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 장수(남)으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1장 2화

우리 집 저택은 뒷문으로 나오면 바로 숲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숲을 빠져나가면 바로 자살 명소로서 유명한 언덕이 있다.
거기서 구두를 정돈해둔 후에 떨어지면 어쩌면 내가 실족한 것으로 수색활동이 진행되어도 바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다른 사람에게 쓸데없이 힘을 쓰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은 꽤 힘이 부치는 일로 하물며 평소에 운동을 거의 안 하는 나는 바로 숨이 거칠어 진다.
이래서야 도착할 수 있을지…

서두른다 해 봐야 별 수 없기에 잠시 휴식하기로 했다. 적당한 그루터기에 엉덩이를 올린다.

솨아아…

숲에 바람이 불며 나무들이 흔들린다. 위를 올려다보니 잎사귀 사이로 해살이 반짝이는 것이 뭐라 말할 수 없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예쁘다…”

무심코 그런 말이 흘러 나왔다. 숲같은 장소에 들어 온 것은 처음이여서 지금까지 아래만 보고 걸었기에 못 알아차렸다.
죽을 때 이런 풍경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죽을 장소를 여기로 정해 다행일지도 모른다.

슬슬 갈까.
그렇게 생각하여 일어서자 등 뒤에서 어떤 기척을 느꼈다.
살기, 라고 본능이 고하는 듯한 감각이 들어 천천히 돌아보자 역시 그곳에는 이를 드러낸 마수가 있었다.

숲은 마수나 마물의 주거한다는 것은 알았다.
아무런 대책도 안 세우고 숲에 들어가면 덮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았다.
그럼에도 가볍게 입고 숲에 들어온 까닭은 어차피 죽으러 가는 것이니 도중에 마수에게 죽는다 해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미 죽을 각오는 먹었다. 나는 ‘어서 덮쳐 주세요’라는 듯이 얌전히 그 자리에 서서 눈을 꼭 감았다.

마수의 숨결, 발소리를 시각을 상실한 것으로 날카로워진 청각이 줍는다. 눈을 떴을 때보다도 확실하게 그 존재를 느끼게 된다.

“하앗…”

나는 공포로 인해 마수가 덮치기 직전에 피해 버렸다.
목을 물어 뜯으려 날라온 마수는 조준이 빗겨나가 왼팔을 물었다.

“아아아아아아악!!”

아파아파아파!! 뜨거워뜨거워뜨거워!!
물린 왼팔이 타는 듯이 뜨겁다.
나는 조난당했을 때를 위한 자결용으로 쓰려 저택에서 가져온 단도를 꺼대들고 마수에게 있는 힘껏 꽂았다.

“캬인잇!!”

단도는 운 좋게 마수의 눈에 꽂히자 마수는 내게 떨어져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했다.
팔을 보자 아파서 뜨겁다고 느낀 것이 아니라 정말로 탔다.
파이어 울프.
염속성 마수로 문 상대를 불덩이로 만들어 죽인다.
책으로 읽은 정보가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

불이 드레스를 점점 침식해 간다. 나는 정신없이 드레스를 벗어서 버렸다. 언제나 뒤로 한갈래로 땋아 묶은 머리카락에도 불이 옮겨 불탔기까지 잘라 버렸다.

그리고 이 곳에서 도망치려 달리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뭐라 말할 수 없는 말을 외치며 달린다.
아파, 뜨거워, 무서워.
그런 말에 더하여 “도와줘”라고도 외쳤을 지도 모른다.
스스로 죽음을 고르고 각오는 되었다고 생각했다만 그 직전에서 도망치는 어쩔 수 없는 사람에게 도와줄 가치는 없을텐데.
도와줄 사람같은 건 없을 텐데.

얼마나 달렸는 지 모르겠다.
시간으로 치자면 거의 몇 분일지도 모르는 시간였을 지도 모르지만 내 집행유예 기간도 끝을 알린다.
수풀을 벗어나자 보인 것은 막다른 곳이었다.
정면에 절벽. 이곳은 내가 가고자 한 언덕의 아래같다.
뛰어 내리지는 못 했지만 결국은 죽을 장소는 처음 예정대로 되었다니 얄궂은 일이었다.

저 마수는 약소하다고 내게 반격 당한 일에 화나 더욱 기세가 사나웠다.
안심해, 이번에야 말로 죽어 줄 테니까.

나는 눈만이 아니라 귀도 막으며 가만히 그 때를 기다렸다.

허나 얼마만큼 기다려도 마수는 안 덮쳐왔다.
아무리 경계한다쳐도 너무 느린게 아닌가?
나는 벌벌 떨며 눈을 떠봤다.

그러자 그곳에는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마수가 둘러다니고 그 앞에는 검을 든 남성이 서 있었다.

“꼬맹아 무서웠지. 이제 괜찮아.”

그 사람은 내게 그리 말하고 웃으며 날 바라본다.
나는 피곤한 탓일까 안도한 탓일까 자결이 실패하여 낙담한 탓일까 모르겠지만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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