓고 왕궁으로 돌아갔다. 아직 모두 일하고 있을 시간이다. 변신해야지.

짠~ 오랫만에 레디 앤의 등장이예요.

"평안한가요 여러분. 오늘은 쉬겠다고 연락이 갔겠지만 루덴스 저하에게 부탁 드릴께 있어 입궁하려 합니다. 이야기를 드릴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문을 호위 기사에게 열자마자 나는 말했다. 왕궁 치안상담부실에 있던 것은 루덴스 저하에 로베르트님 두 사람뿐. 로베르트님이나 호위기사의 뭐라 할 수 없이 의아하다는 시선은 무시하고 머리를 숙인다. 그저 혼자서 전혀 요동하지 않는 루덴스 저하는 집무상에서 일어서 내게 소파에 앉기를 권했다.

"지금 여기서 좋을까? 레디 앤?"

"예, 감사합니다"

소퍼애 둘이 마주 앉아 시선을 맞추고 서로 미소짓는다. 자신을 제대로 가지고 주장하지 않으면 눈 앞에 있는 의외로 만만치 않은 왕자에게서 받고자 하는 언질을 얻을 수 없다.

"이미 제 동향에 대한 보고가 루덴스 저하에게 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제게 슬람가인 모스트 다크의 지도 작성을 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고자 합니다. 왕립 도서관에 있는 지도에 그려진 슬럼가는 새까맣게 칠해져있습니다. 즉 국가는 슬럼가의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았다는 거겠지요. 국가의 역인은 슬럼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워 지도 작성이 곤란하다고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슬럼가 지도는 없어도 잘 왔다. 이제와서 없다하여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다만"

"허가받은 사람만에게만 지도를 열람할 수 있게 하고있으니까 지도의 중요성은 앏니다. 나라 안에 모르는 장소가 있는 것은 원하던 바가 아니지요? 지금까지는 슬럼 지도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지 못한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루덴스 저하의 눈이 반짝 빛난다. 입꼬리가 올라간다. 먹혀 든건가?

"지도를 작성하기 이전에 뭘 꾸미는 거지? 뭐어 좋다. 그쪽은 네가 지도를 만들어도 된다는 승인한 건가?"

"아뇨, 아직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허가를 저하에게 받고자 했습니다. 지도를 만들게 된다면 여기서 일할 수 없기에"

"그쪽이 만들어도 된다고 말한다면 만들어도 된다. 지도를 우선하여 일해도 괜찮다. 단 1주일에 한 번은 진척상황을 알리러 입궁해라"

눈 앞에는 흥, 코로 웃는 루덴스 저하의 모습이 있다. 어, 뭐어어2019년 2월 21일 (목) 04:37 (UTC) 희망대로 된건가? 되었다.

콰당.

"저하!"

의자가 쓰러지고 일어선 로베르트님이 멀리서 보였다.

"친절한 훈남과 사이 좋아졌지? 될 건가? 그의 힘과 귀족이란 신분을 잘 사용해라. 그 다음은 네 노력 여하에 달렸다. 슬럼가는 넓다"

각오를 되어있다.

루덴스 저하가 '오늘은 선물없나?'같은 말을 했어. 로베르트님에 이르러선 송충이를 씹은 듯한 얼굴로 날 바라본다. '어째서 스스로 고통을 짊어지려 가는 거냐'라며 눈이 호소한다.

지도작성은 목적을 위한 첫걸음.

나니까 할 수 있다고 믿고 갈 수 밖에 없다! 나는 일어서 귀족 최상 인사를 올리고 우아한 미소를 띄웠다.


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 분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