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87. 온화한 봄날에

꽃을 맞이하는 달 25일을 맞이하여 나는 17살이 되었다. 뜻밖에도 올해 생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줬다.

결국 꽃을 맞이하는 달의 말까지 나는 왕궁치안상담부실에서 근무했다. 저녁에는 한동안 관사 뒷뜰에서 모스트다크에서 메모한 종이와 스케치를 태웠다. 연기를 마신 것은 어쩔 수 없지.

월말까지 근무했기에 루덴스 저하 일행까지 내 생일을 축하해줬다. 유행에 해박한 레이야드님이 추천한 케이크를 모두와 먹게 될 줄은… 술기가 들어서 매우 맛있었지만… 좋은 추억이 생긴 것으로 놔두려 한다.

어디까지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포기하기 직전까지 루덴스 저하가 억류했다. 마지막에 로베르트님에게 '내가 귀족에서 평민이 된 것'이 기재된 서면을 보여줬다. 국왕의 인이 제대로 찍혔다. 로베르트님이 책임을 지고 귀족 호적과에 제출해 준 것 같다.

레이야드님은 그림 공부를 하지 않겠냐고 권했다. 란셀님과는 또 클덴에서 만날 기회가 있을 것같다.

아 그렇지, 마지막의 마지막에 루덴스 저하가 복잡한 의장이 들어간 금반지를 받았다. 이것을 보이면 간단하게 왕궁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평민으로서 지내가 뭔가 불만이 나는 게 있다면 만나러 와라;라고 말했다.

음~ 일단 모두 날 맘에 든 걸까? 귀족과 평민을 잇는 가교가 될 수 있다면 뭐 좋겠지. 깊이 고민하면 두렵기에 이 이상은 생각 안하기로 했다. 높은 지위에 있는 고귀한 분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여러 위험이 있으니까.

모두에게 작별 선물로는 다른 때와 같이 이니셜을 자수한 손수건입니다. 카플씨에게도 건냈습니다요.

관사에서 친해진 나타샤씨, 하미이씨, 마리에타씨가 성태하게 생일파티라는 것을 열어줬다. 내 방에서 음식과 케이크와 술을 들고 와서 아침까지 떠들썩하게 대화하며 마지막에는 아무렇게나 잤다. 요즘 계~속 더러운 모습을 하고 방에 없을 때가 많았던 걸 책받았지만 누군가가 걱정하고 화내주는 건 정말로 기뻐서 말이지. 화가 끊이지 않았지만. 예쁜 빗이랑 화장품을 생일 선물로 받아서 엄청 기뻤다.

생일파티 후 간사를 떠나는 것을 알리자 이번에는 모두가 울어줬다.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모처럼 친해졌는데~'라고. 하지만 딕씨 아래서 일한다고 말했더니 울면서 '로베르트님에 이어서 딕님이랑 일하다니 엄청 부럽잖아'라며 심술내는 건 난처했어~

모두는 관사 옆 벚꽃나무 아래서 꽃구경을 하며 내 송별회를 열어줬다. 웃는 둥 우는 둥 바쁜 만남이 되었다. 이대로 내 방에서 밤에 밀려 들어와 아침까지 여자 모임은 한 것은 정말로 즐거웠다. 여자 삼인방에게 작별 선물로서 색이 다른 꽃을 자수한 스커프를 준비했다. 송별회 추억과 함께 나를 떠올려주면 좋겠다. 수잔씨에게는 이니셜을 자수한 손수건을 준비했지만.

암탉여관에도 물론 '로베르트님이 있던 곳에서 일하는 게 끝났어'라는 걸 전하러 갔다. 마스터와 에이다씨 사정을 아는 듯한 웰러 대장에게는 제대로 보고해야지. 자세한 이야기는 내 생일 축하도 겸해서 나중에 하기로 했다. 뭐어 이 멤버와는 앞으로도 오래 사귈테니까. 그야 왕도에 오면 꼭 암탉여관에서 머물 거니까.

◇◇◇

평소와 같이 식당에서 마지막 식사를 먹고 수잔씨에게 인사를 하고 거의 1년 전과 다름없는 행색으로 나는 관사를 떠났다.

포니테일을 하고 밀크티색 드레스, 박하색 코드에 배낭. 양손에는 검고 커다란 가방. 가방 안이 빵빵하게 부푼 게 이전과 다른 점이려나?

무거운 가방으로 비틀비틀거리며 희미하게 남은 벚꽃잎이 희날리는 왕궁 문을 나자 딕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경비대복에 짙은 녹색 망토는 여전히 눈에 띈다.

마침 용무가 있었다던가 하며 클덴 주둔지에서 짐마차로 왕도에 왔다고 한다. 이 정도 짐이라면 나 혼자서도 거리 마차로 충분히 클덴에 갈 수 있지만 말이지. "너는 혼자 놔두면 위험해"따위를 말하지만 맞이하러 와 준 것은 틀림없다.

"웰러 대장에게 들었어. 슬럼가에서 질 나쁜 녀석들에게 납치됐다며. 대장이 수소문해서 겨우 찾아서 구출했다고 하던대. 좀만 더 늦었더라면 여기에 있을 수 없었을 꺼야"

"뭐어, 납치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험하게 대하지는 않았어요"

"아니 다른 용도때문에 험하게 안 대한 거 뿐이지. 대체 저하는 둘째치고 로베르트의 용인술은 전혀 못 믿겠네. 정말이지 여기로 끌고 올 수 있어서 다행이야"

퐁퐁

내 머리를 살며시 두드렸다. 아 이전에도 이랬지. 웰러 대장에게 여러 일을 듣고 걱정해서 날 클텐 주둔지로 데려가 주는 거구나. 자연스럽게 내 머리가 숙여졌다.

"고마워요"

"엉? 어~"

"저기~ 죄송하지만 클덴에 가기 전에 들르고 싶은 곳이 있는데요"

짐마차가 향한 곳은 교외에 있는 공동묘지였다. 어머니에게 보고와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도중에 꽃집에 들러 튤립을 색색이 샀다. 살풍경한 공동 묘기 한 구석에 있는 어머니의 묘 앞에서 꽃을 바치며 무릎을 꿇었다. 단촐한 묘비에 눈을 돌린다.

"어머니,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 귀족을 그만뒀어요. 평민이 됐어요. 바보같은 짓을 했어라고 저세상에서 만나면 말할 것같아요. 하지만 이게 좋아. 어머니가 가르쳐준 지식을 살려 사는 게 즐거운 걸. 저세상에서 만나면 평민이 되어서 좋았다고 가슴을 활짝 펴고 말할테니까요. 또 올께요."

내가 일어서자 보고 있었다는 듯히 한바탕 바람이 슥하고 스쳐갔다. 하늘은 푸르고 옅은 구름이 떠다니는게 쾌청하다. 내 마음도 활짝 맑다.

다시 나는 어머니 묘비를 바라본다.

"어머니에게 보고는 끝난 거야? 친부에게는 보고 안해?"

"사우전트가와는 관계를 가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흐르는 소문으로만 전한다면 좋지 않을까요"

"흠. 으~음. 이번에 널 내 부하로서 데려온 것은 사우전트 백작의 덕도 있지. 애초에 내 비서같은 포지션은 없었지만 다른 부대에 있던 전례를 찾아선 가르쳐 줬지. 저하 일행 아래서 위험한 일을 한다는 걸 어디선가 들은 것같던데. 내가 들고 있는 권력만으론 부족한데 설득력이 없어서 곤란했단 말이지. 좋은 친부인 것같은데"

딕씨의 포도색 눈동자가 진지하게 아버지에 대해서 전달한다. 매의 눈같은 매서움이 지금은 전혀 없다. 나는 다문 채, 혼자 앞을 걷기 시작한다. 살짝 가다 멈춰 서선 빙글 돌았다.

"아버지에게 감사 편지는 쓸 께요. 만나는 것은…… 좀 더 자신이 붙으면 할 꺼예요. 그 때는 어머니와 같은 평민인 것을 자랑할 꺼예요"

진심으로 웃는 표정을 지었다. 새로운 목적이 생겼다.

<평민인 것을 자랑한다>

모스트 다크의 학교 자수로 새로운 유행도 만들고 싶다. 클덴에서 비서로서 수행하는 업무, 백년초를 사용한 손미용약 판매, 하고 싶은 것이나 신경 쓰이는 것은 잔뜩 있다.

"딕씨, 할 일이 잔뜩 있어요. 얼릉 가죠"

손짓으로 부르며 나는 짐마차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포니테일이 하늘하늘 흔들린다. 스커트의 옷자락이 나풀나풀 흔들린다. 신록빛을 띈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반짝반짝. 어디선가 분지 모른 바람을 타고 작은 꽃이 하늘하늘 춤을 춘다.

온화한 봄 날이 내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 되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