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마오,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야, 라고 말해도…"

마오마오는 완손에 상처를 새긴 단도를 놔둔다. 방에서 새로운 약을 시험했다. 마오마오로서는 일상같은 풍경이지만 야오에게 있어서는 말도 안되는 풍경임이 틀림없다.

"여기에 약이 있으니까 문제없어요."

단, 약이 듣는지는 모르겠다. 새로운 약을 만든다는 것은 시행착오를 계속 반복한다.

'달리 실험해 줄 수 있는 인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버지가 떯떠름한 얼굴을 짓는다. 가끔 튼튼해 보이는 무관을 상대로 약을 사용하고 있다만 그렇게 딱 좋은 인재는 역시 한번 치료하면 다음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쥐를 사용해 보는 것도 혼나고 전에 마오마오(고양이)의 털을 잘라 발모약을 시험해 볼까하고 생각했는데 녹청관 사람들이 꽥꽥 비난했기에 실행할 수 없었다. 제대로 자른 털은 붓으로써 이용되고 있는데.

그러니까 마오마오는 자신의 몸을 쓸 수 밖에 없지만.

"이 바보!"

혼났다.

"왜 그러십니까?"

야오의 목소리가 들리자 엔엔이 들어온다. 마오마오의 왼손을 잡고 화내는 야오와 그것을 바라보는 엔엔.

"엔엔, 뭐라 말해줘!"
"무슨 말을요?"

엔엔은 저녁식사 준비를 하던 도중인 듯 손에는 배추를 들고 있었다. 오늘은 나베요리인 걸까. 엔엔의 하얀 육수는 해산물과 돼지뼈로 우려내어 맛있다. 나중에 먹자.

"무슨 말이냐니, 이거말야 봐봐. 왼손이 너덜너덜해"
"예, 어차피 약 효과를 시험하고 있는 거겠죠"
"그렇다니까!"
"그렇습니다"

엔엔은 예리하기에 안봐도 눈치챈 듯하다.

"어째서 알고 있는데 안 멈춘 거야? 전혀 낫는 기미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새로 상처를 만드는 거야"

붕대 얘기는 꺼낸 적이 없었다. 눈치 챈 것이 아니라 일단 신경써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던 것같다.

"아씨, 그건 마오마옴가 스스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저 자해행위가 아니라 약을 만들어 내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하면 저는 막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예. 의미가 있는 일예요. 약과 독을 종이 한 장차이 이기에 어떻게 배합해야 좋을 지는 시험을 해볼 수 밖에 없어요"

의료종사자라면 약을 실험하는 것이 중요한지 알고 있는 터다. 약의 효능을 시험하기 위해서 의국에서는 동물을 수십종류를 기르고 시험한다. 야오도 복잡한 얼굴을 지어 보이지만 불만은 안 말한다.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이다.

그러기에 뭐라 할 권리는 없다고 마오마오는 생각하지만 야오는 눈썹을 찡그린면서도 물러날 기미가 없다.

"그렇다하여 그대로 둘 수는 없잖아"

야오는 마오마오의 손을 잡고 떨떨어지지 않는다.

"친구가 이렇게 되어 있는데!?"

""……""

마오마오와 엔엔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친구, 예, 친구정도라면 예 뭐어……"

살짝 질투하는 듯이 마오마오를 보는 엔엔.

"친구였지요"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일 외에도 같이 식사를 하거나 잡담을 나누었다. 이건 친구로서 어울린다는 것이라고 분류해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엔엔과 마오마오가 각자 확인하는 듯이 말하자 야오의 얼굴이 점점 홍당무가 되어간다.

"아, 아냐! 친구아 아니나, 도, 동료! 동료야! 동료가 이상한 약을 시험하고 있다면 멈춰야 하는 거잖아! 엔엔도 그렇지?"

동의를 구하자 엔엔은 한순간 생각한다.

"솔직하게 마오마오라면 멈추려 해봐야 무리일테고 뭣보다 의미가 있는 행위라면 내비두는 것이 맞는 것싶지만"

마오마오도 끄덕인다.

"그럼 나도 똑같은 일할 꺼야!"
"안됩니다"

엔엔는 바로 답한다. 들고 있던 배추가 바닥에 떨어진다.

"야오님의 곱고 민감한 피부에 상처 한 치도 허가할 수 없습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해서는 안되는 겁니다. 만약 그런 흉내를 내려하신다면 나는 그 열 배 아니 백 배만큼 상처를 몸에 새기겠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진지한 얼굴로 빠르게 말하며 야오의 양 어깨를 잡고 흔든다. 마오마오를 소홀히 하는 것같다만 대상이 야오라면 어쩔 수 없다. 상대에게 집착하는 만큼 상대의 행동에 제한을 걸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 그게 자해행위로 이어지는 것이라면 더더욱.

'……'

마오마오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 '음~'한다. 뭔가 생각난 것같으면서도 안난 것같은.

'아니, 없던 걸로 하자'

마오마오는 중얼거리며 야오의 손이 떨어진 왼손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엔엔이 떨어트린 배추를 손에 쥔다.

"저기 뭔가 탄내 나는데"

마오마오 코로 킁킁거린다.

"전골…… 불에 올린 채로 두고 왔어"
"……"

당황하며 부엌으로 향하는 세 명이었다.

전골 외에 만든 성젠만터우는 그 모습이 재로 변했다. 수는 삼의 배수, 마오마오가 먹을 양도 제대로 넣어두었다고 믿고 싶지만 재같은 뭔가를 먹을 마음은 들지 않는다.

"나중에 씻겠습니다"

어깨를 떨꾼 엔엔. 식재료를 망친 것보다도 표면에 탄 게 우울한 거겠지.

'이건 클났네'

죽에 전골이라는 평소보다 풍성한 식사를 먹는다. 중화 수저로 떠 국을 마시지만 엔엔이 만든 육수는 맛있다. 전에 한 번 어떻게 요리하는 지 물었지만 안 알려줬다. 그저 엔엔은 야오를 살짝 보고 방긋 웃었기에 자세히 묻지 않는 편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뭐가 들어있는 걸까?'

야오와 달리 마오마오는 특이한 재료라도 괜찮기에 신경쓰지 않으니 냅두자.

살짝 배추가 적은 게 아쉬운 야오지만 엔엔이 침울한 것을 보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거겠지. 이 주인과 시녀가 잘 지내는 것도 엔엔의 옆에서 보면 극히 일방적인 사랑을 받아주는 야오가 있으니까 가능하다.

마오마오는 말린 관자를 젓가락으로 잡아 입에 넣는다. 아직 스믈스믈 즙이 남아있다.

"그러고 보니 야오양. 무슨 일이었습니까?"

전골을 태워버린 근본 원인은 야오가 마오마오 방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쑥쓰럼쟁이인 야오가 목적도 없이 혹은 이유도 안 붙이고 마오마오한테 오는 경우는 없다.

"아 그렇지"

야오는 돼지고기를 쥔 젓가락으로 놓고 품에서 종이를 꺼낸다.

"이거 일정표"
"일정표"

의국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의관이 배치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의관이 호출될 행사가 없는지 한 달분 일정표를 준다.

안을 열자 그리운 단어가 있었다.

"원유회"

그렇다. 겨울을 앞에 둔 이 계철에 후궁에 있는 비들이 두려워하는 원유회가 있다는 것이다.

"주된 행사는 원유회랑 연말에 있는 제사정도군요"

엔엔도 얼굴을 내민다.

"원유회라니 살짝 낮지 않나요?"

전에 원유회가 있던 계절은 지금보다 약 한 달 전정도 였던 느낌이다. 정원에 귀여운 꽃같은 건 이제 남아 있지 않겠지.

"늦군요. 하지만 이번에는 원유회하는 건은 표면적인 이유라고 생각해요"

정보통인 엔엔이 '원유회'라는 단어를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유야무야된 새로운 '이름을 지닌 자'를 소개하려는 거겠죠"
"<구슬(玉)>입니까?"

<구슬(玉)> 즉, 교쿠오유(옥엽;玉葉)후의 부친인 교쿠엔(옥원;玉袁)을 말하는 거다. 리의 서쪽, 서부를 다스리는 그를 서울에 불러내여 반년이 지나려 한다. 본래라면 빠르게 피로연을 했을 터다. 그 사구의 무당의 독살 난리가 안 일어났다면.

살짝 안색이 나빠진 야오와 엔엔.

이 두 사람은 무당이 살아 있다는 걸 모른다. 야오는 어쩌면 눈치 챘을 지도 모르지만 엔엔은 모를 터다. 알고 있다면 야오바라기인 그녀가 무슨 짓을 벌였겠지.

'서쪽에서는 새로이 징병이 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니, 서쪽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 또한 그렇지만"

'정말로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어오는 거지'

"징병이라니"
"예, 그저 군을 확대시킬 뿐이라면 좋겠습니다만"

뭔가 시야에 들어와 고민하는 거겠지. 어쨌든 의관 조수인 마오마오가 끼어들 이야기는 아니다.

"엔엔 하나 물어봐도 될까?"
"무슨 일입니까?"
"서부 무리들은 신뢰할만해?"

야오의 엄청 솔직한 물음에 마오마오는 주변을 둘러본다. 식당에는 아무도 없다. 춥기에 문과 창은 꽉 닫혀 있다. 누가 듣고 있을 리는 없겠지.

"아가씨"
"알고 있어. 그러니까 여기서 이야기하는 거야"

야오 또한 바보가 아니다. 여기서는 셋뿐이 없기에 입에 올린 것이다.

"분명히 교쿠요우후에 대한 소문은 들었어. 아름다운 사람이지만 뽑내지도 않고 후궁에서도 아랫사람에게 다정하다고. 그런 것은 마오마오가 잘 알겠지만"
"교쿠요우후는 경국의 미인[1]이 아니고 주상 폐하도 여성에 빠질 분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여기서 살짝 지나쳤다고 마모마오는 깨닫는다.

"라고 후궁의관이 말했어요"

돌팔이 의사를 넣어두자.

마오마오가 후궁에서 일한 것은 알았지만 비취궁에서 일했다곤 말하지 않았다. 엔엔이라면 알지도 모르지만 입에 올리지 않는 편이 무난하여 다물었다. 엔엔이 말하면 이야기하자.

"경국의 미인이 아니라고 하지만"

야오는 죽을 수저로 뜬다.

"과거에 있던 경국의 미녀 중에 몇명이나 정말로 악녀였을까"

살살살, 죽을 또 밥그릇에 떨어트린다. 야오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았다.

"교쿠요우후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라도 그 친족까지 그런지 모르지요"

교엔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마오마오는 거의 모른다. 평소에 굳이 따지자면 직설적인 야오지만 가끔은 기이하게 날카롭다.

"예 교쿠요우후가 허울좋은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
"야오님"

엔엔이 걱정스러운 듯이 야오를 본다.

숙부에게 도구처럼 취급되던 소녀는 최고의 출세 도구로써 나라 안의 여성의 정점에 도달한 교쿠요우후를 어찌 생각하는 걸까.

야오는 또 수저로 죽을 떠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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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라를 기울게 하는 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