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진씨편/23.맛없는 요리

하늘은 푸른 회색을 띄며 드문드문 눈이 내리고 있다.

"추워질 것같더니 역시 내리네~"

야오가 세탁을 하느라 새빨개진 손가락을 입으로 후후 불고있다. 엔엔이 보면 바로 연고를 조심스럼게 발라줄 턴데.

"어젯밤은 맑았는데 말이죠"

별이 떠있던 하늘이 아름다웠던 걸 마오마오는 떠올린다. 겨울은 개인 날일 수록 춥다.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구름이 하늘을 덮지 않으면 낮에 뎁혀진 공기가 도망치기 때문이라고 알려줬다.

"이럼 원유회는 괴롭겠죠"
"그렇죠"

다른 사람 일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며 세탁물을 넣은 바구니를 들고 의국으로 돌아간다.

"어라? 어쩐지 사람이 많은데"

무관이고 문관이고 상관없이 사람이 있다. 평소라면 문관은 그다지 드나들지 않는 장소인데. 아무래도 뒷간으로 향하는 것을 깨닫자, 마오마오는 짝 손을 쳤다.

"원유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군요. 시작하기 전에 볼일은 미리 봐야겠죠"
"하지만 여기서 멀지 않아?"
"가장 가까운 곳은 높으신 분이 사용합니다. 그 다음에 시녀같은 사람이겠지요"

마오마오는 1년 전 일을 떠올린다.

"그럼 주상폐하는?"
"주상폐하의 경우 새롭게 만들었을 터겠죠"

어디의 누가 사용했는 지 모를 뒷간에서 볼일을 볼 수는 없다. 그것이 나라의 정점에 선 분이라는 것이다. 문뜻, 야오의 발이 멈췄다.

"마오마오, 이 길로 가지 말죠"

마오마오의 손을 당긴다.

"멀리 돌아가게 되지 않나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어"

알기 쉬운 설명이다. 뒷간으로 향하는 문관, 무관들 중에 누군지 모르지만 마뜩잖은 사람이 있는 것같다. 허투르게 만나는 것보다 피하고 싶은 마음을 잘 안다.

'도대체 누굴까?'

야오에게 지인인 관리가 있다고 한다면 현재 후견인이라는 숙부인 걸까. 혹은 이전에 맞선을 강요당할 뻔한 엔엔이 이르기 '소아취미'녀석 인걸까.

파고든다 하여 딱히 마오마오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리도 없기에 얌전히 따라간다. 의국에 도착하여 야오는 엔엔에게 잡혔다.

"아기님!"
"엔엔…… 살짝 추워"

뺨과 귀가 새빨간 야오에게 엔엔은 겉옷과 따듯한 생강차를 준비해 줬다. 마오마오에게도 생강차를 줬다. 찻잔에 입김을 불며 한입 마시자 몸 안에 온기가 퍼진다. 감귤껍질을 우린 것같아서 향이 좋다.

방 안 또한 상처입을 사람, 병자가 왔을 때를 위해서 데워서 무심코 꾸벅꾸벅 졸아버릴 것같다. 겨울철에는 땡땡이치러 온 무관들이 자주 상관에게 목덜피를 붙잡혀서 수련하러 돌아가는 것같다.

오늘은 시끄러운 의관은 출장하서 비교적 마오마오 일행에게 친절한 젋은 의관들만 남았다. 모두 상사가 없으니 살짝 얼간이가 되었다.

"아~ 따뜻하다. 그럼 일하러 갈까"
"아기님, 오늘은 여기에 남아주세요. 밖깥일은 저랑 마오마오가 할테니까"
"그럴 수는 없잖아. 그 모습을 보니까 숙부님이 여기에 왔구나"
"아기님"

마오마오의 예상대로 숙부였던 것같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는 안 끼쳤어?"
"예, 예… 단지 기다리려고 하려했습니다만……"

슬쩍 엔엔이 뒤를 본다. 상에 앉아있던 젊은 의관이 야무진 얼굴로 일어섰다.

"내가 설명했어요. 여기는 다친 사람이나 병자가 오는 장소기에 휴식처가 아니라고. 그리고 원유회가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안 맞을 거라고 전했더니 돌아갔습니다"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일단 야오는 머리를 숙인다. 엔엔은 으드득거리며 질투가득한 시선으로 젊은 의관을 본다.

'안심해. 걘 야오가 아니라 엔엔을 노리는 거야'

아기님바라기인 엔엔에게 아기님의 가까이에 있는 사내는 모두 송충이같은 거겠지. 마오마오는 씻은 그릇을 이번에는 전골에 옮겨 끓일 준비를 한다. 좀 펄펄 끓고 있지만 일을 끝내는 게 먼저다.

"마오마오"

엔엔이 불러서 멈춰서 돌아본다.

"이거 땔감으로 써 주세요"

넘겨진 것은 천으로 쌓인 판이다. 판 두개가 짝이여서 열면 사내의 그림이 끼어있었다.

"질리지 않는 사람이네"

기가 막힌 야오는 아궁이에 불을 넣기 위해서 화로에서 불을 얻고 있다. 숙부라는 자가 뭘 하러 왔는지 알았다. 맞선 상대의 초상화지만 어디까지 미화시킨지 모르겠다. 마치 배우의 그림이었다.

젋은 의관은 슬며시 마오마오와 야오를 보며 '얼릉 방을 나가줘'라고 호소했다. 둘만이 있는 상황에서 엔엔과 친해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젊은 의관은 이미 엔엔, 그리고 엔엔이 지키는 야오를 포기했는데 고집이 쎈 사람이다. 참고로 마오마오는 처음부터 예외었다는 걸 덧붙여두자.

'오히려 둘만 있는데 대화가 되려나?'

소박한 의문이지만 이 의관은 꽤 고집불통이다. 마오마오와 야오가 방을 나가려 하자 엔엔에게 붙었다.

"엔엔 계속 이야기를 할까. 나중에 야오양에게 이야기해도 돼"
"……"

야오의 흥미를 끌 수 있다면 엔엔은 다소 참자.

'단순한 화제제공자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같지만'

엔엔은 버거울 거울텐데, 라며 생각하며 아궁이가 있는 밖으로 향했다.

한 시간 정도 점심이 지나 물을 끓이는 것과 포목을 말리는 것은 끝났다. 의국에 돌아가면 점심을 먹자.

원유회도 휴식에 들어간 듯 뒷간에 점점 사람이 모였다.

"야오양, 뒷간에 안가도 되겠나요?"
"나, 나는 괜찮지만 마오마오는 어떤데?"
"전 방금 갔다와서"

야오가 배신당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사람이 붐빌 것같기에 야오가 말리는 사이에 재빨리 갔다왔다.

"야오양, 안갑니까?"
"안가!"

뒷간은 제대로 남여 구분되어 있지만 문관이나 무관이 잔뜩 있는 안으로 가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거겠지. 무엇보다 참지 못해 여자용으로 들어간 녀석도 드문드문 있다. 평소 사용하는 관녀들은 마음이 편치 않은가 보다.

"마오마오는 원유회에 나간 적있지"
"엔엔에게 들었습니까?"
"응"

역시 정보통이네, 라고 마오마오는 생각한다.

"어떤 느낌이야?"
"추워요. 그리고 그다지 꿈꿀만한 곳이 아니었어요"

화려한 무대지만 나인으로서 참가한 마오마오는 추위와 싸우는 것이었다. 아직 아기였던 鈴麗공주님이 감기에 안 걸리게 하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그리고 식사다. 기미를 하느라 밥맛따위 느끼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잔뜩이고 식은 국에 수저를 옮긴다.

'독따위 그리 넣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닌데'

본래라면 독이라는 걸 섞는 것은 폐해가 크다 하는 측에게도 각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희생을 내더라도 저지를 사람은 있다. 그러니까 마오마오는 과거에 독이 들어간 국을 입에 넣게 되었다.

'먹고 싶어'

"마오마오, 표정이 풀어진 거 아냐?"

찌릿 마오마오를 노려보는 야오.

"아 죄송해요"

또 국 맛을 떠올려 버렸다. 독이라면 씁쓸하거나 아릴 수도 있으려만 독이 있다해도 맛있는 것은 세상에 잔뜩 있다. 복어나 버섯같은.

뒷간 앞을 지나던 중에 '겍'이라고 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지 보니 우물가 근처에 무관 수 명이 입에 물을 머금고 뱉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무관은 무관이라도 평소보다 좋은 옷을 입었다. 원유회 참가자겠지 안면있는 얼굴이 있었다.

"신경쓰이면 물어볼까요?"
"어, 잠깐만"

마오마오는 우물가에 다가간다.

체격이 좋은 무관 중에 한 명 대형견을 떠올리는 남자가 있었다.

"오랫만이예요"
"아가씨"

리하쿠다.

2년 전 원유회에도 참가하던 사내다. 올해도 참가해도 이상하지 않다.

"무슨 일 있었나요. 뭔가 토하는 것같던데"
"아~ 걱정하게 만들었군. 딱히 특별한 일은 아냐. 그저 요리가 맛없을 뿐이야. 그치?"

리하쿠가 주변 무관들을 부른다.

"그렇다니까, 그것 굉장하지. 궁중요리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그런 건 식당의 아저씨가 만든 밥이 훨씬 낫지"
"식은 탓도 있겠지도 말야. 그 국은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재료 계량을 잘못한 게 분명한 맛이었지. 혹시 주상 폐하의 식사에도 같은 게 나간 게 아닐까?"
"주상 폐하가 먹는 건 달라. 우리랑 같은 게 나갈 리 없잖아"
"그도 그렇겠지"

웃는 무관들.

"요리가 맛없다고?"

마오마오는 어떤 요리가 나오는 지 안다. 식었다, 식지 않았다는 차이는 있다 치더라도 맛 자체는 어느것이든 맛있는 음식뿐일 터다.

"어떤 개 나왔습니까? 그 국물 요리라는 건"

혹시 주상폐하나 고관대작에게 이상한 요리가 나왔다면 나중에 요리사의 목이 날라갈 지도 모른다. 혹은 이상한 것이 섞여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엄청 짰지. 재미있는 요리를 내려고 남방 요리를 만든 걸지도 모르지. 모양이 새겨진 삶은 달걀이 건더기로 들어있는 보기에는 맛있어 보였는데 말이지"

그랬더니 건더기가 먹자 까닭모르게 짜다. 국물에 이르러건 뱉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일단 열심히 먹고 남은 요리도 또 이상한 맛이 아닐까해서"
"그래그래. 하지만 주위 사람은 엄청 요동이 없었지. 우리 상관도 '맛있어, 맛있어'라고 입맛을 다신 정도였어. 혀가 이상해 진걸지도 몰라"

여기 있는 무관들은 자신의 혀가 이상해진 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같은 감상을 지닌 사람들이 있었기에 역시 요리가 이상했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분, 국물을 먹고나서 얼마나 지났나요?"
"음~ 반시정도려나 뱉고 싶은 걸 참아서 휴식 시간이 되어 여기까지 뛰어 왔어"

그러고 보니 리하쿠를 포함해 모두 살짝 땀투성이다.

"반시인가요. 몸 상태는 문제없는 것같네요"
"뭐야 그 말투는. 설마 독이 들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 자 봐봐, 보이는 대로 팔팔하다고"
"독에 따라서는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 효력이 나는 놈 또한 있어요"

살포시 야오가 다가왔다. 자신이 체험했기에 소리에 감정이 담겨있다.

"겁, 겁주지마"

리하쿠가 얼굴을 찡그린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의국으로 오세요. 제대로 내장까지 뱉을 수 있도록 준비해 둘께요"
"내장을 뱉으면 안되지"

리하쿠 얼굴이 새파래지는 사이에 마오마오와 야오는 의국으로 돌아갔다.

"마오마오, 아까 꺼 어찌 생각해?"
"단순히 생각하면 소금 덩어리가 있던 게 아닐까요. 국물에 녹고 남은 건 그리 있을 리 없겠지만"

커다란 암염을 넣은 걸까. 혹은 그 뒤에 소금을 투입한 걸까. 어느 쪽이든 몸 상태가 나빠지면 또 의국에 올 수밖에 없다.

"그러네"

야오도 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단 마오마오의 가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약사의 혼잣말 분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