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 장수(남)으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1장 33화

정처없이 무아지경으로 달리던 나는 어느샌가 어둡고 좁은 뒷골못에 주저 앉았다.
어둡게 잠긴 내 마음에는 이 장소가 딱 맞는다며 무의식으로 끌렸는 지도 모른다.

"거기 형씨. 이런데서 뭐 하는 거야? 나쁜 녀석들에게 덮쳐져도 불평하지 말라고. 우리같은 녀석들 말이야. 으하하"

무릎에 파뭍힌 얼굴을 들자 그곳에는 세 젊은 사나이들이 더러운 웃음을 지으며 날 내려다 본다.
이런 인기척없는 곳에 혼자서 패기도 없이 들어온 나를 보고는 공갈하기에 좋은 먹이라고 생각한 것이리라.
허나 지금의 내게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따위 없이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자포자기한 기분이 들었다.

"어라? 너 혹시……"

내게 말 건 멤버의 우두머리인 듯한 사나이가 내 얼굴을 보고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 팔을 잡고 억지로 일으켰다.

"아~ 너 역시 류카였냐. 여전히 짜증나는 사내네. 뭐어 벙추니 어쩔 수 없나"

그리고 비웃듯이 그리 말했다.
그런 사나이의 모습에 동료 중 한 사람이 의외라는 듯이 묻는다.

"이 녀석 가레스가 아는 사람이야? 그보다 벙추라니 뭐야?"

"몇년 전에 만난 적 있는 녀석이야. 이 녀석 입이 소리를 못 낸다고. 그러니까 벙추. 야 네 아직 엘자에게 딱 달라 붙어 있냐?"

가레스라는 이름을 듣고 그 사나이의 얼굴을 보니 본 적이 있었다.
몇년 전 이 마을에 왔을 때에 엘자에게 고백한 사나이 중 한 명이라 기억한다.
물론 엘자는 평소처럼 고백은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가레스는 마을 소년들의 우두머리같은 존재였기에 차인 일로 자존심에 상처받은 듯 격노하며 가까이에 있던 내게 달려 들었다.
그 때는 아직 내가 말을 못 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기에 벙추라 불리게 되어 버렸다.
엘자가 안 보는 곳에서 몇 번이고 부정적인 말을 맞았다.
어느 날 그 사실이 엘자에게 들켜 그녀도 화내서 복화술같은 것으로 내가 대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숨겨 주게 되었지.
열시 난 엘자에게 민폐만 끼칠 뿐이었구나.
너무 응석을 부렸지.

"아~ 이런데 혼자 있다는 것은 엘자도 드디어 정나미가 떨어진 건가. 뭐 너같은 벙추는 거치적거리니 버려지는 것도 당연하겠지"

엘자는 다정하니까 버리려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정하기에 더욱 정말로 성가시다 생각해도 같이 있어주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근데 너, 엘자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하잖냐? 벙어리인데 제대로 된 일도 못 할 테고. 사는 가치같은 게 없는 거 아냐?"

그의 말에는 스스로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어 나는 점점 위축하여 작아진다.
반론도 못 하고 가슴을 누르며 그저 비수같은 말을 참는다.
옛날에도 누구에게든 민폐를 안 끼치고 싶어서 엘자에게도 안 말하고 시간을 지나기를 기다렸다.
이번도 그렇게 될 터, 였는데……………… 윌이 타나났다.

쿵우우우웅!!!

엄청난 소리가 나며 눈 앞에 있던 사람이 수 미터 앞으로 날라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갑작스런 일에 그 곳에 있는 누구도 이해 못 한 채 굳어졌을 쯤 그저 한 사람이 큰 소리는 질렀다.

"류카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너희가 모를 뿐 엄청난 가치가 있는 녀석이야!! 엘자도 거기다 나도! 류카가 필요하다고 소중하다고 생각해!!"

떡 하니 서서 뭐라 설명 못할 박력으로 그리 외치고 어깨에 힘을 주고 그대로 상대를 째려 본다.
갑자기 나타난 윌이 가레스를 차 날려버린 것이었다.

"그, 그러냐! 그럼 알아서 친구놀이라도 해라!"

윌의 박력에 압도된 가레스는 그런 말을 남기고 동료와 같이 떠났다.
예전부터 가레스는 싸움은 그다지 안 쌔기 때문에 윌의 실력을 보고 도망간 것일지도 모른다.
골목길에 남겨진 나와 윌 두 사람은 그런 시원스러울 정도의 모습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좋아, 돌아가자"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윌은 내게 그리 말하고 손을 내밀었다.
내게는 그 손의 의미를 몰라 잡을 수가 없었다.

'나도 돌아가도 돼?'

윌의 손을 안 잡고 대신 펜을 쥐고 내가 생각난 것을 전했다.
윌은 엘자와 결혼하고 싶어하니까 나같은 게 있어도 방해일 뿐 아닌가,하고 제럴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라서다.

"뭐? 당연하잖아! 제럴이 네게 무슨 말을 했는 지 대체로 들어버렸지만 그런 말은 신경 쓰지마. 나는 너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하고 싶어. 거기다 아까 말했지? 나는 너가 소, 소중하다고 생각하니까!!"

화난 듯이 그리고 마지막은 살짝 부끄러워하며 내 문을 제대로 똑바로 바라보며 말해준다.
그런 그의 태오 와 말을 나는 믿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자, 알았으면 돌아가자!"

쑥스러운 지 아까보다도 퉁명스럽게, 하지만 또 손은 내밀어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에는 그 손을 잡았다.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야………… 어, 왜 그래!? 너 우는 거야?"

허둥대는 윌이 그리 말해서 안 맞잡은 손을 눈가에 대자 거기는 젖어 있었다.
하지만 뺨에 떨어지는 눈물은 어딘가 따듯하고 달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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