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 장수(남)으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1장 35화 종자의 마음

숙소 뒤편에 혼자 남겨진 나는 그 곳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고를 여유는 없다.
나라를 위해서도 한 시라도 빨리 그녀를 손 안에 넣어야만 한다.
그러기에 나는 류카를 그녀에게서 떨어트려야만 한다.
그런 강박관념에 휩싸였었다.

‘그래도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손에 쥔 행복따윈 필요없어!’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나는 어째서 그런 짓을 해 버린 것인가.
그리고 어느 사람이 일찍이 내게 한 말이 머리에 떠오른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있는 행복 따위 진실된 행복이 아니야’
내가 충성을 맹세한 유일한 분, 제1왕자이신 디온 에드먼드 님의 말씀.
떠나가는 윌리언님의 모습이 디온님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듯했다.

 ***

어느 날 마차 한 대가 절벽에서 떨어졌다.
이따금 일어나는 흔히 있는 비극적인 사고 중 하나다.
허나 그 추락사고는 다른 사고와 다른 점이 있었다.
그 마차에는 차기국왕으로서 기대가 높은 제1왕자인 디온 에드먼드와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탔기 때문이다.
그 사실에 국민은 슬퍼하며 나라 안이 밤낮으로 그 죽음을 애도했다.
허나 그래도 국민은 이 나라의 미래를 비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제2왕자인 클라렌스 에드먼드 또한 거의 동등하게 우수하며 백성의 신뢰도 두텁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기 국왕으로 클라렌스를 바라는 분위기가 차츰 나라 안에서 퍼졌다.

“실례하겠습니다”

집무실 문을 열자 폐하는 살짝 높게 서류가 쌓인 책상에 앞에 안 앉은 채 이쪽을 등지고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 근래에는 국왕으로서 해야 하는 업무가 쌓여 책상에서 떠난 모습을 본 적 없어 의아함을 느낀다.

“제럴…… 너는 클라렌스를 어찌 생각하는가?”

폐하는 이쪽을 돌아보지 않은 채 갑자기 그리 물으셨다.
어찌, 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 것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하자면 왕위계승에 관해서 이리라.

“우수한 분이라 생각합니다. 차기국왕으로서도 어울리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런가, 자네도 그리 말하는가………… 그래, 본심은 어떤가?”

세간에서 일반적으로 오가는 제2왕자의 평가로 답했다.
내가 생각하는 제2왕자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말해 버리면 불경하다는 것은 알기에 무난하게 답했다만 그것을 꿰뚫어보인 듯하다
폐하는 돌아서서는 내 눈을 그 눈으로 주시한다.
적당한 말로 빠져나갈 수 없겠다며 포기했다.

“디온님 이외에 이 시기에 국왕으로서 합당하다 생각되는 분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분이 계승하든 다를 바 없습니다. 디온님이 돌아가신 지금 클라렌스님이 왕위를 계승하심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충성을 맹세한 분은 나를 구해주신 그 분뿐이다.
다른 사람따위는 흥미도 없다.
나라 사람들이 제2왕자를 뭐라 평가하든 내게는 디온님보다 열등한 존재로밖에 안 보였다.
나는 디온님이 존경하던 국왕을 보좌하기 위해 그리고 디온님이 바라던 이 나라의 평화를 유지하기 하는 일 외에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말이 지나친 듯한 느낌도 들지만 이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었다.

“후… 자네라면 그리 말하리라 생각했다. 빙 돌려 말하지 않고 결론부터 말하마. 나는 클라렌스는 차기국왕에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한다”
“예?”

누구할 것없이 이변이 일어날 리 없다 생각된 제2왕자의 왕위계승에 대한 말을 처음 들었다.
그것도 국왕의 입에서 나올 줄은 뜻밖이었다.
나는 믿을 수 없어 무심코 되물어 버렸다.

“이제서는 나라 안 모두가 클라렌스가 왕이 되기를 바라지. 국민은 클라렌스를 사랑하지. 허나 자신의 약혼자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그 녀석이 국민을 사랑할 터가 없다. 그 녀석은 사랑을 할 수 없는 녀석이지”

능력적인 면이 아닌 ‘사랑’같은 그런 추상적인 것으로, 농담으로나 생각될 듯한 말을 폐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한다.
허나 제2왕자가 약혼자에게 애정을 안 가졌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
자주 둘이서 외출한다는 친밀함을 보여준다는 이야기가 귀에 닿는 경우가 많다.
허나 그것보다도 더 구체적인 문제가 잇다.

“하지만 폐하, 그리 말하셔도 어느 분에게 왕위를 물려준다는 말씀입니까? 달리 왕이라 인정될 만한 분이 없지 않습니까?”

단순히 생각해도 제2왕자 외에 왕위를 이을 자 따위 없다.
허술한 자를 왕으로 올려도 국민에게 반감을 살 뿐이리라.

“윌리엄이다”
“예?”
“윌리엄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한다”

아까부터 폐하가 하시는 말씀은 놀라움 뿐이었지만 이 말은 더욱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하필이면 ‘그’ 윌리엄님을 차기국왕으로 삼으신다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그리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순서를 고려하면 제2왕자 다음에 왕이 되어야 할 자는 제3왕자인 윌리엄님이지만 그 가능성은 처음부터 배제했다.
제3왕자는 이상할 정도로 국민에게 미움을 받고 신용도 없다.
국왕이 된다한들 이 나라를 통치하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흠, 윌리엄을 너도 소문대로 생각하는 것이냐. 뭐 그것을 놓아두고 윌리엄을 국왕으로 삼기에는 우선은 왕후가 될 여성을 찾아야만 한다. 그 역할을 제럴, 너에게 맡기려 한다”
“그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제가 가능한지 아닌지. 이 나라에 윌리엄님과 같이 있고자 할 분은 적으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그것은 지위를 노리는 자이겠죠. 폐하는 서로가 ‘사랑하는’ 존재가 될 분을 찾아오라는 말씀이시지요?”
“그렇지. 그러기에 더욱 자네가 필요하지. 이 나라에는 그런 여성은 없을 지도 모른다만 그 외에는 어떠할까? 이웃나라에 윌리엄과 함께 찾으러 보내려 한다”

나는 제3왕자가 국왕이 되는 것이 이 나라의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애정을 안 갖고 있다 해도 아직 제2왕자가 낫다.
거기다 디온님이 바라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내게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잔뜩 있다.
그러기에 그런 변변치 않은 왕자의 뒤치다꺼리하는 건은 사양하고 싶지만………

“너는 디온의 의사를 잇지 않는 것이냐? 이 나라의 평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그리 당당하게 단언하는 국왕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다.
거기다 그 분의 이름이 꺼내 졌다면 설령 그것이 도발이라할지라도 반응해 버린다.
나는 그 명을 안 받는다는 선택지 따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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