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마법사/1장: 마법사와 온천마을/06화

다메즈마 (토론 | 기여)님의 2019년 2월 3일 (일) 11:15 판


랄프는 몸을 번개같이 정돈하고 가볍게 손빗으로 머리를 정리한 후 트레이 위에 있던 동방산 차를 광장 구석에 있는 낡아빠진 휴식용 테이블로 옮겼다. 처음에는 숙사에 있는 제대로 된 가죽 소파가 있는 응접실로 안내하려 했지만 소라는 그냥 여기도 상관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랄프는 긴장하며 차가 든 캅을 테이블에 놓는다. 가능한한 좋은 음식과 예쁜 컵을 골라 온 것이지만 맘에 안드시면 어쩌지, 라고 랄프는 걱정해다.

하지만 소라는 평범하게 고맙다고 말할 뿐이었다. 랄프는 어색하게 소라의 맞은 편에 앉으며 사과했다.

"저기, 아까는 흉한 모습을 보여 드려서 죄송합니다. 기분이 상하셨나요?"
"아뇨, 안 그랬어요. 저야말로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랄프는 꽤 죄송스러워 했지만 소라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 것같았다. 서로 다시금 자기소개를 한 후 소라는 컵에 옅은 복숭아빛 입술을 대곤

"아……"

하고 소리를 내었다. 랄프는 움찔하며 당황하여 물었다.

"무, 뭐가 이상한가요? 입에 안맞습니까?"

소라는 천천히 맛보듯 차를 머금소 미소지었다.

"아니요, 이거 동방산 차군요. 저 좋아해요"

랄프는 그 웃음을 보고 잠시 정신이 빠졌다. 이렇게 가련한 미소를 여태껏 본 적이 있었을까. 그렇다 치고 다시금 가까이서 보니 같은 사람인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이다. 만난 적은 없지만 뛰어난 용모를 지녔다는 엘프 이상이지 않을까, 라고 랄프는 생각했다. 그리고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가 빠질 정도로 세련되었다. 이 소녀가 사용한다는 마으로 이 살짝 더러운 테이블이나 의자가 고급품으로 보이기에 신기할 따름이다. 랄프는 한 번 헛기침을 하고나서 슬금슬금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저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습니다만"

소라도 컵을 컵받침 위에 놓고 정좌하고 나서 말했다.

"예. 이전에 제 조모인 클로에가 산에서 부상을 입었을 때에 경비대가 행한 현장검증을 상세하게 듣고싶습니다"
"클로에씨의?"

랄프는 녹색 눈을 깜빡였다. 손자인 소라가 신경쓰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현장검증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싶다는 것이라면.

"여기서만 이야기하고 싶습니만……"

소라는 그 사선에 대해서 정말로 사고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단적으로 이야기했다.

"예에! 누군가 고의로 일으켰다는 겁니까!?"

랄프가 놀라서 큰소리가 나왔따.

"랄프씨, 목소리가 커요"

소라가 진정하라며 랄프를 나무랐다. 랄프는 '헉' 소리는 내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럼 놀랄 겁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합니까?"

랄프는 얌전해지고 소라에게 물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지레짐작으로 그런 생각을 꺼낼 소녀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머니에게도 말했습니다만 아직 제 추측에 지나지않습니다. 만약 이게 자연스럽게 일어난 사고라면 제일 좋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이 사건이 누군가가 적의를 가지고 일으킨 거라면 저는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소라가 살짝 기합이 들어간 눈동자에 랄프는 약간 압도되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물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정보를 모으고 있다, 라는 것입니까?"

소라는 끄덕였다.

"하지만 보통 이런 일이 누군가가 일으켰다고는 생각하지 않지요?"

진지해지는 랄프. 소라는 한 번 눈을 감고서 잠시 침묵하고 나서 말했다.

"그러네요.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정보만을 받으려 하는 것도 뻔뻔한 이야기겠죠. 제 생각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단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말아 주세요.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제 추측일 뿐입니다."

소라가 곧게 랄프를 바라본다. 랄프도 꿀꺽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소라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서쪽에 있는 동궁에서 모험자 몇몇 팀이 행방불명이 된 것을 아시죠?"

이야기가 갑자기 딴데로 갔기에 랄프는 살짝 당혹스러웠다.

"예, 뭐어. 모험자협회가 팀을 편성해서 탐색했다는 것은 이 마을에서도 소문이 자자했고 경비대도 살짝 협력했으니까요"

그 일은 유품 하나조차 찾지 못했기에 마을에서 살짝 미스터리한 일로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던전같은 위험한 장소에서는 그다지 드룬 일도 아니기에 날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거의 사라졌다.

"그 동굴에서 모험자가 행방불명이 된 것과 할머니가 부상을 입은 것. 그것들은 관련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소라의 말을 듣고 랄프는 아연실색했다. 잠시 틈을 두고서

"잠,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온 겁니까!?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소라는 그런 랄프의 모습에 그것도 당연하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나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또 이야기가 바뀌어서 미안하지만 랄프는 마도사폐지주의란 것을 아시나요?"
"마도사……폐지……주의?"

여태껏 한 이야기와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단어에 랄프는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말만은 알지만. 마도사폐절주의. 그 단어대로 마도사를 부정하고 마도와 그것에 관련된 기술을 폐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주의 및 주장을 말한다.

마도는 이 위대한 세계의 법칙을 부시는 행위이기에 신도 아닌 세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은 사람이 멋대로 행사해도 되는 힘이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 주장의 근간에 있는 것은 마도라는 특권에 대해서 불만이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시작은 모험자로서 행방불명자의 유품을 회수하는 일를 맡은 게 계기였지만요. 그래서 엘시온에서 가능한 정보를 모았습니다만 어느날 기묘한 우연을 눈치챘기 때문이에요"
"기묘한 우연?"

랄프가 물었다.

"모험자가 행방불명이 된것은 요 1년 사이에 일어났어요. 그 동안 어느 동굴에 들어간 모험자팀은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부 14조. 그중에 행방불명된 팀은 5조예요. 그리고 행방불명된 팀에 있는 공통점은 팀 내에 마도사가 있다는 점이에요"
"……!"

전율하는 랄프를 보며 소라는 이야기를 지속한다.

"마도사인 모험가라는 것은 전체로 따지면 1할에서 2할정도죠. 그러기에 마도사가 소속된 팀의 수도 그렇게 많을 리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 팀들만이 동굴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의심스럽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랄프가 새하얀 얼굴이 되며 혼잣말을 하듯 말한다.

"우연……이라고 하면 정리할 수 없겠죠"
"제 기우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조용히 말하는 소라를 바라보고 랄프가 묻는다.

"즉, 마도사폐지주의자가 범인이라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클로에씨를 노린 인물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이해는 됩니다만……"

클로에는 이 호슬링에서 틀림없이 가장 강한 마도사이다. 그것은 이 마을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 사람들이 범인이었다 해도 팀채로 행방불명이 되었죠? 그들을 전원 처리했다기라도 말하는 건가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할 것같지는 안듭니다만"
"2년 전 엘시온에서 일어난 테러사건은 아시죠?"

랄프는 소라의 말을 듣고 무심코 숨을 머금었다. '마도도시'라는 이명을 가진 에레미아국 수도인 엘시온. 이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도시이며 많은 마술사를 거느린 마도기술의 정수를 모인 대도시이다. 그 도시에서 2년 전에 마도사폐지주의자 중에서도 가장 과격한 테러조직인 '어비스'에 의해서 몇명이나 되는 사망자를 낸 사건이 일어난 것은 세상 사람이 아는 일이다.

"세계 제일의 마도사가 모인 도시. 그러니까 표적이 되기 쉬웠겠죠. 그러나, 그 몇십년 사이에 그정도 사건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었어요. 도시 시큐리티가 그렇게 허술하지도 않을테고. 단 최근에는 마도사를 배제하기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과격파가 대두된 겁니다. 2년 전 사건도 그들 '어비스'의 짓이었어요."

마도사폐지주의자가 일으킨 사건은 여기 에레미아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다소 차는 있더라도 세계 곳곳에서 늘여왔다. 소라는 여기서 한 모금만 목을 축이려는 듯이 차를 마셨다.

"랄프씨도 들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2년전의 사건의 거의 되어가는 중에 저나 마리나가 얽히게 되었습니다. 해결할 수 있던 것은 여러 사람이 도운 것과 행운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부상입었고 제 가족도 위험에 노출되었어요."

랄프는 살짝 눈을 내리깔고 이야기하는 소라를 보곤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원래 천재로 이름이 알려진 소라 에델베르크와 여동생인 마리나를 더욱 나라 안에서 사람들에게 알린 2년전의 테러 사건. 많은 요인이 그 테러리스트들에게 잡혔다고 들었다. 그 중에 소라의 가족도 있었겠지. 그러니까 소라와 마리나는 위험도 감수하고 그 사건에 개입하여 결과적으로 해결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할머니인 클로에가 그 목표가 되었다고 한다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그녀들이 냅둘 수가 없지'

이 때 랄프의 열혈적인 영혼에 불이 붙었다. 거치적거릴 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자신과는 관계없다고 딱 잘르는 짓은 랄프에게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랄프의 목표가 된 전사고 곤란한 사람을 지나치지라곤 하지 않을 터다.

"이야기는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