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그만둡니다, 서민이 되겠습니다 67화

노와르 백은 생각과 다른 다정한 눈동자로 보며 나에게 알렸다.

"백작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만났을 때 제가 당신에 대해 묻기 전에 '먼 마을에 있는 지인에게 예절 수습으로서 맡겼다'고 말하셨습니다. 조금 쓸쓸한 늬앙스였죠. 그리고 안심하세요. 당신의 윗 아씨에게 연담 이야기가 와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나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누가 들을 지 모르기에 가명부터 아샤마리아와 레디 앤이 동일인이라는 것을 모르게 하기 위해 이름은 꺼내지 않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노와르백이 신경 써준 것이 고맙다.

그렇구나… 모두 잘 지내는구나.

아버지 안에 나는 먼 곳에 맡 긴 것으로 여기고 있구나. 설마 왕도에 다시 있을 거라고는 못 생각하겠지. 앞으로도 안 만나게 신경써야지. 사우전트가에 어떤 폐도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아직 서민이 되지 못했지만 약속은 지키자.

아버지가 쓸쓸해 보였다는 건 노와르백이 날 신경써서 말한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가 있든 없든 아버지 삶에 내 존재는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나에 대한 화제는 사우전트 가에서는 금기일테니까. 가족이라… 뭔가 먼 옛날 지인 이야기같네.

내가 아버지나 사우전트가를 상기한 건 집을 나온 후에 거의 없었을 것이다. 굳이 꺼내지 않으려 했다. 상기하려면 어깨가 움츠려들고 마음이 불편한 기억도 같이 상기되어 버리니까. 굳이 뭐하고 있을까, 같은 생각하지 않으려 할 정도다.

그렇다 해도 내 행동으로 사운전트가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을 안 것은 다행이야. 살짝 마음이 놓였다. 떨어져 있는데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나도 바라던 것이 아니니까.

내가 떪떠름한 표정을 지은 듯, 옆에 선 노와르백도 '안 말하는 게 좋았을까?'같은 떪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노와르백작님,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귀족 규수다운 예의를 차린 감사의 뜻을 표한다. 감정을 표정에 안낸다. 내가 왕도에 있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노와르백은 아버지에게 전하지 않을 것이란 건 안다.

얼굴을 든 나는 노와르백에게 방긋 웃는 표정을 보였다. 미소지은 레디앤을 지켜보는 노와르백… (내가 저하에게 말한 탓에 당신을 힘들게 하네요.)

원흉이라는 자각은 있지만 그가 입으로 꺼내는 일은 없었다.

지도나 치안 관련 책을 대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들었지만 왕궁서적사무용어사전은 대출할 수 있다고 하기에 대출해달라고 부탁했다. 저하 일행은 당연한 듯이 쓰는 용어지만 나는 모르는 용어가 있으니.

다양한 의미로 다시금 노와르백에게 감사하단 말을 하고 헤어진 후, 겨우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민용 서가 견학입니다.

'시간도 이제 얼마 없고, 오늘은 어떤 책이 서민용 서가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끝낼까~'

내 키보다 머리 하나만큼 큰 서가가 넒은 공간에 몇 개씩이나 나란히 놓여 있다. 살짝 미로처럼 보인다. 서민용이라 되어 있지만 귀족이 이용하는 것도 상관없다. 실제로 서민용 서가를 상위 귀족이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같지만.

이 주변에서는 뭔가 알아보기 위한 책보다 오락을 위한 책이 많다. 삽화가 예쁜 아동용 이야기책이나 대중 연애 이야기 따위도 있는 것같다. 내가 읽고 싶은 것은 별에 관한 책. 별자리? 라던가. 밤하늘에 떠있는 별의 위치에 호칭이 있다는 것은 클덴에서 알았다. 아샤마리아 였을 때는 평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으니까 별을 보고 '예쁘구나~'라고는 생각해도 그 이상의 감상은 없었다. 그보다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까 클덴에서 누군가와 밤길을 걸으며 별자리가 화제가 되어도 뭔지 몰랐다. 모두가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른다는 것은 살짝 분했다. 그러니까 알고 싶다.

모르는 것을 알고 싶은 것은 직접 조사한다. 이건 내가 어릴 적부터 해온 것. 당연한 것. 얻은 지식으로 삶을 개선한다.

별자리 책은 어디에 있으려나~ 하며 찾지만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노와르백과 같은 도서관직원을 찾자. 책의 여신을 곁들인 녹회색 뱃지를 자켓 왼쪽 소매에 달고 있으면 빙고다. 어슬렁 어슬렁 주변을 배회하자 있었습니다. 포근포근하고 밝은 갈색 머리카락을 목덜미에서 하나로 묶은 소녀가 여섯 권이나 되는 책을 안고 서가 발밑에 웅크리고 있다. 반납된 책을 원래 자리에 놓는 일을 하고 있는 것같다. 나는 그녀 뒤에서 말을 건다.

"저기, 죄송한데요"
"예, 옛!"

성실한 그녀는 책 6권을 다시 안고 척 일어나 뒤돌았다. 나랑 같은 왕궁여성사무직원인 그녀도 자켓 아래에는 가지색 사무복을 입고 있다. 살짝 친근감이 솟네.

"별자리에 대한 책을 찾고 있는데. 어디에 있는 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렇게 전하니 책장 둘 정도 떨어진 서가로 안내받았다. 선 채로 안내받은 서가에서 신경쓰이는 제목을 가진 책을 꺼낸다. 손에 든 채 페이지를 넘긴다. 흠, 이렇게나 별자리가 있구나. 별이란 이렇게 보이는 거구나. 아쉬워하며 도저히 이렇게 많은 별자리를 외울 수 있을 거 같지 않다.

그중에 모든 별의 기준이 되는 부동(不動) 별이 있다는 기술에 눈이 갔다. '길잡이 별' 들은 적이 있는 것같기도 하고 아닌 것같기도 하고. 북녘 밤하늘에 떠있는 듯하다. 몇일 내내 북녘 밤하늘을 보면 나라도 기억할 수 있으려나.

이번 왕립도서관에서 얻은 수확은 왕궁서류사무용어사전과 길잡이 별. '가까운 시일에 또 올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왕궁으로 돌아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