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화 아씨와 아뮐리아 학원 후편

"그만둬...돌... 돌려줘..."

응?

가냘픈 목소리에 쉼터를 돌아본다.
이미 몇몇 귀족들은 기숙사에 들어왔을 것이니 사람이 있는 건 그렇다 쳐도.
지금 목소리 마치 여자애 목소리같은데?
여기 남자 기숙사인데?
미아일까? 설마 마샤는 아니겠지.
걱정이 되어 온 길을 돌아 들여다본다.
푸른 포도빛 머리카락을 가진 몸집이 작은 인물이 갈색 머리의 남자에게 책을 빼앗긴 것인가?

"흥! 아직도 이런 연애소설이나 읽고 있냐? 여전히 여자 같은 놈이구나 스티븐.
"………"

스티븐!
혹시 스티븐 리세타?
흠~, 쟤가 그런가.
머리도 길고, 키도 작고, 확실히 여자 같은 아이다.
공략 사이트에서 스티븐 루트는 단지 백합 루트, 히로인×스티븐까지는 뭐 괜찮지만... 레오하르×스티븐, 에딘×스티븐, 라이너스×스티븐... 으로, BL에서도 대호평인... 그 스티븐 리세타!

"뭐, 하지만 확실히 이걸 읽으면 여자를 꼬시는 데 쓸 수 있을 것 같긴 해.잠깐 빌릴게."
"어! 잠, 잠깐만요 에딘! 저 아직 안 읽었어요!
"뭐어?"
"..."

……………。
...지금...

"에딘? 에딘 딜리에어스?"
"?"
"응? 너 뭐야?"

윤기있는 적동색 머리에 깊은 쪽빛 눈동자.
열다섯살 꼬맹이답지 않은 색기를 두른 단정한 얼굴.
후...후후후후후후후...... '필리시티 컬러'의 컬러의 기억은 빼앗겼지만... "같은 메인 공략 캐릭터'의 얼굴을 생각보다 많이 외우고 있어서 말이지...
"힉!"

가방을 남자의 얼굴에 스치도록 내던지고 녀석이 기죽은 틈을 타서 가방을 던진 반대쪽 주먹을 찌른다.
솔직하게 이 예쁜 얼굴 한 가운데에 찌르고 싶은데 그러면 아씨를 모실 수 없게 되면 곤란하지!

"처음 뵙겠습니다. 쭉 만나고 싶었습니다. 에딘 딜리에어스 님."
"……………"
"저는 리스가를 섬기는 수습 집사인 빈센트 세레나드라고 합니다. 어~ 에딘 님의 약혼자이신 로나 님을 섬기고 있습니다. 당신이 에딘님이시군요, 아니, 정말로 쭉 그 만나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가능하면 형체도 안 남게 될 때까지 곤죽을 내 드리고 싶은데 아씨꼐서 인사만 드리라고 하셨으니 오늘은 자제하겠습니다 하하하하하하"

발끈한 듯 보이지만 쫄았다.
뭐, 갑자기 가방과 주먹이 좌우로 오면 보통 쫄겠지.
너에 관해서는 알 바 아니지만!!
나는 미소을 유지하는 것이 한계라고!

"...그럼...실력시험에서 제대로 때려드릴 테니 목을 씻고 기다려 주세요. 제가 이긴 날에는 아가씨와의 약혼은 파기해 달라고 할 것이기에,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뭐...응? 어...?"
"아, 스티븐 님은 이쪽으로 오세요."

곤란한 것 같고, 같은 적으로 인해 곤란하다면 도와줘야지.
에딘의 손에서 책을 집어 들고 스티븐을 재촉해 그 자리에서 척 떠난다.
나는 이 후에 짐 풀기를 도와주러 간다.
자기 짐은 최소한으로 했기 때문에 물론 아씨의 짐 풀기다.

"아, 저기..."
"네, 이쪽이죠"

쉼터를 벗어나 조금만 더 가면 식당이 있다.
아직 아무도 없는, 햇살이 드는 따뜻하고 호화로운 식당.
거기서 스티븐에게 책을 돌려준다.
'사랑에 빠진 처녀는 한 손으로 용을 100마리 죽인다'...아아, 이건 마샤가 팔짝팔짝 뛰며 말하던 집사와 아씨의 연애소설이로구나.
...제목이 너무 불길해서 내용을 들어도 믿을 수 없었지만...
나랑 아씨가 이렇게 되면 멋질 것같다며 소란이었지...
...아씨와 내가 연인이라...

무리.
아씨는 존귀하지!!︎!!︎ ‼︎

아니, 원래 정말 이 제목으로 연애소설인가?
한 손으로 용을 죽인다, 고 써 있는데?

"고, 고마워요... 빈센트."

어라 이름은 어떻게 알았지?
아, 에딘에게 이름을 대서 안 건가.
그보다...정면에서 보니 스티븐은... 귀, 귀엽네...!?
아가씨나 마샤급의 귀여움인데 정말로 남자일까 얘?
커다란 파란 눈동자, 연한 주황색 입술.
얼굴을 가리는 듯한 앞머리 때문에 알기 어렵지만 어? 설마, 후작가가 대를 잇기 어려워서 낭자를 남자로 속여 키웠다든가 그런 결과는 아니겠지!?
목소리도 역시 여자처럼 귀엽고.

"......윽"

윽!
내가 뚜러지게 쳐다보자 귀여운 얼굴을 책에 묻어 버린 스티븐.
큰일났다, 역시 너무 무례했구나.

"죄송합니다...앞머리가 길어서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요.괜찮으시다면 제가 커트해드릴까요?"
"어..."

...얼, 얼버무리기 위해서지만 이 쓸데없는 참견을!
그리고 나는 어서 가서 풀어서 아씨의 짐을 풀러 가야하는데!
하아 부탁해 스티븐님 거절해 주시면 정말 좋아요-!

"...그럼...앞머리만..."
"알겠습니다."

...난 바보야~~~~


마음속으로 자신을 힐난하며 3층 스티븐의 방까지 안내받았다.
어라, 그러고 보니...

"스티븐 님의 사용인은."
"둘 밖에 안 데려왔어. 그들은 지금 자기 방에 있는 짐을 풀라고 보났어. 아버지께서 하인을 너무 방에 오래 둬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셔서..."

...이 귀여운것으로는 무리도 아니지...
외모는 물론 몸가짐도 귀엽구만...
사용인도 이상한 기분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라고 걱정되고 있는 것이겠지.
......역시 여자인가? 재상님이 대 이을 남자로 키웠다던가..?
아니, 하지만 적어도 여성향 미연시의 공략 대상이잖아?
...하지만 스티븐의 공략 페이지에는 "백합"라든가 "히로인 공"이라든가 "BL"같은 위험한 문자가 난무하고 있었어.

"책이 많군요"
"아! 보, 보지마"
"실례했습니다.그럼 앞머리를 잘라드리겠습니다."

일단 내 짐에서 이발용 가위를 꺼낸다.
바닥은 나무바닥이고, 자른 머리는 쓰레기통에 버려 두면 그의 사용인이 청소하리라.

"앞머리 뿐이니까 선 채로 괜찮아요"
"응..."

...그렇더라도 정말로 몸집이 작고 사랑스럽다.
아씨보다 키가 작구나.
머리가 내 가슴께라니...
싹둑싹둑, 하고 가위소리만이 방안에 울려 퍼진다.
머리도 푸석푸석하구나, 조금 자르기 어렵지만... 내 솜씨라면... 좋아.

"끝났습니다."
"아, 고마워요... 어, 저..."
"예?"
"나, 너에게 이름을 댔던가...?

아, 내가 자연스럽게 '스티븐님'이라고 불러서 신경쓰였나.

"조금 전 에딘 님이 이름을 불러서. 혹시 성함이 틀렸을까요?
"아니, 아니! 나는 스티븐이야.스티븐 리세타."

...역시
스티븐 리세타
게임을 클리어하면 추가되는 공략 대상 중 한 명.
재상의 외아들로 사랑받고 있다.
마력적성은 중.
필리시티 컬러에서는 여성향 미연시 정체성은 어디갔냐는 목소리가 높아질 정도로 인기 캐릭터이며, 부녀자는 물론 남성 인기까지 높다.
붙은 별명은 메스티븐.
성별은 이제 스티븐이라고 불리는 성별 실종 사건의 피해자다.
...나도 의외로 쓸데없는 것을 기억하네...

"확실히, 재상님의 아드님이죠"
"...그래..."
"......으음..."

갑자기 대화가 막히다.
어떻게 된 일이야?
나는 아까 에딘에게 이름을 댔고... 더 이상 스티븐과 얘기할 것도 없고...
아, 근데...

"그러고 보니 스티븐 님은 에딘 님을 알고 계시나요?"
아버지끼리 친하니까 소꿉친구라는 녀석이네.

진짜야!? ︎
...에...에딘 녀석, 레오하르 님과도 친한 거겠지?
뭐냐 그 개새끼의 교류 관계의 넓이 이해 안 돼…

"그럼 혹시 레오하르 님과도."
"응, 소꿉친구야"

에, 그게 뭐람.
재상의 아들 대단해.
처음 알았어 그거...
공략 사이트에도 적혀있지 않았어 그거...
혹시 그래서 '레오하르×스티븐' 같은 게 있었나?
우와, 수수하게 납득.

"...어라...그런데 네 주인인 로나 양은 에딘의 약혼녀잖아..."
"예."

내가 레오하르님 관계에서 탐색해 온 줄 알았니?
레오하르 님은 아직 약혼자를 정하지 않았으니까, 약혼자가 없는 낭자들은 눈빛을 바꿔 관계를 가지려고 하고 있으니까.

"...아, 근데... 에딘이 그럼... 그렇지..."

...뭔가 눈치챘다.
네, 그렇습니다, 라고도 말할 수 없다.
내가 에딘과 아씨의 파혼을 파라는 것은 그것만이 이유가 아니니까.

"오래 머물러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더 이상 말할 것이 생각나지 않아 실례하자.
일단 수확은 있었다.
설마 스티븐, 레오하르, 에딘이 소꿉친구 사이였으리라고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방에 돌아가면 파멸 엔드 구제 노트에 써 두자.

"아, 잠깐만...!"
"응? 예?"

불러세울 줄 몰라 이상하게 되묻고 말았다.
돌아보니 쭈뼛쭈뼛 손을 움직이며 안짱다리를 하는 스티븐 님.
여자인가?
미소녀인가?
그러니깐 '수 캐릭터'라고 불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 아니라...

"네, 무슨 일 있어요?"

다가가서 허리를 굽히다.
가능한 한 불안해 하지 않도록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고 생각한다.
깜짝 놀란 스티븐은 볼이 붉어진다.
...미연시 히로인인가 너는...

"...어, 저... 레오 님이 로나 양을 너무 칭찬하시길래...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내일 모레면 만날 수 있어요."
"아...그..그렇구나..."

레오님?
레오하르 님의 말씀입니까?
아, 레오하르님을 그런 애칭으로 부르는 건가......

......그럼 부녀자가 여성향 미연시 캐릭터로 BL 대량생산 하는것이지...

"......아, 어라? ...너 , 너는... 로나양의 하인이지...? 그러고 보니 왜 남자 기숙사에 있는 거야?"

이제와서!? ︎
아..아니, 이제서야 깨달은건가!?︎

"저도 '기억을 가진 자'이기 때문에 평생도로 아뮬리아에 입학하기로 했습니다."
"⁉︎"
"같은 반이 됐으면 좋겠어요."
"…!"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될 줄은 몰랐는데, 동급생이 될 거고... 에딘보다는 스티븐이 더 호감이 간다.
가장 좋은 것은 아씨랑 같은반이 되는 것인데...응? 학급...

에딘은.. 뭐.. 설마.. 아씨와 에딘은 같은반이되서 러브 로맨스같은 일이..?

"에딘 딜리에어스 쳐죽인다!"
"예?"

내 두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아씨한테 손가락 하나 댈 테니까
암살인가!?
입학전에 암살해 두어야 하나!?