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83. 지도작성

'친철한 훈남'의 정체가 슬럼가 모스트 다크의 차기 보스인 웨이라는 것은 루덴스 저하에게 보고했다.

예상한 대로 슬럼가에 들어갈 때에는 감시가 이썽서 왕도 잡역부가 일로 왔을 때는 이렇쿵저렇쿵하여 쫓겨난 것같았다. 그러니까 웨이를 탐색하려 해도 모스트 다크에 있는 힘있는 주민이라는 것밖에 몰랐던 것같다. 탐문이라는 행위를 하는 시점에서 배제된 것같다.

그렇다 하여 아무도 슬럼가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다라는 것은 아닌지 슬럼가 주민들이 나름 신뢰하는 왕도 주민은 왕래할 수 있다. 뭐어 즉 연줄이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

잠깐은 웨이의 힘으로 나를 지켜주었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간 장소에서 가장 치안이 나쁜 곳에 가는 걸, 지금까지 보다 훨씬 자신의 몸에 주의를 들일 수 밖에 없다.

내게 가장 값나가는 소지품인 플로레님에게 받은 붉은 보폭이 박힌 반지는 관사에 두고 가기로 했다. 네클레스처럼 해둔 가죽끈에서 반지를 빼어 양말 안에 숨긴다. 양말 채로 검은 큰 가방 안에 담는다. 똑같이 여분의 현금도 담아서 이 가방을 벽장에 넣어두면 완성입니다. 이러면 살짝은 발견 못할 거라고 믿고 싶다.

배낭에는 지도를 작성할 때 사용할 스케치북을 넣는다. 눈으로 보고 길이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메모하여 실제 거리를 스케치한다. 지도 작성 프로가 아니니까 왕립 도서관에서 본 것같은 실제 그곳이 떠오를만큼 깔끔한 지도는 만들 수 없겠지만 길만은 제대로 정확한 지도로 만들고 싶다.

합습마차비와 식사비만 챙긴다. 누군가 훔쳐가면 걸어 돌아오면 되고 식사를 빼먹으면 될 뿐이다.

◇◇◇

나는 다시 모스트다크 거리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돌다리측에 있던 힘쎄보이는 오빠에게 '웨이와 만나고 싶다'고 호소한다. 바로 소원은 들어져 그 큰 저택에서 웨이와 재회한다.

"아샤 안녕. 이렇게 빨리 재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쇠뿔도 남숨에 뽑으라잖아. 안녕 웨이"

여전히 다정하여 마음을 치유하는 오라가 풍긴다. 이 뒤숭숭한 장소에서라는 거지만 대단하네.

"모스트 다크의 유력자인 웨이에게 부탁이 있어요. 이곳 모스트 다크의 지도를 내가 만들 수 있게 해줘"

나는 깊게 고개를 숙인다.

"지도를 만든다는 건 여기가 외부에 알려지는 거지? 우리만이 아는 길이기에 편리한 건데. 너에게 허락을 해준다 하여 어떤 이익이 있을까?"

"확실히 거리가 알려져요. 즉 모스트 다크의 존재가 명백해져요. 왕도에서 무시할 수 없게 되요. 왕도측은 나라를 관리하고 지키기 위해서 지도를 손에 얻고자 하죠. 알고 있나요? 왕립 도서관에 있는 이 나라의 지도의 슬럼은 새까맣게 칠해져 있어요. 웨이가 말한 대로 존재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지금까지는 서로 존재를 알면서 무시했지만 지도를 계기로 왕궁과 대화를 나누면 어떨까요? 갑자기 왕궁측이 슬럼가의 통치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웨이의 힘이 필요할 터예요. 예를 들면 지도로 거래하여 모스트다크의 도로 정비를 교섭하는 건 어떨까요?"

모스트 다크의 인프라는 잘 모르겠지만 도로에 대해서는 흙의 대부분이 엉성하다. 웨이 패밀리, 이곳 주민으로는 도로 정비를 못한 것이라고 봤다.

"지도 하나로 도로 전부 정비하는 건 무리겠지"

"그럼 세금을 내고 그 만큼 해달라 하면 되지 않나요?"

"여기에 사는 사람은 왕도에서 세금을 낼 수 없어서 흘러들어온 거라는 거 알아?"

"그러니까 웨이 패밀리가 전부 정비비로서 내면 되지않을까? 그야 공공연하게 말할 수 없는 일도 하고 있겠지만 그런 만큼 돈있잖아. 모스트다크의 도로가 깔끔해지면 치안도 좋아지고 다른 일 또한 할 수 있게 될테니까"

하아하아, 단숨에 말해서 지쳤다. 웨이가 권하여 그대로 소파에 앉는다.

"지도 위에 검게 칠해져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서 취급받던 모스트 다크의 존재가 드려나는 거예요. 왕도가 존재를 무시할 수 없게 되요. 그걸로 기분 좋아지지 않나요?"

말을 마쳤다. 웨이에게 수상쩍은 웃음이 사라졌다.

"……"

"난 기분 좋을 꺼예요"

"지도가 생겨도 그 다음에 대화나 교섭은 어찌 될 지 모른다. 그런데도 네가 지도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니까 나는 돕고싶다고 생각해. 너에게 피해가 가해지지 않도록 처리는 해둘께"

우리는 꽉 손을 맞잡았다.

동지지.

◇◇◇

늦더위가 남은 가을 초부터 내 모스트 다크 지도 작성은 시작했다.

나는 매일 거리마차로 킥카가 사는 거리에 가서 거기서 걸어 모스트 다크로 다녔다. 겨울에는 얇고 허름한 코트를 여러겹 입고 양말도 몇장씩 껴입고 부츠를 신고 모자에 마플러를 껴 수척한 손으로 몇장이나 스케치했다. 어찌 이어진지 모르는 길은 몇번이나 걸어 확인하고 작도했다.

들개에게 쫓기거나 씩씩거리는 주민에게 쫓겨나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거의 사람이 관심이 없는 주민들도 매일같이 어슬렁 어슬렁 거리는 나와 점점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웨이가 같이 걸어다닌 경우는 적었지만 갈 수 있는 장소를 제한받는 것도 없었다.

한번은 웨이 패밀리와 적대하는 조직에게 잡혔지만 안 귀가한 날 찾으러 온 웰러 대장이 구해진 적도 있었다. 부수수하한 머리에 아무렇게나 자란 수염, 어디의 누구인지 모를 정도의 차림으로 나타났을 때는 단순하게 놀랐다. 대장의 명성과 힘을 다시 느꼈지. 그후 로베르트님의 지시하에 카플씨가 정식으로 내 호위로서 일해줬다. 웨이에게 카플씨를 소개하고 '내 옆에 있겠다면 모스트 다크에 들어가도 좋아'라는 허가를 받은 것은 기억에 새롭다. 웨이는 날 지켜주지 못한 것을 상당히 억울해하며 어쩔 수 없이 허가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모스트 다크에서 내가 귀족이란 걸은 아무에게도 안 말했다. 귀족의 힘은 안 사용했다. 귀족이라고 알았다면 거리를 둬서 지도를 만드는데 영향이 나올 거같고 잡혀서 몸값이라도 사우전트가에 청구하면 곤란하니까.

왕래하는 사이에 잔돈을 요구하며 치근대거나 지나치지 못한 내가 코트를 선물하는 정도로는 모스트 다크 주민과 사이가 좋아졌다. 특히 여자들 튼실하게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쩌다보니 흘러 들어와 유아를 안고 삶을 겨우 연명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있었다. 유아에게 호적같은게 있을 리 없다. 웨이와 같이 존재하지 않는 아이다. 어머니와 아이 둘이라니 어쩌다 보게되면 내 어릴 적이 떠올랐다. 단순한 동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우리 모녀 또한 누군가의 동냥으로 일시적으로라도 도움을 받았던 경험은 있기 때문이다.

눈이 내리고 모스트 다크에 안가면 주민들이 걱정하여 독한 감기가 유행하면 의사가 없는 주민들 걱정을 하며 험난한 추위를 헤쳐나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렸다.

일주일에 한 번 왕궁치안상담부실에 얼굴을 내밀며 귀족 생활과 극빈 생활의 격차에 괴로워하며 5개월정도 나는 모스트다크에 다녔다.

완전히 슬럼의 험한 말투도 익혔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