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마법사/1장: 마법사와 온천마을/08화

소라 일행은 숙사에서 닥다구리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서 소라는 클로에와 다른 가족들과 만나 마리아와 아이라가 산 동방산 과자를 3시의 간식으로 먹으며 잠시 담소한다. 전처럼 마르크는 마리나에게 놀림받았지만.

밥을 다 먹은 후에는 저녁식사를 할 때까지 각자 휴식하기로 했다. 소라는 앞으로 어찌해야할지 고민했다 오랜 여행으로 다소 지쳤다. 땀도 흘렀기에 바로 온천에 들어가기로 했다.

소라는 갈아입을 옷과 정돈되어 있던 깨끗한 수건을 들고 욕탕으로 향했다. 오랫만에 들어가는 온천이다. 전생 때부터 온천을 좋아했기에 기대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느긋하게 아무 일도 없을 때 또 오자'

여탕이라 쓰인 문 앞까지 왔다 순간 멈춰선 소라. 여자로 전생하여 십 몇년이나 아직도 주저해 버린다. 허나 여기서 고민해도 어쩔 수 없다. 가능하면 사람이 적으면 좋을텐데, 라고 소라는 생각하며 문을 지나갔다. 탈의실에 들어가자 유황냄새가 강해졌다. 선반 몇 개가 나열되고 거기에 옷을 담는 바구니가 놓여있다.

관광객인 듯한 언니 한 명이 온천에서 나온지 얼마 안된 듯 피부가 붉으스름하여 옷을 갈아입고 있어서 소라는 두근거렸지만 최대한 시야에 안 들어오도록 주의하며 지나간다.

소라는 그 언니에게서 미묘하게 떨어진 바구니 하나에 옷을 벗어 넣었다. 전생하고 나서 얼마간은 갈팡팡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여자 속옷을 잘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어쩐지 기분이 착잡하지만 이제와서 사내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 생각을 억지로 돌렸다.

소라는 전부 다 벗고 나서 타월을 들고 욕조로 걸어 간다. 그 새하얀 나체에 허리까지 닿는 하얀 머리카락하며 그야말로 순백의 소녀였다. 그 하늘빛 눈동자만이 빛을 주장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다 갈아입은 언니가 망연자실하게 주시하고 있었기에 소라는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가능한한 평정을 가장하여 발빠르게 탈의실과 욕조를 가르는 칸막이를 열고 들어갔다.

욕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 뭉게뭉게스럽게 안개가 열기가 덮쳐왔다.

욕탕은 바탁부터 욕조까지 세월이 옅보이는 돌로 되어있다. 제대로 다듬었기에 요청이 전혀 없다. 주위를 보자 높은 목책으로 둘러쌓여 있고 그 위로 볼츠산 윗부분이 보였다. 군데군데에 관상용 바위와 관목이 배치되었다. 넓이도 꽤나 넓어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노천온천이었다.

호슬링 온천은 대부분이 계속 물이 흘러 재사용을 안하는 호화로운 온천이다. 그 유백색 탁한 온수등, 그야말로 소라 취향이었다.

소라는 우선 욕조의 가장자리에 웅크려 앉아 나무 통에 온수를 퍼서 한번 몸을 적셨다. 은은한 흰색을 띄우는 온수가 소라의 피부를 미끄러져 간다. 온도도 살짝 뜨거워 딱 좋았다.

아~ 기분좋아, 라고 소라가 멍하니 있을 떄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가님?"
"어?"

소라가 소리를 난 곳을 바라보자 욕조 안에 있는 바위에 기댄 듯한 아이라가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 바위와 가득찬 김으로 지금까지 알아채지 못한 것같다.

유백색 온천수에 아이라의 갈색 피부가 비췄다. 상기된 뺨에 아이라의 젖은 붉은 머리카락이 붙어있고 탕에서 보일락 말락하는 가슴부근하며 그야말로 요염했다.

"아, 아이라도 온천에 왔구나"
"예, 아까 벌인 시함으로 살짝 땀이 나기 때문에"
"그, 그러겠지, 응"

소라는 미묘하게 시선을 돌리고 대화했다. 그리고 나서 '아~ 몸이라도 씻을까~"라고 혼잣말을 하듯 말하며 몸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아이라가 일어나서 말했다.

"아가님, 도와드리겠습니다"

소라는 그것을 보고 당황하며 아이라에게 등을 보이게 틀었다.

"아, 아냐, 괜찮아! 이 정도는 혼자서도 할 수 있어! 거기다 지금은 모험자로서 온 거니까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돼!!"

소라의 목소리가 욕실 안에서 크게 울렸다. 그리고 나서 욕조 좌측에 있는 세면대로 끼익끼익 로봇처럼 움직임으로, 하지만 살짝 빠르게 걸었다.

세면대 앞에 놓인 나무 의자에 앉아 소라는 후우, 숨을 쉬었다. 설마 아이라가 들어와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것이지만, 라면서 소라는 온천의 열기에 닿아 나온 것관 다른 이유로 나온 땀을 훔쳤다.

지금은 여자니까 딱히 어딘가가 반응이 오는 것이 아니니 번거로운 기분이라는 생각이 안드는 것도 아니나…… 묘하게 부끄럽다.

'우선, 여기 평정함을 유지하며 빠저 나가자'

라고 소라는 결의했다.

소라가 세면대로 향하자 거기에는 가운데가 파여 있는 긴 나무틀이 각 세면대 앞을 가로지르듯이 설치되어서 그 속을 온천수가 흘렀다. 굳이 욕조에 안가도 되도록 배려한 것이다. 참고로 이건 소라가 이전에 왔을 때 낸 아이디어다.

소라는 거기서 뜨듯한물을 퍼 우선 머리카락을 씻으려 하지만,

'이게 또 귀찮단 말이지'

라며 소라는 마음 속에서 한숨을 쉬었다.

소라는 전생에서 사내였을 때처럼 적당히 씻고 헹구고 싶다만 어머니부터 해서 메이드들까지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았다.

어쨌든 번거로운 수순을 밟아야 한다. 씻기 전에 머리를 빗는 것부터 시작하여 우선 머리 구석구석까지 물로 적신다. 손톤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을 사용하여 마사지를 씻어야 한다는 뭐……

목욕을 끝낸 후에 잘 때까지 규칙이 있어서 항목으로 쓰면 가볍게 열을 넘기는 주의사항이 있다. 솔직히 진저리 날 정도다.

특히 소라는 허리까지 머리카락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번거롭다. 원래 남자였던 소라에게서 이런 것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 아까워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고 빼먹으면 어머니인 마리아가 '소라야…… 손질하는 거 또 빼먹었구나?'라고 말하며 눈이 안웃는 봅시 무서운 웃음을 들이밀기 때문에 빼먹을 수 없다. 그야말로 하루라도 깜빡하면 알아차리니까 더욱 무섭다.

애초에 소라는 이렇게까지 머리카락을 기르고 싶지 않았다. 3년 전까지는 마리나와 비슷한 길이의 세미 숏컷이었지만…… 10살쯤에 무술 수행이 일단 끝났을 땨 어머니의 희망으로 머리를 기르라 들었다.

역시 허리까지 기르고 싶진 않다고 궁시렁궁시렁거렸지만 어머니는 방긋 웃으며 듣는 척도 안했다. 그 일때 소라의 편은 빵이었다.

소라는 이젠 포기한 심정으로 시간을 들여 머리를 씻었다. 다 씻은 후에는 들고 온 작은 타월로 머리카락을 감듯이 정리했다. 이걸로 일단 종료다.

소라는 '이런이런'이라고 생각하며 이번에는 몸을 씻으려 하자 욕실 문이 콰아 하고 힘차게 열렸다.

"잠깐~! 나만 빼놓고 너무해~! 온천에 간다면 간다고 한마디 정돈 해줘!"

마리나가 몸에 타월을 두르고 들었다. 소라는 시끄러운 녀석이 왔다고 생각하고 무시하며 몸을 씻기 시작했다.

몸시 소란스럽지만 그 모습은 금빛 머리카락을 지닌 요정이라 표현할 수 있었따. 소녀에게서 어른으로 성장 중인 새하얗고 건강해 보이는 신체는 어딘가 요염한 매력을 빚어 내는 듯했다.

머리나가 온천수를 한 번 뒤집어 쓰고 "이얏호~"를 외치며 욕조로 첨벙 들어갔다.

"아~ 살 것같아~"
"마리나, 그렇게 뛰어 드는 것은 규칙위반이야. 거기다 몸을 씻고 들어 가야지"

제정신이 든 듯한 마리나에게 소라는 주의줬다.

"지금은 언니랑 아이라 밖에 없으니까 괜찮잖아. 여전히 깐깐하네."

마리나가 그렇게 말하고 반짝 눈을 빛내며 몸을 씻는 소라 쪽을 봤다. 소라는 뜸금없이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언니님. 등을 닦에 줄께"

소라가 "뭐!"라고 소리를 지른 직후에는 이미 마리나는 욕조에서 나와 소라의 등뒤까지 왔다. 그야말로 멋진 솜씨였다.

"잠ㄲ, 마리나!?"
"괜찮잖아, 이것도 자매끼리 하는 스킨쉽이니까"

이게 무슨 스킨쉽이냐고 소라는 생각했지만 마리나가 몸을 씻는데 사용하던 타월을 빼엇고 등을 문질렀다.

"그러고 보니 같이 욕실에 들어간 것도 오랫만이네"
"그렇지"

그것도 당연할 일이였다. 열두 살이 된 마리나는 점점 여성스러운 체형이 되고 있기에 때문이다. 그나마 엣될 때는 몰라도 같이 들어가는 것은 부끄럽다. 그렇기에 요 근래 몇년 가은 완고하게 같이 들어가는 것을 거부한 소라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자매끼리 욕시에 들어가는 건데 뭔 문제는 없지만.

한 동안 소라의 등을 문지르던 마리아였지만.

"그건 그렇고 언니 피부는 매끈한 데다 촉감도 좋고 계속 만지고 싶어"
"뭐?"

등 뒤에서 불길한 분위기를 느끼는 소라. 소라가 돌아보려 했지만 마리나의 손에 딱 멈쳤다. 그리고 갑자기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그런고로 상례인 체크타임 개시다!!"

마리나는 그렇게 외치고 꽉 등뒤에서 소라를 껴안고 앞을 더듬없다.

"꺄아아!?"

소라의 입에서 소녀같은 비명이 났다.

"자, 잠깐! 뭘 하는 거야…!? 그, 그만……!"
"이야~ 언니의 성장도를 체크하는 것은 여동생의 의무니까, 응"

그럴리가 있겠냐! 라며 소라는 마리나를 떨어트리려 했지만 마리나는 교모하게 자세를 바꾸며 피했다. 마리나도 체술을 소라의 동방 무술 스승인 쿠온에게 배웠다. 본래는 무기를 잃어버렸을 때을 위한 대책이만.

'설마 이럴 때 사용할 줄은……'


"그보다도 이, 이것은! 그야말로 마쉬맬로 이상의 감촉이군요! 이렇게나 잘 성장했어. 언니!!"

네가 어딘가에 사는 변태 아버지냐! 라고 소라는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 거기에 들에 닿은 그거야 말로 마쉬맬로같은 감촉으로 혼비백산시켜서 어쩔 수 없다.

"마, 마리나…… 잠…… 그만……"

이윽소 숨조차 쌕쌕 끊어질 듯한 상태가 된 소라.

"응~? 무슨 말 하려는 지 모르겠어. 언니~? 으흐흐흐"

더욱더 기어 오르는 마리나.

"……, ……"

소라의 목소리도 중간에 끊기고 끊겨서 안들리게 되었따.

마리나가 되묻는다.

"어? 뭐라고~?"
"…저"
"저?"

마리나가 뒤에서 소라의 입가에 얼굴을 가까이 댔을 때

"적당히 하란 말야아아아아아아!!!!"

소라가 큰 소리를 지르며 휙 마리나의 이마에 손가락을 대고 힘는 힘껏 딱밤을 작렬시켰다.

파치잉, 같이 엄청난 소리가 욕탕에 울려 퍼졌다.

"아얏!?"

마리나는 이마를 움켜잡고 뒤로 몸을젖혔다.

"저, 정말이지, 너는……"

소라는 씨익씨익 거친 숨소리를 내며 몸을 가다듬었다. 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오랫만에 온천에 와서 들떴기 때문에 방심해버렸다.

"으으. 아야야야. 언니 잠깐 이거 너무하지않아?"

마리나가 빨게진 이마에 움켜잡고 불만을 말했다.

"자업자득이잖아! 조금은 반성해!!"

소라는 타월을 두른 채 인왕신처럼 서서 완전히 설교 모드가 되었다. 그 설교는 10분간 계속되었다.

"언니, 죄송했습니다……"

욕실에서 정좌하고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사죄하는 마리나. 그것을 보고 살짝 화가 내려간 소라는 문뜩 아이라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럴 때에야 말로 보지말고 도와주면 좋을텐데, 라고 살짝 원망스럽게 아이라를 봤다.

그러자 아이라는 욕조 안에서 얼굴이 새빨게져선 엉뚱한 데를 전력으로 바라보며 굳어있었다.

※※※

소라가 겨우 느긋하게 온천에 들어갈 때 랄프는 경비대 사무실에 있는 자신의 책상에서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내일 소라 일행과 동행하게 되었기에 클렉 대장이 쌓인 서류들을 정리해 두라고 했기 때문이다.

경비대 대원이라 해도 보고서나 시말서따위같은 귀찮은 사무업무가 있다. 물론 이걸 기준으로 일에 관한 조정따위를 하기 떄문에 빼먹을 수 없다. 그렇기에 당연히 서식 누락이나 오탈자따위는 엄격하게 확인해야 하지만 랄프는 완전히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

생각하는 건 아까 전의 소라와 대화한 내용이었다. 랄프에게 있어서 은인이며 목표이기도 한 전사, 쿠온이 설마 소라의 스승일 줄은. 옛적에 쿠온에게 이야기를 들은 앞으로 무술을 가르치기로 했다던 여자 아이가 바로 소라였다.

소라가 잭을 내던진 기술은 그야말로 그 때 쿠온이 보여준 것과 완전히 같았다. 그것을 봤을 때 랄프는 무심코 닭살이 돟았을 정도다. 뭔가 운명적인 뭔가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랄프였다.

"후우…"

랄프는 한 번 한숨을 쉰다. 소라의 언행은 13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여 그 깊은 분위기하며 어딘가 쿠온의 그것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그 기량 또한 이미 달인급이라 봐도 되겠지.

랄프는 소라를 쿠온과 같은 동경하는 대상으로 보이는 거겠지, 라고 생각했다.

'뭐어, 반할 정도로 예쁜 소녀였지만'

라고 랄프는 멍하니 떠올렸다. 거기에 아까 대화했을 때도 생각했지만 신기한 인상은 느끼게 하는 소녀였다. 부드럽고 정중한 태도에 포근한 햇볕이 드는 툇마루를 연상시키는 소녀였지만 동시에 당당하고 시원시원한, 하지만 그것들이 모순되지 않고 소라라는 사람을 형성했다.

누가 봐도 매력적인 소녀라고 생각하겠지. 마음을 두는 사내도 꽤 많을 게 분명하다. 랄프같은 일반인에게는 너무 먼 존재다. 어찌되었든 에델베르크 가문은 그 '지고의 다섯 가문' 중 하나니까.

'지고의 다섯 가문'이란 아무 먼 옛날에 에레미아 국을 건국한 다섯 명의 위대한 대마도사가 시조인 다섯 가문을 말한다. 이 다섯 명의 대마도사는 약 3백년 전, 온 세계가 휩싸인 대전이 있던 때에 그 전쟁을 종결시키고 거기다 에레미아 국을 건국했기에 건국의 다섯 영웅이라고도 불린다. 그들은 당시에 아직 낮았던 마도사의 지위 향상에 이바지하여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던 마도, 및 마도기술을 국가를 받치며 발전시켰다. 오늘의 에레미아의 번영은 그것에 이유가 있다.

당시에 다섯 명의 대마도사의 주위에 많은 마도사가 모여 마도도시 엘시온을 건설했다. 마도 재능이 유전으로 정해지는 이상 많은 마도사를 확보한 마을이 그 뒤로도 많은 마도사를 배출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압도적인 마도사 수과 타국보다 앞서서 마도기술 개발에 힘을 쏟은 에레미아는 이제는 세계를 으뜸가는 대국이다.

그리고 그 대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이 마도에서 세계 최고의 명문인 '지고의 다섯 가문'이다. 그 직계 낭자인 소라나 마리나는 흔한 소국의 왕녀보다도 격은 높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십몇년 전에 소라와 마리나의 아버지로 작은 시골 마을 출신인 토마스와 어머니인 에덴베르크 규수인 마리아가 결혼한다고 정해진 때에는 그야말로 세기의 장가로 세간이 놀랐다. 아무리 양가 부모가 서로 지인이라 했다해도 말이다.

"하아…"

랄프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 근처에서는 랄프처럼 서류업무를 하던 동료들이 랄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어째서 랄프가 소라님 일행과 동행하는 거야?"
"아~ 개부럽다. 어째서 랄프야!"
"길가다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면 좋을텐데"

대체로 질투따위가 섞인 대화였지만 랄프 귀에는 요만큼도 들어오지 않았다. 랄프의 그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에 고민하는 순박한 청년이라는 느낌이었지만 당사자인 랄프가 둔해서 전혀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

다음 날 아침이 태양이 떠오를 때 쯤, 소라 일행은 아침식사를 먹고 나서 경비대 관사 정문으로 모였다. 각자 외출용 장비에 각종 아이템이 든 배낭을 등에 지고 있었다. 아침이 시작함을 알리는 종의 울림이 끝나기 아슬아슬하게 전에 랄프가 헉헉,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왔다.

"살짝 늦어서 죄송합니다!"

랄프는 전신을 두른 갑옷에 머리에는 투구, 왼손에는 방패를 장비했다. 허리에는 장검을 맸다. 모두 철로 만든 것인 듯 그야말로 완전 무장한 모습이었다. 그것을 본 마리나는 '오~ 기합이 들었네~"이라며 감탄한 듯 웃고, 아이라는 "너 이 자식, 랄프라고 했던가? 아가님의 발목을 붙잡지 마라"라고 랄프를 위협했다.

랄프는 아이라가 살짝 대하기 어려운 듯 "에, 예!"라고 긴장하여 대답했다. 소라는 랄프에게 인사하고 즉시 말을 꺼냈다.

"우선 클로에 할머님이 다쳤다는 곳으로 안내해 주겠나요?"
"알, 알겠습니다!"

일행은 송별하기 위해 온 듯한, 걱정하는 표정을 지은 클렉 대장에게 인사하며 동문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아직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은 끊임없이 마을에 방문하는 듯했다. 소라 일행이 동문을 지나가려 할 때 배가 나온 포동포동한 체격을 한 사내가 말을 걸었다.

"당신들, 무사했군요! 이야~ 다행이야!"
"………"

일행은 한순간 침묵에 빠졌지만 마리나가 퐁 소리를 내며 손을 치며 말했다.

"아~! 여기 오기 전에 가도에서 만난 아저씨!"

그것을 듣고 소라도 떠올렸다. 호슬링에 오는 도중에 도적들과 만난 숲속을 지나는 가도에 들어가기 직전에, 그 앞은 위험하니까 우회하는 게 좋다고 충고해 준 아저씨였다. 꽤 큰 마차 두대랑 뛰어나 보이는 호위를 열 명정도 데리고 있기에 인상이 남았다. 꽤나 부자임이 틀림었겠지.

"하하하, 떠올려 준 것같군요. 헤어진 후에 꽤 걱정이 되었지만 안심했습니다"

그 뚱뚱한 아저씨는 포동포동한 뺨을 흔들며 기뻐했다. 그 콧밑에 있는 수염하며 귓불이 큰 귀하며 칠복신 중 하나인 상업신을 방불케하는 인물이었다.

"애초에 필요없는 걱정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요. 들리는 것에 따르면 경비대가 오기 전에 도적들을 해치웠다고 하던데요. 외모는 귀여운 아가씨들인데, 강하군요~"
"아뇨, 그떄는 친철하게 주의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걱정을 끼친 것같아 죄송했어요"

소라가 정중하게 답례한다. 그 때는 서둘렀다는 것도 있지만 애초에 마차를 안 사용하고 걷던 것은 여행은 보행이 기본이고 참맛이기도 하다는 소라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뇨아뇨, 문제가 없다면 상관없습니다. 그 에델베르크의 낭자님과 그 호위분들이라면 이해했습니다"
"벌써 들켰군요"
"마을 내에 낭자 일행이 도적들을 격퇴했다는 이야기로 자자해요. 몰랐습니까?"

그것을 듣고 살짝 어깨를 떨구는 소라. 호슬링같은 시골 마을에서는 소문이 퍼지는 게 깜짝 놀랄 만큼 빠르다. 하루만 지나면 관광객조차 알 것이다. 옆에서 랄프가 쓰게 웃었다. 분명 클로에나 오렐리아등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신경써준 거겠지. 어젯만 저녁식사를 같이 먹었을 때도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마리나가 "그러고 보니 어제 토산물점을 돌아다닐 때에 사람들이 평소보다 꽤 유심히 봤지"라고 재미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뭐어 당신들은 외모부터 눈에 띄겠습니다만~"

라고 아저씨는 주변을 둘러봤다. 사로도 살짝 둘러본다. 길을 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소라 일행을 슬쩍 보며 지나쳐갔다. 맡은 편에 있는 토산물점의 처마 밑에서 아줌마들이 이쪽을 보며 웃으며 왁짜지껄하고 그 옆에서는 막대사탕을 핥는 소년이 멍하니 소라 일행을 바라본다.

거기서 소라는 시선을 끊었다. 어떤 의미론 공기같은 것이다. 그런 시선은 공기랑 같게 취급하는 거지만, 신경 쓰지 않는 게 요령이다.

"아~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가 아직이었군요. 저는 포춘 상회를 경영하는 에이비스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이름으로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포춘 상회?"

소라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주로 에레미아에서 이웃나라까지 넓게 활동하는 상회다. 다루는 상품의 종류가 풍부하다고 정평이 나있다.

"분명히… 개인에게 주문도 받는 서비스가 인기였죠"

소라가 떠올리며 묻는다. 지금 꽤 인기가 났을 터다.

"손님 한 분 한 분의 주분을 청취하여 상품을 제공하는 것은 수지가 안맞습니다만요. 물류망을 철저하게 재검토하여 효율을 끌어올린 결과 간신히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고생했지요. 궤도에 오른 것은 생각보다 최근 일입니다"

그건 그렇겠지, 라고 소라는 생각했다. 전세 처럼 비행기나 트럭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닌 주로 짐마차로 옮기기 때문이다. 물건에 따라 다르지만도 개인의 주문은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해서 가격에 전가시키면 아무도 이용하지 않겠지. 거기서 에이비스씨의 눈이 살짝 날카롭게 변했다.

"물론 이 개인 서비스를 완성시킬 수 있던 것도 나루카미 상회의 지혜를 빌린 덕분이기도 하지만요"

소라를 바라보며 말하는 에이비스씨.

"………"
"나루카미 상회?"

침묵한 소라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랄프. 잠시 생각하던 랄프는 '아~'라고 떠올린 듯 탄성을 냈다.

"최근에 에레미아에서 급속하게 성장하는 상회였죠. 엘시온에 본거지를 두고 일어서기까지 몇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전 세계를 걸쳐 활동 지역을 넓히는 대단항 상회라고 하네요. 기존에 없는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내는 게 그 힘의 원동력이라던가"
"성장률은 요 백년간에서도 1, 2를 다투는 듯합니다. 이 상회의 대단한 점은 이익이 큰 마도기술관련만이 아니라 각종 분야에 진출하고 또 성공하는 점이지요. 우리 서비스도 나루카미 상점이 시작한 배달 서비스라는 것을 참고했습니다"

에이비스씨는 여기서 말을 한 번 끊고,

"하지만 호슬링을 비롯해서 요 근방에 점유률은 우리가 가장 크니까요. 더욱 활동영역을 넒힐 생각이기도 하고요"

여전히 소라를 보며 말에 살짝 힘을 넣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에이비스시는 "그럼 뭔가 물건이 필요하시면 부디 우리를 이용해 주세요"라고 싱글벙글 웃으며 떠났다.

소라 일행은 에이비스씨를 송별하며 또 걷기 시작했다. 마리나가 옆에서 걸으며 목소리를 죽이며 말을 걸었다.

'왠지 대항심이 이글이글거리는 느낌이었네'

아이라도 같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꽤 실력있는 상인인 것같군요. 아무래도 어느 정도 정보를 쥔 듯한 것같고'
'그런 것같네'

소라 일행 세명이 소근소근 이야기하는 옆에서 랄프는

" '나루카미'는 동방말 같군요~"

라고 느긋한 감상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