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 64화

살짝 신경써준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딕씨는 다큰 남자인데다 더욱이 체격이 좋아 꽤 체력이 있는 위사님이기에…… 그렇습니다. 이 사람 걸음걸이 빠른 겁니다. 느긋하게 걷고있는 것처럼 보인다만 나보다는 훨씬 빠르다. 따라서 나는 종종걸음으로 혹은 때때 종종걸음으로 따라간다. 암탉여관으로 갈 때는 거리는 둘러보며 갔으니까 느긋하게 갔지만 지금은 왕궁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니기에 자연스럽게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햇살도 주홍색이 짙어진 저녁이 되었다.

"딕씨 여기까지 오면 이제 혼자서도 갈 수 있으니까 배웅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도 왕궁에 왕도에 왔다고 알리러 가야하니까 신경쓰지마"

'아~ 뭐야 딕씨도 왕궁에 볼일 보러 가는 거구나"

딕씨가 굳이 나때문에 왕궁에 가는 건가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마음을 풀고 내가 잠깐 설 때 서두르는 듯한 남자가 뒤에서 쾅, 하고 달려오다 부딧쳤다. 힘을 주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잔뜩 빙글빙글 비틀거려 버렸다.

"우왓"
"어이쿠 괜찮아?"

비틀거리는 내 팔을 바로 잡아준 것은 딕씨. 한 팔만으로 내 몸을 지탱하는데도 딕씨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하아, 덕분에 넘어지지 않았어.

장난아니게 든든하고 커다란 손바닥. 검을 많이 휘둘러야 생긴다는 굳은 살도 있다. 힘을 뺀 모습인데 날 잡은 힘은 강해서 아플 정도이다. 남성에게 몸을 기댄 것에 놀라기 이전에 나는 딕씨의 단련된 몸의 일면을 알게 되어 놀랐다. 강하다고 하여 자만할 법도 한데 이 사람은 매일 몸을 단련하는 것을 깨달았다.

'호신술을 배울 때는 몰랐는데'

보비루스씨나 마스터의 팔이나 손에는 무수하게 많은 자잘한 상처가 새겨져있다. 깨진 손톱도 있다. 프라이팬을 쥘 때 주로 사용하는 오른팔만이 반대팔 보다 더욱 울퉁불퉁 근육이 있다는 것도 보고 안다. 그거랑 같은 거다. 딕씨도 그 길을 갈고닦은 사람이구나. 그 결과가 왕국경비대 상부직을 얻은 거구나.


왠지 '치사해'같은 생각을 하면 실례였어. 꾸준히 노력하여 단련한 것이지. 오늘도 분명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겠지.


"뭘 그리 멍하니 있어? 그건 그렇고 요염함 하나 없는 비명이네. 여기는 꺅이라고 외칠 장면이잖아"


정말이지~ 무심코 뺨을 부풀린다. 딕씨 소녀를 대하는 방법을 공부해줘요. 마음 속으로 나는 혀를 찼다. 모처럼 감탄하여 칭찬하고 있었는데. 앞서 걸어가는 딕씨 뒷모습을 헐레벌떡 쫓아갔다.

◇◇◇


"그래서 아샤, 일을 어때?"
"순조로워요. 아직 적응하는 게 우선이야서 일이라 부를 만한 건 안하고 있지만"

앞으로 향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딕씨는 질문해 왔다. 나도 담담하게 대답한다. 걸어가며 거리 높은 곳에 있는 왕궁이 커다랗게 보인다.

"이번 경비대 정기보고, 보고자로 내가 지명받아서 왔어. 거기다 제 3왕자가 '놀러 와'라고 말하더라고. 너 뭔 일 벌였냐?"
"그러니까 아직 일이라 할만한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요. 아무 것도 안하고 있어요"

턱에 손을 얹으며 딕씨는 쑥 중얼거린다.

"그럼 앞으로 무엇을 하는가까… 계속 접촉하지 않던 루덴스 저하가 말을 걸어서 분명히 아샤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말 뒤쪽의 소리가 작아서 나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서민이 되는 것이 연기된 지금(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선 상사인 왕자에게 붙어 일하여 돈을 번다. 이게 현재 내 상태. 아는 게 없는 왕궁 삶. 지시 받은 것을 하는 매일 생활로 다른 걸 할 여유없어요. 분명 서민이 될 때 가산점 요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가산점이 될 스킬을 반드시 익혀야지.

이런 저런 걸 하는 도중에 왕궁 출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검문을 받고 둘 다 무사히 입성했습니다. 당당하게 검문소에 있는 위병을 대하는 딕씨 역시 대단하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정중하게 딕씨에게 감사인사를 보냈다.

"또 보다"고 오른손을 들어 인사를 답한 후 딕씨는 왕궁 전궁 좌익측으로 사라졌다. 경비 업무때문이니까 그쪽인 걸까. 뭐어 나랑 만날 일은 당분간 없겠지. 나는 중앙 궁 동쪽에 위치한 관사로 향한다. 몸을 비추는 해는 상당히 저물어 점차 불어오는 바람이 몸을 식힌다.

에이다씨는 내 친구가 되었다. 딕씨는… 호신술을 가르쳐주기도 했으니, 스승? 이라 하면 될까? 마음 속으로 그렇게 불러주자. 실제로 부르면 더 뻐길 것같으니까. 남은 건 왕궁 내에서 지인을 늘리면 되려나 친구라면 더욱 좋고. 하지만 이건 어려울 것같아. 느긋하게 갈 수 밖에 없겠네.

◇◇◇

딕씨와 다시 만나게 된 휴일의 다음날부터 내 주업무가 서류 정리와 배송된 물건을 받는 일에서 왕도 치안 상담부실에 오는 면면을 들고 온 문서나 메모지 정리하고 총합하는 걸로 변화했다. 어느 정도 사무는 가능하다고 판단한 걸로 생각한다. 문서나 메모지는 일단 루덴스저하게 흩어보고 나서 받으니까 내가 읽어도 문제없는 내용이겠지. 다행히 모두 달필이고 홀딱 반할만한 문자를 쓰시기에 휘갈겨 쓴 메모라 해도 뭐라 쓰인지 알 수 있는 것은 고마웠다. 그렇다해도 관련성을 찾아 정리하는 것은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알 수 있는 상태였다. 처음으로 보는 지명에 익숙하지 않은 용어따위를 손에 든 책에서 확인하고 있다보면 그저 몇 줄도 되지 않는 메모 내용을 파악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아~ 도서관에 가서 왕도 지도랑 치안에 관련된 용어집을 제대로 읽으며 공부해야겠어. 정리하는 것은 종합적인 지식이 필요하구나'

도르시에선생님에게 내가 익힌 지리는 에펠난드왕국의 주요도시명과 특산품 주위 국가 이름과 특색정도다. 등잔 밑의 그림자… 사우전트가에 가까운 도시와 왕도 중심 일부밖에 왕도 지리는 모른다. 치안에 대해서 전혀 신경쓰지 않았어.

나는 문서나 메모에 나오는 모르는 지명이나 용어를 일하는 짬짬히 다른 용지에 옮겨 적었다. 주위가 어두워지는 지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던 때에 루덴스저하가 '손님에게 차를 우려와 가져다 줘'라고 지시를 하셨다. 어느샌가 손님이 오신 것같다. 내가 차를 우려도 되는 걸까?

의문을 품으며 재빨리 내게 할당된 책상에서 방에 배정된 시녀가 준비해 준 차세트로 이동한다. 소파를 보자 손님의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이 눈에 비쳤다.

'어?'

살짝 신경쓰였지만 우선 차를 손님에게 얼릉 내어야지. 언제나처럼 조심스레 차를 우린다. 응 색 좋네. 우선 루덴스 저하에게, 이어서 손님에게.

'받으세요'

쓸데없는 것은 말하지 않고 차를 테이블에 놓는다. 지금 나는 '레디 앤'이니까 내 정체를 알릴 필요는 없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재빨리 물러난다. 어째선지 강~한 시선을 느꼈는데. 고개를 갸웃거리지 말아주세요.

'어~?! 아~~"

사람을 손가락질하는 건 귀족이나 평민이나 할것없이 버릇없는데요. 미간을 쭈그리고 시선을 돌리자 입을 떡벌린 딕씨가 소파에 앉아있었다. 내 모습은 충분히 딕씨를 놀라게 한 것같다. 옆에 큭큭 어깨가 요동하며 웃음을 참는 루덴스저하의 모습이 있다.

"또 보자"라고 말한 딕씨 말대로 재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