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84. 노력하는 나

겨울 귀족끼리 하는 '신년맞이 무도회'에는 올해도 참가하지 않했다. 루덴스 저하가 내버려둬주었고. 지금 내 상태로는 참가 무리겠죠. 사우전트 가의 사람들과 만나다니 당치도 않고 이제와서 무도회에 흥미도 미련도 없었다.

대신하여 암탉여관에서 해를 넘기고 '신년 맞이 축제'의 불꽃을 에이다씨랑 마스터와 봤다. 관사의 사람들을 신년 귀성을 했기 때문에 연말부터 암탉여관에서 계속 묵었다. 염원하던 불꽃은 감동이었어. 붗꽃은 여러 빛으로 크고 예쁘네. 언제나 소리만 들었으니까 정말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

돌아보면 이번 겨울 나도 정말로 잘도 모스트 다크에 갔지. 꾀죄죄한 모습에도 익숙해졌고 노성때문에 움찔거리는 일도 없어졌다. 술취한 사람이나 창부따위의 사람을 봐도 함부로 비하하지 않게 되었다. 나도 대담해졌어.

5개월이 지난 지금 대량의 스케치와 메모가 눈 앞에 있다. 이번에는 그것을 종합하여 한 장의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해야지. 카플씨에게 부탁하여 내 방에 있는 스케치와 메모를 왕궁치안상담부실에 옮겼다. 내 방에 이만큼의 자료를 펼칠 공간은 없고 지도란 다른 나라에게는 기밀이니까. 지도를 작성하기에 앞서 안전한 보관장소로서 왕궁치안상담부실은 최적이지.

◇◇◇

"레디 앤이 우린 홍차를 다시 마실 수 있다니 영광이야"

"칭찬 감사합니다."

'나도 이렇게 고급 차를 다시 마실 수 있어서 기뻐요. 실력도 녹슬지 않은 것같아서 다행이야'

다시금 매일 왕궁치안상담부실에 출근한다. 지도 자료를 종합하는 짬짬히 루덴스 저하 일행에게 차를 우려준다는 그리운 생활이 돌아왔다. 검은 가발에 가지색 왕궁 여성 사무관 드레스, 어느것도 지금 내게 살짝 성가시다.

메모와 스케치를 기반으로 큰 종이에 모스트 다크의 길을 그려간다. 그것을 몇장이고 그려서 풀로 붙인다. 어라 어느샌가 왕궁치안상담부실의 한쪽 구석 마루가 종리로 점령되었어.

"레디 앤은 살짝 안 본 새에 꽤가 표정이 풍부해졌네. 아쉽게도 고상한 여성다움은 줄어드었지만 사적으로 나와 데이트하지 않을래? 바로 줄은 이상을 몸에 붙을 꺼야"

"란셀님, 제게 그런 쉴 틈은 없기에 거절할께요. 다른 분을 찾아 주세요"

'헹, 즉 색기가 없다는 거잖아. 그런 거 안다고'

살짝 친해진 모스트 다ㅡ의 색기있는 언니들에게 잔뜩 '좀 더 뭐라 말할까~' 라던지 '소재는 좋은데~'같은 말을 계속 들었다고. '네게 호객이나 창부는 시킬 수 없겠어'라고 말이야.

어쩌면 내가 그런 길에 들어가지 않도록 배려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잔뜩 '무리야'라고 놀림받을 정도로 내게 색기가 없는 건 나도 안다. 몸가짐은 예쁘다고 들었지만 말이지.

실제로 모스트 다크의 오빠들이 말을 건 적없었고… 뭐어 보기에 무서운 오빠가 말을 걸어도 곤란할 뿐이니까 좋았지만 말이야. 덮쳐진 적이 없던 것에 감사해야지.

내가 지금 해야 할 것은 지도를 완성시키는 것 그 지도를 계기로 웨이와 루덴스 저하 일행을 대면시키는 것. 지도가 완성되면 여러 것이 움직이기 시작할 터니까.

종이를 이어서 길을 그리고 있자 점점 커지게 되어서 지도 작성을 위한 별실을 왕도치안상담부실 옆에 준비받았다. 어쩐시 아쉬웠다. 내가 다니던 날보다 없던 날이 많으니까 따로 내가 없어도 문제없다고 생각했지만 말이지. 10시와 3시에는 차를 준비하기 위해 왕도치안상담부실에 가지만 기본적으로 혼자서 한없이 종이를 이었다. 어찌해도 길을 떠올리지 못하거나 고민될 때는 다음날 모스트 다크에 가서 확인하고 다시 길을 그린다.

모스트 다크에서 일부러 웨이를 만날 시간을 만든 적은 없어! 녀석은 같은 마음의 상처을 입은 동지지만 그렇다하여 반한 것은 아니었따. 그야 어째선지 서로 상처를 쓰다듬는 존재라니 싫은 걸. 거기에 외관은 왕자고 멋지다곤 생각하지만 뭔가 그 삐뚤어진 근성이 있다고 할까 스스로 여러가지 헤쳐왔다고 생각하는 내게는 개운하지 않게 느껴지는 때가 있어서 말이지.

똑똑똑

"실례, 들어가지"

"꽤 종이를 많이 붙여서 커졌네. 슬슬 완성인가? 참, 야 무시하지마라"

"예?"

인기척에 얼굴을 들자 로베르트님이 있었다. 아~ 집중하고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어. 바닥에 무릎을 꿇고 그리고 있었는 걸.

표준사양인지 불쾌한 듯한 호박색 아몬드 아이(almond eye)가 무섭다.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에 긴장된다.

"이 큰 종이는 어찌 할꺼야? 지도로 쓰기에는 너무 크잖아"

"이건 어디까지 초안이예요. 이걸 기본으로 왕립도서관에 둘만한 크기의 지도로 정리합니다. 바로 그릴 수 없으니까요. 남은 종이는 모스트다크에서 협력해준 웨이에게 넘길 꺼에요. 그라면 세세한 기입이 있는 이 종이도 도움이 될테니까. 모스트 다크를 돌아다니면 그린 메모랑 스케치는 태워서 처분할 꺼고요"

"그게 좋겠지. 저하에게는 내가 전해둘꼐. 이 종이를 들고 거기에 갈 때는 카플을 동행시킬테니까 말해. 다음 문제는 네 머릿속에 있는 모스트다크의 지도군. 갖고 싶어하는 녀석들에게 노려질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하니"

"제가 그렇게 길을 기억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안심해 주세요. 깔~끔하게 잊어버릴 거예요"

"그건 잘됐군. 잊는 게 보신에 좋지. 다음은 저하와 비어웨이라는 녀석과 회담을 할 날짜를 조절하고 싶네. 만난 때에 카플에게 연락시키겠다고 전해둬. 이전에도 들었지만 너는 회담에 안 들어가도 괜찮나?"

"제 일은 지도 작성까지예요. 회담절차는 참여했기에 남은 건 여러분에게 전부 맡길께요. 일개 하급 귀족이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몸은 알고있지만 쓸데없는 일은 늘리고 싶지 않은게 본심. 그럼 좀 더 힘내자 나. 아직 더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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