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전신주 아래에 있는 여고생

실연했다. 2살 연상인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여성이다. 이름은 고토우씨였다. 고토우씨는 사람을 잘 돌봐주고 연수 때부터 내게 잘 대해줬다. 웃음이 단아하고 사람을 잘 배려하여 사축이 되어가던 내 마음을 지탱했다.

"사귀는 사람이 있다면 처음부터 말하란 말야…"

이미 맥주를 몇 잔이나 마신 지 모르겠다. 맞은 편에서 남일처럼 웃는 동기, 하시모토의 윤곽도 흐릿하게 보인다. 그렇다, 고토우씨랑 함께 데이트하러 갔다. 근속 5년째가 되어 겨우 그녀를 데이트하자고 권했다. 쾌히 승낙해줘서 이건 되겠는데! 라고 기대를 부풀리며 데이트하러 가, 동물원을 같이 걸었다. 솔직히 동물보다도 고토우씨의 옆모습만을 봤다. 두근두근, 가슴도 곁눈질로 봤다.

어쨌든, '이 기회를 허비할 수는 없지'라며 나는 분발하 듯 분발했다. 동물원을 다 돌고나서 화려한 프렌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먹었다. 무슨 맛이었는 지 이미 까먹었다. 그리고 절정에 도달하여 나는 고토우씨에게 제안했다.

"이대로 우리 집에 오실래요?"

둘 다 어른이다. 이 말이 무슨 소리인지 정도는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안은 눈으로 고토우씨를 보자, 고토우씨가 난처하다는 듯히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회사에서는 비밀로 하고 있지만 나 애인있어"

"그럼 어째서 데이트를 수락한 거냐고!!!" "아~ 정말 요시다, 그거 오늘 6번째라고" "만 번이라고 말하겠어……" "만 번이나 듣고 싶지 않은데"

내가 맥주를 단숨에 들키기는 것을 하시모토는 쓴 웃음을 지으며 보고 있었다.

"그 정도로 해둬" "씨X 이런 걸로 내 분노가 가라앉을 거같냐고~' "취기가 돈 다음이 깔끔해지잖아. 한계가 뚜렿하다니까"

하시모토는 남일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지. 오늘은 안 마시면 못 버티겠다. 고토우씨에게 차인 직후에 나는 망연자실해하여 작은 공원 벤치에 쓰러졌다. 듣자하니 5년 전부터 그녀에게는 애인이 있었다고 한다. 즉, 내가 그녀를 알게 된 때에는 이미 남자가 있었다는 거지.

"병X같아…"

애인있는 여자에게 5년이나 마음에 담아두었다.

"속인 거야…… 내 연심을 돌려줘……"

거의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말을 뱉고 쓰러지니 슬픔보다 분노가 찔금찔금 가슴 속에서 커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에 나는 하시모토에게 전화걸었다.

"갑자기 부르길래 실연 한탄이라니~" "괜찮잖아, 네 부인 자랑질도 항상 들어주고 있는데" "자랑질이 아니라 한탄이야"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똑같이 들린단 말이야!!"

궁시렁거리며 하시모토는 불렀을 때 와줬고 이렇게 내 한탄을 들어주고 있다.

"아~ 잘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자가 있으면 무리지. 그것도 사귄 지 5년째잖아" "그 말랑해 보이는 가슴에 파뭍히고 싶었는데 말이지~!" "바보야 목소리가 커"

옆자리에서 마시던 여자 회사원이 슬쩍 보고선 쓴웃음을 짓는 게 시야 구석에 보였지만 알게 뭐냐. 취기가 돌고 있던 것도 있다만 분명하게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수치심이 사라졌단 걸 느낀다.

"내 어깨를 다정하게 격려해주던 손도 '수고했어'라고 말해 준 그 입도 전부 사용된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괴로워서 죽을 거같아……" "리얼하게 망상하니까 그렇지" "이왕이면 한다음에 차줬으면 바랬어" "분명히 그렇게 하는 게 더 쇼크먹었을 걸"

술을 마시고 떠들고 있자 어찌 자신이 상스러운 눈으로 고토우씨를 보고 있었는지 잘 알았다. 하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나이가 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연애감정과 성욕은 나누려해도 나눠지지 않는 관계가 된다. 그런 것이지.

"뭐어, 나는 의문이 해소되어서 편안한데" "의문이라니?" "아니 그렇게 미인인 고토우씨에게 남자가 없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거기다 벌써 그 사람 28살이잖아? 슬슬 여성은 결혼에 조바심내기 시작할 나이일테고" "그래, 그러니까 더욱 밀어붙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남자가 있다니 몰랐으니까 말이지…… 아, 언니! 맥주 추가"

손을 들어 이자카야 점원에게 주문하자 하시모토는 한숨을 쉬었다.

"과음이라니까. 나 오늘은 막차 타기 전에는 갈 꺼야." "알~다니까" "요시타가 얼마나 몸이 나빠져도 안 돌봐줄꺼니까 알아서 해" "괜찮아, 괜찮아"

하시모토의 충고도 흘려듣고 물마시듯 맥주를 마시고 나는 실연의 아픔에서 잠시동안 해방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우웨……윽……으, 우엑……"

도로 옆에 있는 도랑 앞에서 양손을 대고 구토했다. 이자카야에서 나와 하시모토와 헤어져 택시를 탈 때까지는 괜찮았다. 택시 차 안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로 멀미가 나, 아마 그 멀미가 방아쇠가 되어 취기에서 온 구토감도 동시에 나와버렸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구토했다. 안주로 먹은 고기나 야채따위가 나왔다. 조금 걷다 또 구토했다. 알콜 냄새가 나는 액체가 나왔다. 그리고 지금 집 근처 도로에서 또 구토하고 있다. 황생 액체가 나왔다. 쓰다.

"커억…… 고토우우……"

전부 그 계집이 나빠. 엉기적 일어나 몇 걸음 걷자 또 구토할 것같다. 하지만 이미 위에 토할 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 또한 알기에 구역질하는 것은 그만뒀다. 구토할 듯한 것을 참으며 걷고 있자 교차로 옆에 서있는 전신주가 눈에 들어왔다. 그 전신주가 있는 교차로를 우측으로 돌아 좀만 가면 우리 집이다.

멍한 눈으로 전신주를 바라보며 걸어간다. 이미 그 전신주에 있는 위화감을 깨달았다. 전신주 자체가 아닌 전신주 아래에 사람이 웅크려 있었다. 내가 술에 취했나…?

번화가 역사 근처라면 지면에 사람이 굴러다니는 것은 자주 볼 수 있지만 우리 집 근처에서 사람이 바닥에 웅크려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가까이 가보니 아무래도 그게 여성인 것같은 것에 거기다 여고생인 것같다는 것을 알았다. 어째서냐면 그 인물은 '교복'을 입고 있으니까. 군청색 블레이저에 회색 체크 스커트. 스커트를 입은 채 무릎안고앉기로 웅크리고 있으니까, 속옷이 훤히 보인다. 검은색이다.

코스프레는 아닌 듯하다… 재빨리 나는 판단했다. 번화가에서 '그럴 듯한' 거리를 걷고 있으면 여고생 차림을 한 여자가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은 자주 보지만 그런 코스프레치고는 전신주 아래에 있는 그녀가 입은 교복은 너무나 '수수'했다. 살짝 손목시계를 보니 시간은 심야 1시를 지나고 있었다. 이건 시간에 여자 고등학생이 무슨 일인 걸까.

"어이 거기, 거기 있는 여고생"

정신을 차리니 말을 걸었다. 여자 고등학생은 무릎과 가슴 사이에 파고묻은 얼굴을 들어 멍하니 날 봤다.

"이런 시간에 뭐하는 거야. 집에나 가, 집에나"

내가 말하자 여자 고등학생은 놀라서 눈을 깜박이고 입을 열었다.

"전철 이미 끊겼는데" "아침까지 거기 있을 거냐?" "그럼 추울 것같네" "그러면 어쩔 건데"

여자 고등학생은 음~ 고민하다 머리를 갸웃거렸다. 잘 보니 꽤 귀엽게 생겼다. 머리카락은 갈빛이 도는 검은색에 눈은 가늘다. 코는 오뚝하지만 끝이 둥글다. '미인'과 '귀엽다' 사이에 위치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귀엽다고는 생각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여자 고등학생은 바로 머리를 돌려서 날 바라봤다.

"아저씨 집에서 재워줘" "아저…… 너 말이야~"

'아저씨'라 불린 것과 이 여자 고등학생이 묘하게 헤픈 듯한 느낌이 짜증나서 나는 목소리가 커졌다.

"방금 만난 '아저씨'에게 달라붙는 여자 고등학생이 있겠냐!" "하지만 오늘 돌아갈 곳도 없는데" "역까지 가면 노래방이나 pc방같은 게 있잖아" "돈도 없는데" "그럼 우리 집은 무료로 재워달란 말이야?"

내가 묻자 여자 고등학생은 '아~'라고 소릴내고 바로 혼자 끄덕이며 말했다.

"하게 해줄테니까 재워줘"

기가 막혔다. 최근 여자 고등학생 모두 이런 걸까? 아냐 절대로 분명히 그럴 터가 아니다. 이녀석이 명백하게 이상한 거다.

"그런 농담 하는 거 아니다" "농답 아닌데, 괜찮다고?" "내가 거절해. 꼬맹이 냄새나는 여자애를 안을까" "흐응~"

여자 고등학생은 끄덕이고 이번에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꽁으로 재워줘" "……"

다시 나는 기가 막혔다.

"실례합니다~"

데리고 와버렸다. 그 자리에서 계속 대화하다 이웃 누군가에게 보이기라도 한다면 내 입장이 위태롭다. 내일 아침이 되면 쫒아내면 되겠지.

"알겠어? 네가 재워달라고 한 거야" "응? 그렇잖아" "유괴한 게 아니니까, 알겠지!" "하하 알았어. 알았다니까"

웃고 있을 떄가 아니다. 이 시대에 남자와 여자끼리 트러블이 생기면 대체로 남자가 악역으로 몰리지. 서로 동의하여 가출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다가 유괴사건으로 처리되었다, 라는 이야기는 자주 들린다. 20180902 151534.jpg "방 더럽네" "남자 혼자 사는 방이 깔끔할 리없잖아" "깔끔한 경우도 있었어"

여자 고등학생의 발언에 나는 방황하며 돌았다. 그녀는 태연한 모습으로 날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아냐……"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이 녀석이 지금까지 무슨 생활을 보냈든지 어떤 경위로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관계없다. 내일 아침이 되면 쫓아낼 꺼다. 내가 해야 할 인은 그뿐이다.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오늘은 이미 체력이 한계에 도달했다. 술도 그것을 도와 의식이 멍해졌다.

"아, 자는 거야?" "잘 꺼야…… 너도 좋을 대로 해"

흐리멍텅한 대답을 하자 여자 고등학생은 침대에 살짝 걸터 앉았다.

"안해도 괜찮아?" "몇 번이고 말하게 하지마라…… 꼬맹이는 취향이 아니라고……" "그렇구나"

졸음이 뇌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눈이 감기고 의식을 놓는 도중에 여자 고등학생의 목소리가 고막을 흔들었다.

"뭐 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거 있어?"

굳이 말한다면 얌전히 있어 줬으면 좋겠다. 아침이 되었는데 내 지갑이 사라져 있다, 같은 전개는 없길 바래. 하지만 그것은 말로 나오지 않았다. 너무 좋려서 몸도 입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흐리멍텅한 머릿속 강렬하게 자신이 욕망하여 호소하는 게 있었다.

"된장국……"

정신을 자리차 그것만이 입으로 나왔다.

"여자가 만든 된장국이 먹고 싶어"

그렇게 말하고 나선 내 의식은 끊겼다.


수염을 깎다. 그리고 여고생을 줍다 분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